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방역’도 중요… 사회적 신뢰가 재난 이길수 있는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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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우 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장

“불안 자체는 정상적인 정서
왜곡없이 건강하게 다스려야

생업 접고 대구로 가는 의료진
임대료 낮춰 고통 분담 건물주
사회 강하게 묶어주는 의인들”

“사회적 신뢰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핵심 자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28일 2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백종우(사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장은 물리적 방역과 더불어 ‘마음의 방역’도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와의 전쟁 못지않게 이제는 감염병으로 인한 시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신종플루(H1N1) 유행 당시 느꼈던 강도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신종플루와 달리 치료제가 없고 메르스는 주로 병원 감염이 문제였지만 코로나19는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퍼져 개인 본인의 문제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백 위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때 사람들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데 심리적 방역이 전면 강화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로 건강 문제, 경제적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첫 번째 화살로 이에 동반되는 불안이나 공포, 불면, 혐오 등이 두 번째 화살”이라며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을 피하고 조절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 공동체의 건강을 지키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불안 자체가 정상적인 정서인 만큼 지나친 공포감이나 감정 왜곡 없이 건강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생존을 위해 발달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순기능도 있다”며 “사람들은 불안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면서 조심하고, 분노는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에너지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 방역을 위한 키워드로는 ‘사회적 신뢰’와 ‘연대감’을 제시했다. 그는 “생업을 잠시 접고 대구로 달려가는 의료진과 임대료를 낮춰 고통을 분담하는 건물주 등 의인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처럼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의인들은 국가적 위기 때 구성원들을 강하게 결속해 사회 곳곳을 연결하는 연대감의 매개체가 된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사태 전후로 생기는 심리적 내상을 줄이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격리 상태에서 오는 구성원들의 고립감, 확진자와 관련 지인들이 기피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