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마스크 노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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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마스크 구매 5부제’가 9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첫날부터 약국 앞 줄서기는 여전했고, 혼란도 가중됐다. 판매시간이 제각각이어서 허탕 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혼란을 틈타 마스크 제조 업체를 사칭한 ‘마스크 피싱’ 시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에 수출한 한국산 마스크가 다시 한국으로 재판매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마스크 구하는 데 아까운 시간 허비하지 말고 차라리 집에서 만들어 사용하자’는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을까.

재사용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정부는 지난 1월 ‘KF94나 KF99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고 권장했다. 확진자가 늘어나자 ‘일반인은 KF80까지만 써도 된다’고 권고 기준을 슬그머니 낮췄다. 하지만 지난 3일엔 “건조한 후 재사용도 가능하다”고 말을 또 바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급기야 이의경 식약처장은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양보하는 미덕을 가지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건강하면 마스크 쓰지 마라’고도 했다. 이젠 정부가 마스크 쓰는 국민을 배려심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마스크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떤 마스크를 쓸지, 정부 말도 믿을 수 없게 됐다. 각자도생하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한국은 그야말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8일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이 할 소리냐’며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전북 임실군 등 일부 지자체가 모든 군민에게 마스크를 무상으로 제공, 집으로 배달까지 해줘 큰 호응을 얻었다. 대통령까지 나섰지만, 중앙정부가 지자체보다 못하다. 꼼수와 특혜 의혹까지 비친다. 이러고도 방역대응이 ‘세계적 표준’ 운운하며 자화자찬하고 싶을까. 총선을 앞두고 책임론에 대한 물타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코로나 방역 실패에 더해 마스크 노이로제까지 국민에게 떠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