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마스크 대란과 文정부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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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경제산업부 차장

‘마스크 대란’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정·청이 지난 4일 회의를 가졌다. 회의 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재난대책안전위원장은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며 “수출 물량을 거의 없애라, 주말 생산까지 독려하라는 것도 포함된다”고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당·정·청이 내놓은 대책들은 내용도 부실할 뿐 아니라, 사태 수습에 급급한 ‘땜질식’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하나 마나 한’ 발표였다는 생각이 든 것은, 최근 마스크 생산업체 A 부장과의 통화 내용 때문이다.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A 부장은 “직원들이 이미 2교대로 24시간 일하고 있다. 기계도 정비 시간 없이 24시간 돌리고 있다. 더 돌릴 여력이 없다. 과부하가 걸린 기계가 언제 멈춰 설지도 걱정이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쉴 시간 없이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표가 이런 기업들의 현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나온 것인지 의아하다.

정부가 5일 내놓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역시 당·정·청 발표와 마찬가지로 때 늦은 감이 크다. 일례로, 단기 대책으로 내놓은 마스크 핵심 원자재인 ‘멜트블론필터(MB필터)의 조기 수입 추진’과 ‘신규설비 조기 가동’ ‘수입처 다변화 추진’ 같은 방안은 현실 가능성 면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세계 각국이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이제 와 수입처 다변화나 MB필터 조기 수입을 추진한다는 것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물론, 정부 대책이 완전 ‘무용지물’이지는 않을 것이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국민을 생각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게 마땅하다. 정부 대책으로 마스크 생산량도 조금 늘기는 할 것이다. 문제는, 상황을 주도해 가는 ‘선제 대책’ 없이 임기응변식의 수습책으로 사태에 이끌려 간다는 것이다. ‘MB필터의 해외 조달절차 간소화’같이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대책들이 이제야 발표됐다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를 따져 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정부가 마스크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한 것이 지난달 5일이었다. 이후에도 정부는 ‘긴급조정조치’를 두 차례(2월 12일, 26일)나 발동했다.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내놨다는 것은, 정부도 마스크 수급 불안을 인지하고 그 파장을 충분히 예상했다는 뜻이다.

이런 지적에 정부 당국자들은 “신천지예수교회 신자들의 확진자 급증 사태 이전에는 이런 대란을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마스크 수출을 금지한 대만(1월 24일)이나 인도(1월 31일) 같은 국가는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마스크 대란 사태를 어떻게 예견하고 그런 조치를 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한 게 1월 28일이다. 지난 3일 인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원료 부족을 예상하고 의약품 주성분 26종에 대해 수출을 제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인도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이라도 베껴 쓰기를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