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공부 경쟁’ 부정해선 국가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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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코로나 방역 실패 심각한 상황
大學 스산한 풍경에 안타까워
더 걱정되는 교육재앙 본격화

산업인력 부족에 기업들 참담
수학·과학 ‘수준별 학습’ 절실
理工인재 양성 국가 존망 좌우

3월도 3분의 1이나 지났지만 모든 학교가 개학을 못 했다. 날씨는 쌀쌀해도 새 출발 하는 뜨거운 마음을 가진 대학 새내기들로 떠들썩해야 할 교정은 스산하기까지 하다. 대학원 연구실도 텅 비어 있다. 좀비 영화 ‘워킹데드’가 생각날 정도로 심란하다. 곧 종식된다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방역 대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정부·여당의 말 바꾸기를 지켜보면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과 만화영화 ‘피노키오의 모험’이 주는 교훈이 피부에 와 닿는다. 하나둘 쌓여 가는 말 바꾸기가 정권을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모르는 것 같다. 잘못과 실수를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하다 들키면 모든 것을 잃는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같은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흔하다. 가장 기본적인 도덕적 규범이지만 지키기도 어렵고 이를 어겼을 때 대가도 혹독하다. 신천지 교단도 정부 당국자도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빨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학교들이 정상화되게 해야 한다.

지금 당장 발등의 불은 코로나19의 종식이지만, 대한민국은 이보다 더 큰 위험을 맞고 있다. 모두가 위기라고 알고는 있고 대책을 세운다고는 하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인구절벽 문제다. 이 문제에 더해 교육절벽 문제가 겹친 대한민국호의 미래는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격이다. 2001년 우리나라 신생아 수는 56만여 명이고, 2020년 대입 수능 응시자 수가 48만여 명이다. 1971년 출생자 102만 명과 1990년 대입 응시자 98만 명을 비교하면 두 수치가 모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30년 전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의 문과 대 이과 비율이 3 대 7이었다. 지금은 그 비율이 6 대 4 정도라고 한다. 요약하면, 이공계 지망생이 약 68만 명에서 19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1990년 우리나라 수출 총액이 650억 달러에서 2018년에는 6000억 달러로 산업 규모가 10배 가깝게 커졌다. 우리나라 수출의 대부분이 이공계 관련 제품임을 고려하면 산업체의 이공계 인력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30만 명임을 고려하면 인구절벽으로 인한 이공계 산업인력 절대 부족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이다. 국가 생존의 문제다.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인력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면,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는 기업들이 필요한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해결책을 찾자고 호소하고 있겠는가. 정부·여당은 알기나 하는가.

인력 양성은 교육 문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한 인재가 만들어지기까지 적어도 30년을 투자하고 기다려야 한다. 교육은 순서가 있다. 유아기에 맞는 교육이 있고, 초·중·고에 필요한 교육이 따로 있다. 초·중·고에서 하지 않은 창의교육을 대학에서 갑자기 한다고 창의적 인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한 예로 최근 인공지능(AI)이 중요하다고 초등학교에서 컴퓨터 코딩교육을 해야 한다고 부산하다. 코딩교육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수학적 기초가 부족한 채 이뤄지는 코딩 조기교육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급할수록 교육의 순서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30년이 걸리는 교육에 조급하면 안 된다. 100만 명의 인력을 양성할 때와 30만 명을 육성할 때의 국가전략은 달라야 한다. 세계적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국부를 창출하기 시작한 프로 스포츠 선수나 K-팝 가수들 모두 오디션이나 국가대표 선발 등 무한경쟁을 통해 육성됐다. 공부 잘하는 것도 국가가 육성해야 할 재능이다. 그런데도 왜 현 정부는 공부 경쟁을 부정하는지 모르겠다.

경쟁을 해야 발전이 있다. 산업체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이공계 우수 인력을 지금이라도 다시 제대로 양성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고교 평준화 틀 아래서 수학과 과학의 수준별 학습이 필요하다. 대학 입시를 단순화하고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줘서 각 대학이 필요로 하는 기초학력 준비가 고교과정에서 제대로 이뤄지게 해야 한다. 정부는 공교육을 살려서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고 결과의 평등을 요구하면 안 된다. 사회적 약자나 경쟁에서 뒤처진 학생들에 대한 보호는 정부가 책임지고 하면 된다. 이공계 인재 양성은 교육정책을 넘어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