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코로나 발원’ 적반하장과 중국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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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연구센터장

코로나19가 미국·유럽 등지로 급속히 확산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됐지만, 중국은 국내 상황이 호전되자 ‘중국 발원론’과 ‘중국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프레임 전환에 나섰다. 고위 지도자들은 중국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인류 공통의 위기에 공헌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이나 일본·이탈리아·이란 등에 대해선 ‘경험’ 전수와 지원을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한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일 한 좌담회에서 코로나19의 근원과 전파 경로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미국이 중국 당국의 초기 대응 불투명과 미국 전문가들의 우한(武漢) 방문 거절 등 사실 은폐에 급급해 중국은 전 지구적 재앙의 발원지가 됐다는 주장에 마땅한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호전되자 중국의 감염병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가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진자의 우한 첫 출현이 발원지라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특히,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우한에서 거행된 세계군인운동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면서 직접적으로 미국을 겨냥하고 나섰다. 새로운 미·중 갈등에 불을 붙인 형국이다.

당연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로 언급할 만큼 여전히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진실을 알 길이 없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19가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에서 시작됐고 중국 내 창궐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세계적 국가를 지향하는 중국의 태도는 자충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까지 중국은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 여파로 중국 사회와 국가 경제와 민생 경제는 커다란 피해를 보고 있다. 언젠가는 바이러스가 퇴치되고 물질적 피해는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처리하는 중국의 태도다.

일단 중국은 초기 대응 미흡에 대한 인정에 인색했다.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경고는 유언비어가 돼 ‘훈계’를 받았고, 2003년 사스라는 대전염병을 겪었음에도 적절한 대응체계를 여전히 수립하지 못했다. 중국 사회의 현대화·세계화 추세에서 한 사회가 내부적 ‘휘슬 블로어’ 하나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통치 합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시진핑 지도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정치현대화는 중국적 특수성의 발현이 아니라 보편주의적 성숙으로 표현돼야 한다. 중국 당국은 이번에도 진상 규명이나 민생보다는 강력한 통제를 통한 당 중심의 사회 안정이 최우선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시진핑 권력의 역(逆)강화도 예상된다.

또, 중국 지도부는 공산당이 어려움을 극복했다면서 인민들에게 당의 위대함을 강요한다. 자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기를 바라는 정권은 없지만, 무조건 당을 믿고 따라오라는 일방적인 주문과 통제는 중국인은 물론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힘들다. 이러한 중국식 처리 방식과 태도는 여러 가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여전히 국제사회와 협조하는 ‘투명한 중국’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중국을 마주하는 한국의 태도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히, 중국의 이익은 한국과 다르고 운명도 같을 수 없다. 북한과 북핵 문제 그리고 경제 관계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대중(對中) 정책은 중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 우리의 외교 공간을 좁게 만들 수 있다. 정치적 판단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스스로 형상화해 중국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