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좌파 정권의 경제사령탑 不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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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부장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우리나라에 ‘경제 컨트롤타워(사령탑)’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가 ‘패싱(건너뛰기)’ 논란에 휩싸인 첫 번째 사례는 정권이 출범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지난 그해 6월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였다. 김부겸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은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면전에서 “새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증세(增稅)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해 6월 2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과세표준 2000억 원을 넘는 초(超)대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자”며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인 5억 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추 대표의 제안에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증세를 하겠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며칠 전까지 “법인세 등의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말해온 김 전 부총리는 졸지에 ‘허언(虛言)이나 하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2018년 12월 11일 홍남기 부총리가 2대 경제부총리로 취임한 뒤 겉보기에는 민주당과 청와대, 정부 간에 경제 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홍 부총리가 ‘예스맨’이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며 청와대나 민주당의 의견을 모두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가 임명될 때부터 “전임자인 김 전 부총리에게 크게 데어서인지 무난하고, 온순한 사람을 임명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랬던 그가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 증액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이 공개되자 발끈했다. 그날 밤 그는 페이스북에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라며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 하는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이라고 썼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13일 홍 부총리에게 “앞으로도 잘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이 대표와 홍 부총리의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다.

좌파 정부에서 경제 사령탑은 언제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불안정했다. 문 정부의 전신(前身)인 노무현 정부에서도 내내 그랬다. 좌파 정부의 권력 핵심부가 경제 관료나 전문가를 믿지 않고,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정치적 판단이나 이념을 개입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좌파 이론에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군사,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 의견보다 정치적 판단이나 이념을 우선시한다. 그런데 경제 관료와 전문가를 ‘왕따’시키는 청와대와 여당 수뇌부가 경제를 잘 아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직장인의 농담 중에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상사가 최악’이라는 말이 있는데, 딱 그런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사령탑이 없는 상황이 앞으로도 이어지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은 지난(至難)하고 험한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