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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05일(木)
코로나 핑계로 나랏돈 너무 펑펑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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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가 꽁꽁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고 코로나19 확산이 초래한 미증유의 국가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1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5일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세금이 예측보다 덜 들어와 발생한 세입경정 3조2000억 원을 고려하면 8조5000억 원 규모의 추가 여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4분기를 비롯한 현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하고 글로벌 확산이 우려되는 감염병에 대한 대처라는, 예산편성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를 고려하면 추경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규모를 국채 발행이라는 빚을 통해 마련하는 자금을 잘 써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지난달 24일이니 열흘 만에 8조 원이 넘는 사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2003년 사스 4조2000억 원, 2015년 메르스 11조6000억 원의 추경이 어떻게 집행됐고 그 성과는 어떠했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학습할 필요가 있다.

영세상인·자영업·중소기업 등 긴급 지원이 필요한 영역에 대해서는 추경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추경과는 별도로 이미 쌓아두고 있는 각종 기금을 긴급히 푸는 것도 방법이다. 관광 진흥기금, 서비스산업 발전기금, 영세상공인 지원기금 등은 우선으로 집행할 수 있다. 올해 예산 512조3000억 원 중 목적예비비도 우선적으로 집행이 가능할 것이다.

대니얼 카너먼과 리처드 세일러 등 행동경제학자들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실제 여러 종류의 편향과 휴리스틱(heuristic·어림짐작)에 의해 행동하므로 정부의 예산편성과 실제 집행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라고 한다. 2015년 메르스 추경만 해도 그랬다. 2015년 결산액은 본예산편성 금액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5년 결산액은 372조 원이나 본예산액은 375조 원, 추경예산액은 385조 원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본예산 375조 원을 100% 집행하는 것이 (추경을 편성하고도 불용 또는 이월이 많아서) 집행액이 372조 원에 머물렀던 것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구호 또는 정치적인 의사 표현으로서 추경이 아니라, 실제 적시에 꼭 필요한 사업으로 지출이 이뤄지기엔 정치·경제 환경이 훨씬 더 복잡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성과로 연결되는 예산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다.

2019년도의 경제성장률은 2%로 그중 1.5%포인트는 정부, 0.5%포인트만이 민간의 몫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코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 아무리 급해도 미래를 생각하는 지출의 구조조정과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의 급속 증대는 걱정해야 한다. GDP 디플레이터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줄어든 2019년의 성적이 결코 반복돼선 안 된다.

메르스 등으로 인해 내수를 부양하고자 추가 재정 투입 예산이 편성됐으나 집행률이 저조했다는 사실은 전달 체계가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코로나19 추경은 과거의 실패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실집행률을 높이고 내수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집행돼야 한다. 감염병 방역 체계 고도화 2조3000억 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회복 2조4000억 원, 민생 및 고용 안정에 3조 원, 지역경제 및 상권 살리기에 8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왕에 빚을 지고 추경을 하기로 한다면 기존 사업의 효과성 담보와 함께 철저한 현장 중심의 소비력 진작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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