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하교 때마다 집 앞에서 기다리시는 할머니… 꼭 성공해서 비행기 태워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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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교육감賞 하민정

하나뿐인 내 편 할머니께.

할머니 안녕, 할머니 손녀딸 민정이야. 매일 아침 눈 뜨면 보는 게 할머니 얼굴이지만 편지를 쓰려고 하니 할 말이 너무 많아. 일하느라 바쁘신 아빠를 대신해 아침마다 짜증 내는 나를 깨우느라 우리 할머니 많이 힘들었지? 말도 안 듣고 짜증만 내는 나를 뭐가 그리 예쁘다고 안아줘? 그래도 나 항상 말은 이렇게 해도 정말 힘들 때 할머니 생각 많이 했어. 할머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할머니가 좋아. 내가 고등학교 들어와서 늦게 마치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집에 오랜 시간 못 있어서 많이 서럽고 외로웠지? 내가 할머니한테 신경을 못 쓴 것 같아. 말 한마디 나눌 사람 없는 할머니에게 말 한마디 못 건네줘서 미안해. 할머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하고 후회가 너무 많이 돼. 지금이라도 잘해야지 하는데 사랑한다고 말 못 한 게 많이 가슴에 맺혀 할머니.

이제 할머니 손녀딸 17살이야. 할머니 나 친구 진짜 많아. 다 착한 친구들이니 신경 쓰지 말고 아프지 마셔. 그만 걱정하고, 내 걱정하느라 잠 설치지 말고 이젠 일찍 자야 해 할머니. 그리고 맨날 할머니가 집 돌계단 앞에서 잠이 안 온다는 핑계로 나 오기 1시간 전부터 앉아있는 거 다 아니까 이제 그만 편히 자 알겠지? 손녀딸 공부 잘한다고 자랑한다며 할머니? 얼마 전에 24층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시더라. 누가 보면 1등이라도 한 줄 알겠다. 할머니 난 누구보다 빨리 성공해서 할머니가 돈 걱정 안 하고 두 발 다 뻗고 자게 해주고 싶어. 할머니가 평생 못 타본 비행기도 타고 돈 아깝다고 한 치킨도 종류별로 시켜서 배부르게 먹자. 돈방석에 앉는 건 아니더라도 할머니가 못 해본 거 내가 돈 벌어서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게 해줄게. 세상에는 쉬운 게 없다는,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할머니 말이 다 맞는 것 같아. 남들보다 더 노력해서 할머니한테 행복을 안겨줄게. “세상에서 나쁜 사람은 되지 마라”며 거짓말하지 말라는 할머니 말 나 다 지키고 있어. 다 새겨듣고 정말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 그때까지 기다려 줄 거지?

할머니에게 편지 쓰다 보니 후회되는 게 너무 많아. 난 후회하는 거 정말 싫은데 할머니한테 못 해준 게 가슴에 찡하게 남아. 이때까지 할머니한테 받은 사랑 다시 다 돌려줄게. 할머니 내가 글 가르쳐 줄 테니까 꼭 읽어야 해. 꼭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 줘야 해. 할머니는 내 인생의 영원한 친구야. 할머니 너무 사랑해요.

할머니 손녀딸 민정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