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클래스 >위기 때 리더 진면목 고스란히… 정치적 접근 땐 ‘국민 공감’ 못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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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대통령 국가적 재난 대처

DJ, 金 모으기 등 ‘국민 동참’ IMF 구제금융 탈출… 朴, 메르스 방역 실패로 세계 두번째 피해 키워
文대통령, 코로나19 ‘선제적이고 과도한 조치’ 말뿐 아닌 실질적 행동 취했어야 국민도 신뢰

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다. 그렇지만 위기 극복에 성공한다면 리더에게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된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진면목 혹은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지나며 리더십에 이런저런 상처가 많이 난 문재인 대통령에게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정권 후반기를 앞두고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최대 위기라는 분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임기 말까지 레임덕에 시달리며 무늬만 대통령이었던 전임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도, 소통도, 경제도 실패 =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로나19 관련, 문재인 정부의 대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태가 종료되지 않아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중간 평가로 보자면 방역은 물론, 대통령의 메시지 등 소통의 측면에서나 경제·외교적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주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문 대통령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 문 대통령은 ‘선제적이고 과도할 정도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정답”이라며 “하지만 그 뒤 정부의 대처는 선제적이지도 과도하지도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한데, 방역이 아니라 외교에 우선순위를 뒀고, 방역과 경제를 같이 살리겠다는 것 역시 방역이 돼야 경제가 된다는 기본을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 관리에도 실패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나 정책 결정자는 돌발 변수를 고려해 위기 상황에서 신중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은 너무 쉽게 종식을 얘기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면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염병은 감성의 문제가 크다”며 “국민이 대통령의 모습, 정책, 메시지에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국민은 중국인 입국 금지를 호소하는데 청와대는 중국인이 얼마나 오고 갔는지 수치를 갖고 이야기했다. 그런 게 국민에게 먹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위기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가”라며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고 평가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결국 전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어떤 메시지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며 “결국 위기 상황, 사태가 간단치 않다는 전문가적 판단이 중요한데 정치적인 데 너무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방역과 관련된 전문가의 판단, 정무적 판단,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판단을 각 전문가들이 하고, 리더는 그런 전문가의 판단을 수용하고 실행하는 자원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이나 중국과의 관계 등에 의해 우선순위가 잘못 매겨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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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앞에 고개 숙인 역대 대통령 =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수습에 실패해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40% 선을 유지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가 드러나고 사망자가 속출하자 한 달 만에 30% 아래로 추락했다. 결국 메르스 사태는 전 세계에서 사망자 숫자 두 번째라는 처참한 결과를 박 전 대통령에게 안겨줬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의 민낯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고스란히 드러났고, 이후 탄핵 사태에서도 이런 ‘막장’ 위기 수습 능력 부재가 그대로 재연됐다고 분석한다.

전염병과 경우는 다르지만 대체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성공적으로 국가적 재난을 극복했다고 평가받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극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해낸 과정도 계속 재평가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어느 나라보다 빨리 큰 피해 없이 극복했다는 취지다.

최 원장은 “전염병과 경제 위기는 외형적 성격은 다르지만 대중의 불안 심리와 연결돼 있다는 측면에서는 같은 맥락”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 모두 경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리더십을 집중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 한 곳에 집중해서 봐야 한다”며 “문 대통령은 방역보다 정치적 맥락을 고려하다 보니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위기 극복 능력을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무엇보다 국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눈다는 측면에서다. 이현우 교수는 “지금 리더들은 현장 가서 하루 자고, 뒹굴고 하는 그런 능력이 없다. 국민의 세상과 너무 다르게 산다”며 “그나마 공감 능력이 있던 결정적 장면은 박 전 대통령이 독일에 가서 광부, 간호사들과 끌어안고 울어 국민과 공감한 사례”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바다 재난 사고 때 정부 각 부처의 역할을 분담하고 지도자로서 교통정리하고 전문가를 동원하는 등 효율적으로 위기를 관리했다”고 평가했다.

최 원장은 집권 중반기를 넘어갈 때 닥친 재난을 두고 국민의 불안과 대통령의 생각의 간극이 커지면 민심이 폭발한다고 경고했다. 최 원장은 “김영삼 정부 집권 중반기 넘어가며 다리가 무너지는 등 사건·사고가 계속 이어졌다”면서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혁에 집중하며 불안해하는 국민과 괴리가 생겼고, 결국 국민은 불안을 넘어 극도의 불만을 표출했다”고 밝혔다. 한 미래통합당 관계자도 “박근혜 정부 때 닥쳤던 세월호, 메르스 모두 인명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정부의 무능,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며 “이 같은 사태를 거치며 자연스레 생겨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폭발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위기 극복엔 여야 없다” =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사태 극복은 물론 이후를 위해서도 위기 극복, 전염병 방역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공감대가 정치권에 형성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리더십이 어떻게 단단해지는지는 개별 지도자의 역량과 함께 한 국가의 정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인 만큼, 더 이상 전염병 사태에 리더십이 흔들리고 정권이 들썩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현우 교수는 “지금 정세균 총리처럼 대구에 상주할 수는 없지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이 더 노출돼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의 불안에 공감한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금 문 대통령의 모습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공감대를 못 만들고 있다”며 “대통령이 뭔가 솔루션을 주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과감하게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다중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대통령이 대구를 계속 방문하고 현장을 찾는다고 전염병이 낫지는 않겠지만 (국민의) 심리적 치유는 중요한 몫”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불안에 대응해야 한다”며 “국민적 위기 속에서 자신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위기관리학회장을 지낸 이재은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은 “이번 사태가 잘 극복된다 해도 이후 빈곤 계층 등 사회적 약자의 타격, 인플레이션 등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전향적인 위기관리 내각이 꾸려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권 교수는 “세월호, 메르스, 코로나19를 거치며 방역, 국민의 안전이 너무 정치화됐다”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위기 상황을 국민 모두의 문제로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왜 협치, 설득의 리더십이어야 하는지 이번 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초당적 협력이 가능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기·정철순·손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