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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병종의 詩畫기행 게재 일자 : 2020년 02월 27일(木)
그들의 사랑도, 사상도… 커피 향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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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에서 카페는 밤이 이슥하도록 문인·화가 등 예술가들이 담론을 펼치던 현장이기도 했다.(김병종, 파리 밤의 소묘, 30×40㎝, 종이에 먹과 채색, 2019)

■ (24) 파리의 카페

문학·예술 영감 떠올린 곳
진보 지식인 진지 역할도




“아버지는 내가 한 살 때 죽었다. 그는 가장 적당한 때에 죽어주었다.” 장 폴 사르트르가 그의 자전적 삶을 담아 쓴 ‘말’의 첫 구절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문장 아닌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제인지도 모르겠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첫 구절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일상의 사물을 묘사하듯 아무런 감정도 없이 시작되는 이 두 작가의 문장세계 속에는 장차 펼쳐질 세계와 자아에 대한 대립이 예고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홀로된 엄마 손에서 잠시 길러지다가 외가에서 자라게 되는데 아주 어렸을 때 엄청난 장서가(藏書家)였던 외할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갔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만다. 어쩌면 지식에의 감전(感電)과 미망(迷望)이 이때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외할아버지는 그를 귀족학교에 보내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며 키웠지만 사르트르는 ‘말’에서 그런 외할아버지에 대한 증오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는 원래 사시(斜視)에 못생긴 용모의 소년이었지만 총명해서 어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가 11세가 되던 해 엄마의 재혼으로 파리를 떠나 낯선 지방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그는 옮겨간 학교에서 한 여자아이를 좋아하게 된다. 그 여자아이만 보면 가슴이 두근대곤 했는데 어느 날 그 곁을 지나갈 때 다른 아이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여자아이는 큰소리로 “저 사팔뜨기 영감탱이 꼬락서니 하고는…” 하고 놀려댄다.

그는 오랫동안 이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외할아버지 집에서는 그토록 고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이제는 이런 수모를 받는가. 비로소 거울을 보며 자기가 심한 사시에다가 못생긴 얼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외할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은, 일언반구 사르트르 자신의 용모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없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왜 본질은 실존적 상황에 따라 이토록 극과 극으로 바뀌는가. 저 위대한 실존주의의 첫 실마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  김병종 화가·서울대 명예교수
세상에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만, 상처라면 시몬 드 보부아르 또한 사르트르 못지않았다. 그가 쓴 ‘제2의 성(性)’에 대해 일어난 비난과 저주의 화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여성의 육체와 욕구, 성(性)과 일탈, 그리고 자의식에 대해 실존주의적 메스를 가지고 분석해낸 이 책에 대해 세상에서는 그녀가 성적 욕구 불만족과 불감증에 호색가, 그리고 레즈비언이며 조르주 상드보다 더 사악한 여자라고 악담을 퍼부어댔다. 물론 바티칸 금서 목록에도 오르게 된다.

그녀는 남성 위주의 신화와 철학 그리고 역사가 만들어낸 것들 중 결혼 제도를 최악으로 뽑았다. 사랑은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며 본능과 법, 제도의 감옥에 가둘 수 없다고 하며 성(性)의 해방을 주장했던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녀는 모성애라는 것도 ‘마조히스트적인 헌신’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녀는 아이를 병적으로 싫어했고 잉태와 출산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엄마가 돼본 적도 없었다.

그들은 각자 다른 방향에서 걸어와 저 카페 되마고에서 허다한 날들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보면 저곳이야말로 두 사람만의 견고한 사상의 진지였던 셈이다. “사랑하되 구속하지 않는다”는 결혼 계약서도 혹 저곳에서 작성되지 않았을까 싶다. 카페 되마고의 노천의자에 앉아 특별할 것도 없는 에스프레소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을 시킨다. 강한 햇빛 때문에 선글라스를 꺼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는데, 파리 하고도 생제르맹 데 프레역에서의 나의 실존은 어떤 모습일까.

화가·서울대 명예교수

▲  파리의 ‘몽마르트르(Montmartre)’ 카페 거리 모습. ‘몽(Mont)’은 ‘언덕, 산’이라는 뜻이고, ‘마르트르(Martre)’는 ‘순례자’라는 뜻이다. 따라서 몽마르트르는 ‘순례자의 언덕’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볼테르·피카소·당통… 문학·예술·사상을 나눈 곳

프랑스의 카페문화는…


프랑스는 유독 카페에서 문학과 예술 그리고 사상의 담론이 자주 일어났다.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는 물론, 볼테르나 몽테스키외 같은 사상가들, 당통과 로베스피에르 같은 혁명가들, 피카소나 자코메티 같은 화가와 조각가들, 몰리에르나 카뮈, 발자크 같은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게 되면서 카페는 때로 새로운 문화 이데올로기와 진보적 지식인들의 처소가 되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과 함께 카페는 식사며 가벼운 음주를 겸할 수 있어서 프랑스인의 일상과 떼어놓을 수 없는 장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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