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6·25때 공비 급습 작전 중 흉탄 맞은 아버지… 28세에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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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열(1924~1951)

아버지는 일본 해군에서 복무하다가 해방이 되자 경찰에 투신하셨다. 당시 공비들이 고창군 고수지서(支署) 건물을 불태웠다. 아버지는 고창경찰서 사찰계(지금의 형사계)에 근무하는 행정 요원인데도 공비를 소탕하는 특공대장으로 임명돼 토벌에 참전하셨다. 전날 밤 꽃가마를 타고 장가가는 꿈을 꿔 동료 경찰관들이 흉몽이므로 참전하지 말라고 만류했는데도 책임감에 거역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전쟁의 화마가 휩쓸던 1951년 3월 21일 심야에 아버지는 문수사 근처 공비들의 본거지를 급습해 소탕 작전 중 적의 흉탄이 옆구리를 관통, 28세에 전사하셨다. 싸늘한 밤하늘을 보며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 어떤 유언을 남기셨을까.

다음 날 아침 7시쯤 어머니는 경찰서에서 빨리 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나는 겨우 일곱 살로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어머니 손에 이끌려 허겁지겁 따라갔다. 영안실 관에 아버지가 누워 있었다. 전투복과 모자 등이 관 옆에 놓여 있었고, 아버지는 허리에 붕대가 감겨 있었으며, 눈을 감고 있어 마치 잠자는 듯 보였다. 어머니는 ‘이 사람이 네 아빠다’라며 내 손을 당겨 아버지의 얼굴을 만지게 한 후 땅에 털썩 주저앉더니 통곡하셨다. 나도 울음을 쏟아냈다. 고창군장(葬)으로 장례를 치른 후 고창읍에서 얼마 떨어진 선산으로 갔다. 온 마을 주민들이 구름처럼 모여 울음바다를 이뤘다. 교꾼들이 꽃상여를 메고 슬픈 어랑 소리를 외치며 선산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꿈에 보았던 꽃가마가 아닌 꽃상여를 타고 가족을 남겨 둔 채 하늘나라로 가신 것이다. 아버지의 애국적인 요절로 우리 가정의 평화는 무너지고, 가세는 기울어 갔다.

그해 봄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침밥을 먹고 매일 아버지 산소를 둘러본 후 학교에 가곤 했다. 어머니는 불과 20대에 미망인이 되었지만 야속한 삶을 원망하지 않고 오직 삼 남매를 건사하기 위해서 눈물도 한숨도 모두 잊고 꿋꿋하게 살아왔다. 우리는 비록 가난했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에서 당당하게 살았다. 나는 지금 아버지보다 두 배 반 이상이나 살아 미안하지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돌아가신 지 36년 만인 1987년 4월 30일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장했다. 1994년 11월 23일엔 어머니마저 별세하셔서 아버지 곁에 합장해 드렸다. 전쟁기념관에서 아버지 이름을 검색해 봤더니 ‘고광열 1924. 4. 5. 출생, 1951. 3. 21 고창에서 전사’라고 만 기록되어 있어 아버지의 공적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계기관을 5년 동안 뒤졌지만, 공적 기록이 전혀 없었다. 당시 아버지의 친구인 고창 경우회 전 회장 안OO 씨를 겨우 찾았다. 아버지에 대한 공적 사항과 무용담을 자세히 듣고 인우보증서를 작성한 후 공증하여 경찰청에 제출했으나, 단지 구전(口傳)일 뿐, 객관적 사료(史料)가 아니라는 이유로 현재까지 공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후손들은 유지를 받들어 워싱턴에서, 파리에서 알찬 열매를 맺어가며 대신 한을 풀고 있다. 미국으로 이민 간 여동생이 8년 전에 일시 귀국해 아버지가 전사하신 장소를 찾았다. 국화 열 송이를 헌화한 후 묵념을 올렸다. 허공을 향해 아버지를 부르면서 아버지가 가르쳐준 ‘특공대’ 노래를 목청껏 불러 봤다. 별을 따다가 아버지 영전에 바치면 그리움이 가실까 피로 쓴 사부헌시 ‘아버지 정녕 가신 건가요’가 국가보훈처에서 입상되어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영구 전시돼 한을 새겨 놓았다.

고재덕(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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