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성급한 ‘코로나 종식’ 선언… 中, 내부 균열 조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중심가에서 노동자들이 영업을 중단한 식당과 은행 앞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도부 “우리가 승리” 선전 불구
저소득층 경제적으로 한계 상황
고용 불안 커지면서 시위 번져

NYT “中 감염자 통계에 오류”
WP도 “은폐·실책 눈감아” 비판

중국이 과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는가를 놓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17일 기준 3226명 사망, 8만881명의 확진자 발생이 성공적인지도 논란이다. 통계조작 의혹도 끊이지 않아 왔다. 중국 당국의 성급한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거둬지지 않는 이유다. 서민층을 파탄으로 내몬 경제난·여론 악화 등으로 중국 내부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공식 감염 통계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계 밖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추론을 근거로 한다. 실제 중국은 발생 초기 진단장비와 병상이 턱없이 부족했다. 의료진 감염도 많아 검진 자체를 제대로 실시하지도 못했다. 지방 정부가 감염자 수를 줄이라는 압박에 시달린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국이 경제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공장 가동이 원상태를 복구한 것처럼 전기 사용량을 거짓 보고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감염자 통계에는 오류가 있거나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중국 정부의 주장은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데다 대응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는 수개월간의 부인, 은폐, 실책에 눈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방역을 위해 두 달 가까이 후베이(湖北)성 등의 도시가 봉쇄되고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으면서 중국의 저소득층은 경제적으로 한계 상태에 몰렸다. 중국가계연구센터가 1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반 가정의 40%는 소득 없이 3개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답했다. 2월 둘째 주까지 중소기업의 거래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후베이성에서의 거래량은 70% 이상 감소했다. 간리 텍사스 A&M대 교수는 “코로나19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6개월이 될지, 1년이 될지 알 수 없다”며 “일반 가정이 소득 없이 생계를 지속할 수 있는 기간보다 고용 불안 시기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주민들은 생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택시 운전을 하는 한 남성은 “그동안 하루 평균 600∼800위안(약 10만6000∼14만1900원)을 벌었지만 최근 수입이 80∼100위안(1만4000∼1만7000원)으로 줄었다”고 FT에 말했다. 청소부로 일하는 허베이(河北)성 출신의 우모(여·50) 씨는 지난해 12월 이후 봉급을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분노로 번지면서 제조업 중심지인 광둥(廣東)성 등 6개의 도시에서 소규모 시위도 일어났다. 선전(深)에선 전염병 감염 위험이 있으니 흩어지라는 경찰의 경고에도 자영업자·영세업체 종사자로 구성된 시위대가 임차료 인하를 요구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선전 활동을 벌이자 반발도 터져 나왔다. 우한(武漢)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대한 ‘감사 운동’을 전개하려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코로나19 확산의 피해가 막대한 상황에서 확산을 초래한 관료에 대한 책임을 묻지도 않고 감사 운동을 전개하라는 지시에 대해 황당함과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베이징(北京)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정부의 선전 활동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여론 악화에 당국은 SNS 검열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지난달 시나웨이보,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 위챗(微信)의 모기업 텐센트 등에 감독부서를 설치한 바 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