EU 브렉시트 협상 대표, 英 관료진 대놓고 비난

“탈퇴협정 읽어보라” 날세워
무역 ‘캐나다 모델’도 부정적
미래관계 협상 쉽지 않을듯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과 EU 간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미셸 바르니에 EU브렉시트 수석대표가 영국 관료들을 정면 비난했다. EU와 영국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오는 3월 본격 시작될 협상에서 첨예한 대립 양상이 빚어질 전망이다.

25일 가디언은 바르니에 대표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대변인과 신임 북아일랜드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다(pour scorn)”고 보도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랜든 루이스 북아일랜드부 장관이 최근 매우 충격적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이를 확실히 하고 경계해야 할 이유가 있다”며 “그가 몇 번이라도 좋으니 탈퇴 협정을 좀 읽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루이스 장관이 “전환 기간이 지나 영국이 단일 유럽시장을 떠난 뒤에도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는 관세장벽이 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비꼰 것이다. 존슨 총리는 EU와 브렉시트 합의에서 전환 기간 동안 북아일랜드를 EU 관세동맹에 머물게 하는 대신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통관 절차를 시행하기로 했고 사실상 ‘국경’이 생긴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바르니에 대표는 또 영국 총리실 대변인이 미래관계협상의 기본 틀과 방향 등을 담은 지침(mandate)을 발표하며 “협상에서의 주요 목표는 2021년 1월 1일 정치·경제적 독립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일”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영국의 정치·경제적 독립을 왜 우리와 협상하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하려는 협상은 EU 규정이 축소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조항을 포함해 양측이 합의한 미래관계에 대한 약속을 문서로 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르니에 대표의 발언은 향후 양자 간 미래관계 협상의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의 미래관계 협상에 대한 기본 틀과 방향은 오는 27일 의회 보고에서 공개 예정이지만 존슨 행정부는 무역에 있어 기본적으로 EU에 ‘캐나다 모델’ 방식의 협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농·축·수산물에 대한 협정도 난항이다. 특히 EU는 영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며 EU에서 허용하지 않았던 ‘염소살균 처리된 닭고기’를 계속 수입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