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오판으로 추락한 日… 그뒤엔 군국주의 있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국 일본의 전쟁 1868~1945 / 박영준 지음／사회평론아카데미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으로 근대 국가의 틀을 갖춘 후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을 거치며 동아시아의 최강국이 됐다. 이후 만주사변과 중·일 전쟁,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아시아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일어선 후 1945년 전범국으로 추락하기까지 70여 년의 흥망사는 오랜 시간에 걸쳐 꽃을 피운 후 한순간에 낙화하는 벚꽃을 닮았다. 조선과 청나라가 구체제의 환영(幻影)에 매달려 쇠망의 길로 들어설 때 서구 개방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이 군국주의로 치닫게 원인은 뭘까?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이 책에서 일본이 1894년 청·일 전쟁 후 거의 10년 단위로 전쟁을 벌이며 부국강병을 이룬 과정을 분석했다. 도쿄(東京)대에서 ‘근대 일본의 해군 형성과 대외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당대 엘리트와 군 전략가들의 대외정책 논쟁 및 육·해군의 전력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어떻게 일본이 강국으로 부상했는지 보여준다. 청·일 전쟁 승리 후 중화제국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일본은 승리감에 젖어 베이징 진격을 검토했지만,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전쟁을 끝낸다. 이토 히로부미 총리 등이 대청 결전론 대신 제한 전쟁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시 일본에선 정치가들의 군 지휘관들에 대한 문민통제가 작동되고 있었다”고 봤다.

이후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고, 1차 대전 승전국 대열에 들면서 일본에서는 이런 원칙이 무너졌다. 정치인이 배제되며 군에 의한 군국주의 폭주가 시작된 것이다. 저자는 군국주의를 “전쟁이 국가 발전에 긍정적이라는 인식하에 군사력을 증강하며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를 전쟁 수행에 적합하도록 만들어가는 체제”라고 정의했다. 1920년대 이후 이시와라 간지, 도조 히데키 등 군 전략가들은 “서양 문명을 대표하는 미국과 동양문명을 대표하는 일본이 세계 패권을 경쟁하는 최종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며 대미 결전론을 폈다. 이후 1931년 만주사변으로 군 출신이 정치 전면에 나서며 일본은 군국주의로 치달았다. 그리고 그 체제는 진주만 폭격 후 원폭으로 최후를 맞았다.

패전 후 전쟁 및 국가 교전권 포기 등이 명기된 평화헌법이 제정되며 일본은 국제 협력주의 노선을 견지하게 됐다. 전쟁사의 시각에서 근대 일본 70년을 조망한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1차 대전 이후 승전국의 위상을 갖고 한때 세계 3위권의 대국으로 부상했던 일본이 패전의 굴욕을 당하게 된 것은 정치가와 군인 등 국가전략 수립을 책임진 인사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다. 편협한 시각으로 국제정세를 오판하면 국제사회의 모범생도 일순간에 우범자가 될 수 있음을 근대 일본은 보여준다.” 428쪽, 2만5000원.

이미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