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文정부 ‘전문가 패싱’ 나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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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醫協 경고 무시한 코로나 대응
확진자 폭증해 국민 생명 위협
탈원전·경제도 최고 전문가 배척

中 문화혁명 ‘紅·專 투쟁’ 연상
국가 자살 부를 이념편향 질주
총선 D-30 국민이 나서 막아야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국내 코로나 사태가 신천지 + α 정도로 수습되고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식 대처가 긍정 평가를 받는 것이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600명으로 정점을 기록했던 지난 3일 어느 여권 핵심인사가 비공식적으로 한 말이다. 이런 염원이 통한 것일까. 최근 국내 감염 폭증세가 다소 주춤하는 반면 해외에선 무섭게 번지자 문재인 정부가 그 틈을 비집고 “한국이 새로운 방역 모델” “세계의 모범·표준” 운운하며 방역 성공론을 전파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 사태 초기이던 지난 1월 26일 후베이(湖北)성 뿐만 아니라 중국 주요 5개 지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6차례에 걸쳐 중국으로부터의 전면 입국 금지 등을 요구했지만 문 정부는 외면하고 ‘정치적 입장’ 프레임까지 씌웠다. 대한감염학회가 중국 입국제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권고문을 낸 건 지난 2월 2일, 확진자가 15명일 때였다. 정부는 ‘운명공동체’ 운운하며 이런 건의를 묵살했다. 그래놓고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신천지 탓, 심지어 대구 사태로 돌렸다. 전문가 의견을 수용했더라도 상황이 나빠졌을 수 있다. 정반대로 신천지 사태가 없었을 수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초동 대응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배척했다는 사실이다. 양자역학 창시자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말처럼 ‘전문가는 최악의 실수들과 그것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정치와 진영논리가 과학적 사실과 합리성을 압도하는 일이 문 정부 들어 일상이 됐다. 탈원전 정책부터 그렇다. 국내 전문가들이 온갖 설움을 견디며 60여 년 공들여 쌓아 올린 세계 최고 경쟁력의 한국 원전이 문 정부 들어 이유도 모른 채 세월호에 비유되며 천덕꾸러기가 됐으니 말이다. 한국형 원전 개발과 상업화 책임자였던 이병령 박사는 저서 ‘한국형 원전, 후쿠시마는 없다’에서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일념으로 일궈온 원전 기술을, 갑자기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니까 없애야 한다고 하니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요즘 잠을 자주 설친다”고 했다.

경제정책은 또 어떠한가. “족보에도 없는 정책으로 후유증이 클 것”이란 경제전문가들 경고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더니 급기야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이 4%나 감소하고 명목성장률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서울 강남 지역을 향해 ‘적군’ 대하듯 ‘기관총’을 쏴대는 부동산정책 앞에 “수요 몰리는 곳에 공급을 확대하는 게 해답”이란 부동산전문가 목소리는 발붙일 틈조차 없다. 교육 부문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위한 수준별 학습이 절실하다”는 전문가들 외침은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밀어붙인 문 정부 앞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정치와 이념이 전문지식을 압도하는 문 정부 행태는 1960년대 중국 문화혁명 당시의 ‘홍·전(紅專) 투쟁’을 떠올리게 한다. 홍위병 광풍 속에 사상과 이념으로 무장한 ‘홍’이 전문지식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전’을 제압하면서 대륙을 광란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국정 운영은 곧 리스크와의 싸움이다. 특히 모든 영역이 고도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문가 활용능력이 곧 정부의 능력이고 국가의 경쟁력이다. 그런데 전문가 충고를 무시하고 ‘나만이 정의롭다’는 독선에 빠져 무한 질주하는 문 정권의 ‘전문가 패싱’ 행보가 아슬아슬하다. 서울대 공대 학장과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을 지낸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은 “문 정권은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청산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무능하면 전문가 머리라도 빌려야 할 텐데, 외려 내친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이론과 사람들을 앉힌다.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 전문가를 무시하는 문 정권의 이념 편향 전횡이 ‘국가의 자살’로 치닫는 걸 막으려면 하루속히 광란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비합법적으로 정치권력을 뒤엎는 혁명이 아니라면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전면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4·15 총선이 꼭 30일 앞이다. 전문가 말에 귀 닫고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문 정권에 죽비를 내리칠 때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무능 정권이 엎지른 물을 주워 담느라 국민이 생고생하는 고통을 장기간 감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