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킹덤’보다 못한 코로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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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장

시즌 1 이후 1년여 만에 공개된 ‘킹덤’ 2가 화제다. 제작사 넷플릭스가 광고비 비싸다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킹덤’ 예고편을 걸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벌인 것은, ‘왕좌의 게임’에 비견될 정도로 호평받는 ‘킹덤’의 재미나 완성도 같은 이유뿐만이 아니다. 알다시피 인간의 욕망이 낳은 역병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현실과 판박이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킹덤’을 보면 현실이 겹쳐 떠오른다. 주인공인 왕세자 창이 권력에 대한 욕망을 버리고 백성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좀비와 싸워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위급한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모든 것을 정치적 표로 계산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모습이 스친다. 드라마가 판타지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현실에선 왜 창 같은 리더가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의녀 서비의 활약도 꽤 의미심장하다. 배우 배두나가 맡은 서비는 창을 도와 역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그는 선인과 악인이 분명한 드라마에서 누구든 역병에 걸린 사람을 살리고, 이를 통해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연구자이다.

조선 시대 의녀라면 전문직 관리지만 계급으로는 중인도 못 되는 신분이었다. 실제로 관비 중에서 뽑혀 의술을 배운 뒤 성적이 우수해야 의녀로 일할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하면 다시 관비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 시대 여성에, 천민, 게다가 드라마 속 서비는 일종의 수습 의녀로 보잘것없는 인물이다. 그런 서비의 말과 판단에 창은 물론 약삭빠른 관리부터 탐욕스러운 조학주 대감과 권력욕에 사로잡힌 왕비까지 귀를 기울이고 따른다. 다소 도식적 비교이긴 하지만 서비의 활약은 최근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우리의 ‘전문가를 무시한 판단’ ‘전문가를 배제한 정책’과 매우 다르게 뻗어간다.

‘킹덤’까지 끌어와 이야기했지만 사실 코로나 사태 속에 불거진 ‘전문가 무시’는 새로운 일도, 우리만의 상황도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전문가의 몰락’은 ‘반 지성주의’와 짝을 이루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휩쓴 현상이다. 검색 몇 번이면 누구나 전문가로 행세할 수 있는 시대, 가짜 뉴스와 가짜 전문가들이 넘쳐나는 시대의 결과이다. 공공선에 복무한 서비와 달리 전문가 엘리트들이 자기 이익에만 몰두해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으며 불신의 대상이 된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 우리는 ‘진짜’와 ‘가짜’, 전문가와 얼치기를 구분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이 구분과 선택이 적당한 정치 놀음과 뒷담화로 끝나지 않고, 우리 목숨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극명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은 언제나 그랬다. 일상 속에선 몰랐을 뿐이다.

코로나19로 세계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와 긴 싸움 중이지만 이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혹독한 과정을 현명하게 지나야 한다. 가짜와 진짜, 말로만 이익을 챙기는 자와 묵묵히 일하는 자, 이기적 정치 선동과 이타적 시민의식을 제대로 구분하고 평가하고 자리 잡게 하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제대로 통과하는 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