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나눔과 배려의 문화 북돋울 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코로나 사태로 국민 고통 가중
많은 美談이 공동체 통합 역할
정치 실패로 나눔 활동 더 중요

나눔과 자원봉사 활성화 시급
소액기부 장려할 제도 만들고
‘이타적 성공’ 교육도 실시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일상 생활과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사회의 스트레스지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마스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데, 수십만 장씩 매점매석한 판매상이나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대량 구입해 판매한 젊은이,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외부활동을 하다가 확진되는 일탈자들의 이야기도 우리를 지치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미담 사례가 가뭄 끝의 단비처럼 우리 사회를 적시고 있다. 전국의 많은 의료진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자진해서 대구·경북으로 달려가고, 국민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자발적으로 실행하면서 공동체를 보호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물론 많은 일반 시민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금 모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미담(美談) 소식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진정한 힘은 이처럼 건강하고 정직한 시민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기부와 자원봉사 나눔 활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해진 기준과 표준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나 공공기관들이 간과하기 쉬운 취약한 부분을 많은 분야의 민간 비영리 단체들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수 있다. 숨 가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새로 나타나는 많은 현안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은 연대와 배려의 시민 정신을 키움으로써 다 함께 사는 우리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회 구성과 계층, 이념으로 나뉜 우리 사회의 다름과 갈등을 조정하고 아우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을 조장하는 현실에서 어려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나눔 활동은 우리 사회를 강하게 묶어주는 연결 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나눔 활동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 서로 배려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나눔의 문화가 생활화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친구들보다 앞서야 하는 경쟁의 문화가 아니라, 함께 가는 공존의 문화를, 경쟁에서 승리하더라도 그 성공을 자기만 누리는 이기적인 방향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눠주는 이타적인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나눔의 문화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물론, 지금도 자원봉사나 기부금, 공익법인 출연 등에 대해 세제 지원과 관리가 되고 있지만, 나눔이 가지는 공익적 가치를 고려할 때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기부금에 대한 세제 지원의 경우에도 기부금이 가지는 성격이나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하는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전에는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는 항목이었던 기부금이 2014년부터 의료비나 보험료, 교육비 등과 같이 세액공제로 바뀌었다. 똑같은 지출에 대해선 똑같은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조세 지원의 형평성을 유지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는 경비적 성격의 지출이나 타인을 위한 소득이전 등을 공제함으로써 진정한 부담 능력을 찾도록 하는 소득공제의 취지를 반영하기보다는 형식적인 공평에 치우친 개편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있었다.

이 조치가 고액기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2016년에는 고액기부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25%에서 30%로 올리고 적용 대상 기부금액도 3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낮췄으며, 2019년엔 다시 1000만 원으로 낮췄다. 이는 고액기부를 장려하기 위해선 바람직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소액기부에 대한 상대적 차별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의 나눔 문화를 사회 저변으로 확산하기 위해 소액기부도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음을 생각한다면 소액기부에 대해서도 같은 공제율 적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더 근본적으로는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정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그 타당성 등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

기부와 자원봉사가 민주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국민의 적극적인 실천과 정부의 지원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에 직면해 함께 나누고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더욱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