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국격·법치 붕괴가 더 참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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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우 前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초기 대응 실패로 기피國 전락
시진핑 상반기 訪韓 연연에다
짜파구리 파안대소는 상징적

칼럼 고발로 표현의 자유 억압
비례대표 연합정당은 더 황당
41일 앞 총선이 理性회복 기회

역병의 공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완치돼도 폐에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 나라에 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모두 떨고 있다. 마스크 한 장에 목숨을 지키려는 국민의 고통은 나날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역병보다 참기 어려운 건 국격(國格)과 국민 자존심의 추락이다. 우리 국민은 세계 각국에서 1200명이 격리당하고, 90여 곳에서 입국을 금지·제한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적반하장으로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역(逆)유입된다며 조롱하고 있다. 세계 경제 순위를 자랑하던 나라가 한순간 혐오 국가로 전락했다.

멀쩡한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자의 국내 유입을 정부가 초기에 차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 ‘중국 전 지역에서의 입국 금지’ 권고를 무시하고, 질병관리본부의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제한’ 요청도 거부함으로써 초기 방역 실패를 초래했다. 코로나19 확산의 큰 원인이 “중국에서 온 한국인 때문”이라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은 무능한 관료의 책임 회피다.

정부가 초기 차단이라는 방역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건 시진핑(習近平) 방한(訪韓)이라는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질 때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자신만만했지만, 오천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정치적 셈법을 앞세우다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화를 더욱 돋운 건 바이러스가 확산된 날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잔치를 벌이며 파안대소하는 광경이었다. 웃음소리 높은 곳에 국민의 원성 더 높은 줄 몰랐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보다 중요한 대통령의 책무는 없다.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이 150만 명에 육박하니 분노가 예사롭지 않다.

이 위중한 시기에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생각하는 정권의 수준이 드러났다. 지난달 9일 충남 아산의 전통시장에 간 문재인 대통령이 반찬가게 상인에게 경기가 어떠냐고 묻자, 이 상인이 한 말 “거지 같아요”. 지금의 경제 상황을 어쩌면 이렇게도 간단히 표현할 수 있나. 친문(親文) 지지자들이 이 상인을 ‘공격 좌표’로 설정해 인신공격하며 괴롭힌 건 치졸하다. 서민은 대통령 앞에 솔직히 말할 자유도 없는가.

지난달 5일 여당이, 문 정권을 비판한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쓴 임미리 교수와 해당 신문사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고발을 취하했지만, 이 칼럼은 특정 후보를 비판하지 않아 공직선거법에 걸릴 게 없었다. 이 일은 집권 세력이 특정 칼럼을 겨냥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정권에서 법치주의는 심각하게 후퇴했다. 헌법은 나라의 기본을 세우는 법이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면 위헌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군소 정당과 야합해, 헌법학자들이 위헌이라고 지적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힘으로 입법했다. 그런데 여당의 비례대표 의석이 대폭 줄어들게 되자 친여(親與) 단체들은 ‘비례대표용 연합 정당’ 창당 수순을 밟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위법적인 꼼수 정당이라며 고발한 여당이 이제 사실상 ‘비례민주당’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하나 마나다. 이건 선거 개혁을 명분으로 입법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벌이는 배신의 정치다.

여당은 코로나19를 핑계로 4·15 총선을 연기하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 연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연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6·25전쟁 중에도 대통령 선거를 치른 전례에 비춰 보면 총선 연기는 법률상 불가하다.

이제 총선이 41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단순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경시하고, 자유를 탄압하며, 법치를 무너뜨린 정권의 오만과 독선과 무능을 심판해야 한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좌파의 부도덕과 비양심, 불공정과 불의를 심판해야 하고, 울산시장선거 부정 사건에서 드러난 권력의 불법도 심판해야 한다. 독재와 억압을 종식하고 자유와 이성을 되찾는 새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