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性·연령·지역 등 일정比 할당… 표본 편향성 보완위해 ‘가중치’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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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전 쏟아지는 ‘여론조사’의 모든 것

- 결과 단순비교보다 ‘추이’ 살펴야… 선거일前 6일부터는 공표 금지돼

전국단위 조사는 최소 1000명
지방의회의원은 300명이 기본

전화면접, 무관심 계층도 조사
ARS는 신속성·비밀보장 장점

유선전화 사용적고 고령층편중
휴대전화 안심번호 사용가능케

민주 경선, 당원·일반 ARS조사
통합당은 모든유권자 전화면접

오는 4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 판세 예측 등을 위한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당의 후보자 경선에도 여론조사가 활용된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여론조사기관만 전국에 걸쳐 총 82개로 파악된다. 여기에 선거철이면 갑자기 등장해 공신력을 담보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무작위로 공표한 뒤 사라지는 조사 업체들도 부지기수다.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자칫 여론을 호도할 수 있고, 민심을 절대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론조사를 활용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심재철(가운데)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관계자들이 지난 1월 17일 ‘보수 야당 심판론’이 ‘정부 실정 심판론’보다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KBS 측에 항의하기 위해 ‘KBS 각성하라’는 팻말을 들고 서울 여의도의 KBS 본사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여론조사 신뢰도 왜 의심받나

여론조사 신뢰도가 논란이 될 때 주로 지적되는 문제는 표본 모집 방법이나 응답률 등이다. 표본이 특정 성향으로 쏠려 있거나, 응답률이 너무 저조해 여론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다. 그 외에도 표본 접촉 방법이나 조사 기간, 질문 방식 등이 합리적으로 설계되지 않았을 경우 정확도나 신뢰도를 담보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보수 성향이 강한 중·장년층 표본 수가 많을수록 보수 정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과 ‘국민의당’ 보기를 제시한 두 여론조사의 결과가 크게 달랐다며 문항 설계의 합리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과거 일부 정치인을 중심으로 “응답률이 최소 10%가 되지 않으면 이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낮은 응답률에 대한 우려가 있다. 반면 응답률만으론 신뢰도를 따질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2. 널뛰는 여론조사…제재받기도

같은 질문을 던진 여론조사인데 결과가 판이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맞붙는 서울 종로 선거구 조사가 최근 논란이 됐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같은 내용으로 총 7차례 여론조사가 실시됐는데 두 후보 간 격차가 작게는 11.1%포인트에서 크게는 27.2%포인트까지 나자 뒷말이 무성했다. 지난달 21일 뉴시스·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선 지난 대선 때 투표한 후보를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의 66%가 ‘문재인 후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 표본 선정의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공표·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심의하는 역할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맡고 있다. 여심위가 객관성, 신뢰성 측면에서 조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조사기관은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의 과태료 처분 등을 받는다. 여심위는 지난해 11월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내년 총선 현역 의원 유지·교체 의향’ 관련 조사에 대해 신뢰성·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3. 여론조사 비용·최소 샘플 수는

여론조사 단가는 대면조사의 경우 1명당 3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에는 1만 원 이상, 자동응답(ARS) 조사의 경우에는 3000원 이상이라고 한다. 이는 여론조사업체가 조사를 대행하는 대가로 자신들에게 조사를 의뢰한 외부 기관에서 받는 가격이다. 여론조사업체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수행할 경우에는 원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

여심위는 선거여론조사에서 너무 적은 표본을 조사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선거 유형 및 규모에 따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최소 샘플 수를 정해뒀다. 여심위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선거 또는 전국 단위 조사의 경우 최소 1000명, 광역단체장선거 또는 시·도 단위 조사의 경우 최소 800명, 세종특별자치시장선거·지역구국회의원선거 또는 자치구·시·군 단위 조사의 경우 최소 500명,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 조사의 경우 최소 300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아야 한다.


4. 표본은 어떻게 뽑나

여론조사 표본 선정 작업의 핵심은 모집단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했느냐다. 성·연령·지역 등 모든 계층의 여론이 고루 반영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일정 비율을 할당해두기도 한다. 편향성 우려를 최소화하고자 표본을 무작위 추출하지만, 그럼에도 편향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여론조사에서는 가중치를 부여하는 작업이 뒤따른다.

선관위는 성·연령·지역 등 3개 변수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들 변수를 모두 반영한 뒤 세부 내용에 각각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 ‘셀 가중’ 방식이다. 이와 달리 전체 표본 중 기본적인 변수에 한해서만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 ‘림 가중’ 방식이다. 송미진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부장은 “현재 선거여론조사 기준상 규정된 지역·성·연령별 0.7∼1.5의 가중치 배율을 유지하는 선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사된 표본 계층의 의견을 강화하고, 더 조사된 표본 계층의 의견은 약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5. 각 당 여론조사 경선 어떻게 하나

민주당 경선 투표는 ARS로 진행되며 당원 50%, 일반 유권자(안심번호 선거인단) 50%의 응답을 합산해 결정된다. 유권자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ARS를 경선 첫날 2번, 둘째 날은 3번까지 진행한다. 경선 마지막 날까지 전화를 받지 않은 유권자에게는 경선 참여가 가능한 전화번호를 문자로 발송해 직접 전화를 걸도록 했다. 후보자들이 얻은 표에서 가·감점을 해 최종 득표가 도출된다. 오차 범위에 상관없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총선 후보로 결정된다. 통합당은 이틀 동안 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 경선을 한다. 지역구 일반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하며, 총 1000명의 응답을 받는다. 민주당과 달리 전화면접으로 경선을 진행한다. 양자 대결일 경우에는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승리하고, 3자 대결일 때는 1등과 2등의 차이가 오차범위 절댓값 2배 이하면 결선을 실시한다. 최종 여론조사 결과는 표본오차를 고려하지 않는다.


6. 경선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는

민주당은 총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문재인 등 전·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포함된 직함 사용을 금지했다. 이는 후보 경력에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사용할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여론조사 결과가 최대 20%포인트까지 차이가 나 공정성을 해친다는 반발 때문에 마련한 조치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이라고 경력을 명기할 수는 있지만 ‘문재인 청와대’ ‘노무현 청와대’ 등 특정 대통령을 칭할 수는 없다. 또 후보자가 경선 여론조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경력도 6개월 이상 일한 경우에만 인정한다.

통합당 역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보자 경력 기재에 엄격한 기준을 뒀다. 통합당 공관위는 후보자의 전·현직 경력 중 공관위에서 결정한 대표 경력 1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 경력에는 형용사 등의 수식어 사용은 금지됐다. 또 특정인의 이름이 들어간 경력 혹은 당의 비공식 기구 활동 경력 등의 사용은 공관위 결정에 따르도록 했다.


7. 전화면접·ARS·패널조사 장단점

전화면접은 특정 이슈에 관심이 적은 계층도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화조사원의 발음·말투 등에 따라 응답자가 다른 반응을 할 수 있고, 사람이 직접 물어보기 때문에 솔직한 의견을 숨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ARS 조사의 장점으로는 버튼을 눌러 답변을 입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된다는 점, 전화조사원의 발음·말투 등으로 인한 왜곡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있다. 그러나 전화면접 조사와 비교하면 응답자가 중도에 끊어버리는 비율이 커 응답률이 저조하고, 특정 이슈에 대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계층은 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패널조사의 경우 조사 비용 및 시간이 적게 들고, 온라인 답변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길고 복잡한 조사가 가능하다. 반면 충분한 패널을 확보해야 시도할 수 있다는 점, 부실한 응답을 걸러내기 쉽지 않다는 점 등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8. 안심번호는 무엇인가

안심번호는 여론조사용 가상번호를 말한다. 휴대전화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가상으로 만든 전화번호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의 2에 따르면 선거여론조사기관이 공표 또는 보도를 위해 전화를 이용한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유선전화를 여론조사에 주로 사용했으나, 유선전화 사용률이 낮아지고 주로 고령층이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문제가 나타나면서 안심번호가 도입됐다.

선거여론조사기관이 안심번호를 이용하려면 먼저 조사 시행 전 10일까지 관할 여심위에 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심위는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내로 해당 요청서를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보내고, 요청서를 받은 이동통신사업자는 7일 이내에 유효기간(최대 10일)을 설정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생성하게 된다. 안심번호는 관할 여심위를 통해 조사기관에 제공된다.


9. 여론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추이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는 결과별 단순 비교보다 추이를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론조사기관마다 문항, 표본, 응답률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전화면접이나 ARS 등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다. 서로 다른 업체가 진행한 조사의 수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이사는 “여론조사는 한 시점만 봐서는 안 되고,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한 여론조사에서는 지는 것으로 나왔을지라도 상승 추세일 경우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10. 총선 여론조사 허용 기간은

선관위는 여론조사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주체와 방법 등을 제한하고 있다. 선거일 60일 전부터는 입후보 예정자를 포함한 후보자 또는 정당·창당준비위원회 명의의 선거 관련 여론조사가 불가하다. 투표용지와 유사한 모형을 사용한 여론조사도 할 수 없다. 다만 당내 후보자 경선을 위한 조사는 가능하다.

같은 맥락에서 결과 공표 금지 조항도 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 당일 투표마감 시각까지, 선거와 관련된 정당 지지도 또는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나 그 결과를 공표 또는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 모의투표나 인기투표도 포함된다. 그러나 금지 기간 전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하거나, 금지 기간 전 조사한 것임을 명시해 공표하는 경우는 가능하다.

김유진·윤명진·김현아·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