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비상>‘法’만 지켰어도 소규모 감염확산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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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 방해·거짓진술 금지
지자체 권고 협조 의무도 명시
위반 땐 2년이하 징역 등 가능

안일한 당국·시민이 빚은 人災

전염병 유행 상황에서 국민·정부·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상세히 정해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속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규모 집단감염 사례는 일부 국민의 몰지각한 대응 태도와 정부의 안일한 행정집행 등 ‘방역 방심’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법대로만 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감염병예방법은 1954년 제정, 2009년까지 ‘전염병 예방법’으로 통용되다 신종플루(H1N1)가 대유행한 이듬해인 2010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에 창궐한 2015년 대폭 개정되며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총 12장 83조에 걸친 내용 중 6조와 18조는 국민이 정부의 역학조사나 격리, 입원 치료 등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고 만약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 일간 일부 국민은 해당 법을 준수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수도권 두 번째 규모로 49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는 정부와 지자체의 종교집회 자제 권고에도 예배를 강행, 진정국면에서 대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빗장이 풀린 사례로 꼽힌다. 또 지난 12일에는 교육부의 대학 개강 연기 권고를 수용한 명지대가 2월 중에 어학당을 운영해 이곳에서 수강 중이던 중국인 유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7일엔 70대 여성이 대구에 사는 사실을 숨긴 채 서울 백병원에 입원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방역 당국의 혼선이 빚어졌다. 그런데도 정부의 행정 집행은 느슨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백병원 확진자에 대해서만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내사에 착수,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 달리 프랑스 등 해외에선 이동제한령을 공표하고, 이를 어길 시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전염 위험 해소 시까지 집단 예배를 금지하기도 했다.

17일 0시 기준 국내 누적확진자 수는 8320명으로 이 중 1401명이 격리해제 되며 완치자가 늘고 있지만, 진정국면에서 추가 확산을 차단하려면 감염병예방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등 한층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질병 모델링 연구소 등 연구팀은 지난 10일 “워싱턴주 킹·스노호미시 카운티 지역 실험 결과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질병 발생·사망 등 수치가 크게 줄었다”면서 효과적인 개입이 이뤄진다면 기하급수적 확산을 저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