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골프계를 무섭게 삼키는 ‘코로나19’

코로나19가 골프계를 무섭게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골프 대회가 잇달아 취소되고 있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아시아 시리즈 3개 대회 취소에 이어 대만여자오픈을 비롯해 남자골프 아시안투어도 잠정 중단됐습니다. 오는 3월 5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하는 일본여자골프(JLPGA)투어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를 갤러리 없이 치르기로 했습니다. 도쿄올림픽에 영향이 미칠까 봐 택한 고육책으로 보입니다. 대회가 열려도 선수 외에는 가족조차 대회 코스에 출입하지 못하고 중계진 등 100명에게만 출입을 허용한다고 합니다. 세계골프의 양대 축인 유럽프로골프투어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27일 개막한 유럽투어 오만오픈에서 이탈리아 선수 2명이 코로나19 감염 의심으로 격리 조치됐다가 음성판정을 받아 가까스로 첫날 경기를 치렀습니다.

4월부터 시즌이 시작되는 한국 역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지 못하면 대회들이 취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분위기로는 갤러리로 나선다는 게 쉽지 않고, 행여 문제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시리즈가 취소되자 국내에 머물던 LPGA투어의 한국 선수들도 서둘러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LPGA투어는 3월 19일부터 시작하기에 3주나 남았습니다. 넋 놓고 국내에 머물다 행여 미국 입국금지 조치라도 내려진다면 손해는 선수 몫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골프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은 지난 1월부터 한국 등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고 일본 역시 겨울 비수기마저 겹쳐 골프장은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예년에 비해 따뜻한 날씨 덕에 유례 없는 호황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대구지역에서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4월까지의 단체 골프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습니다. 그나마 야외활동이라 감염 가능성이 실내보다 희박하다는 점에 줄지 않던 지인끼리의 개인팀 라운드 역시 취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골프장엘 가도 식당과 목욕탕 이용을 꺼리고 심지어 라커 이용도 자제하는 분위기가 달라진 풍속도 중 하나입니다.

문헌을 찾아봐도 골프 역사 600년 동안 감염병으로 골프 대회가 취소되거나 영향을 받은 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세계 1, 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취소됐던 게 전부였습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병하던 시기에도 골프대회 취소까지는 가지 않았기에 이번 코로나19의 파괴력을 새삼 실감하게 합니다. 하루빨리 예전처럼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