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우한 人災 실상과 뻔뻔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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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2020년 1월 초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중궈칭녠바오(中國靑年報)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한에서 환자를 치료했던 의사들을 집중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한 의사는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가 제시한 코로나19 확진 기준은 너무 엄격해 임상 진단상 분명히 확진자인데도 위에 보고를 못 했다”고 폭로했다. 그들은 병원에서 사람 간 전염을 목격하고 보고했는데도 묵살당했다고 했다. 다른 의사는 “이미 1월 초 병원에서 환자로부터 의료진이 전염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이 환자가 (발원지로 지목된) 화난(華南)수산물시장에 간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확진자 판정을 못 받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사는 “폐렴 진단을 받은 동료 의사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보고 울고 싶었지만 울 수도 없었다. 눈시울을 닦을 위생 타월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병원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몇 시간 동안 줄을 섰고, 중증 환자들은 병실을 구할 수 없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그런데도 우한 보건 당국은 같은 달 11일 “사람 간 전염 증거가 없으며,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 중에 의료진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열흘이 채 안 돼 환자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23일 결국 우한시 전체가 봉쇄된 후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내부고발자’인 의사 리원량(李文亮) 사망 이후 우한시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네티즌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분노는 우한에 직접 가지 않고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대신 보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로 향했다. 당황한 시 주석은 자신이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에 적극 대처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그동안 보도되지 않았던 1월 7일 회의까지 공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당시 전염병 상황을 정말 심각하게 인식했는지는 그의 일정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며 “17일 그는 미얀마로 날아갔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올해 첫 해외 순방 직후인 20일에야 “단호하게 억제하라”고 첫 공식 일성을 냈다. 이 지시를 전후로 우한 시민 500여만 명은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해외로 대이동을 했다. 그로부터 1개월여 지나 8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3000명에 육박했다. 1월 중 해외의 코로나19 첫 확진자 중 상당수는 우한 출신 중국인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명백한 ‘인재(人災)’가 분명한데도 중국은 이제 바이러스의 출처가 반드시 중국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을 대놓고 띄우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세계를 향해 사과하자고 주장했던 양심적인 CCTV 앵커는 SNS에서 “천재(天災)인 바이러스 문제로 왜 중국이 사과해야 하느냐”는 맹공격을 당했다. 시 주석은 최근 “중앙(정부)의 형세 판단은 정확했고, 조치는 효과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의 사태 대응을 찬양하는 내용의 서적을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가 곧 출판하려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할 게 아니라 지금은 초기 대응의 문제점 성찰이 전 세계인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