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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19일(木)
‘코로나 뉴노멀’ 그래도 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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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학

아내와 등을 돌리고 잠잔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아내는 동쪽 벽을 보고 나는 서쪽 벽을 보고…. 서로 얼굴을 안 보고 자려니 어쩐지 어색하다. 괜히 서먹해지는 듯하다. 무슨 큰 다툼이 있어서가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얼마 전엔 결혼식 주례를 했다. 단상에서 보니 말문이 막혔다. 기뻐해야 할 얼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크지 않은 식장인데도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였다. 자리한 하객들조차 얼굴보다는 하얀 마스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섬뜩했다. 피로연도, 혼주와의 인사도 부담스러웠다. 식이 끝나자마자 일정을 핑계 대고 서둘러 빠져나왔다.

코로나19가 낳은 2020년 봄 풍경이다. 바이러스로 세상이 바뀌면서 새롭게 정립된 생활 표준, 이른바 ‘뉴노멀’이 도래했다. 지인들과 밥을 먹거나 주말에 장 보러 가는 일상에도 이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해졌다. 그러고 보니 호기롭게 폭탄주를 마시며 “위하여”를 외치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소주 한잔하자는 연락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애꿎은 카톡만 잇달아 울릴 뿐이다. 대부분 코로나 얘기다. 그 모든 익숙했던 일들도 어색해졌다. 하루하루 뉴스를 보고 듣는 게 공포가 된다. 겁주는 얘기뿐이다.

코로나가 주는 우울증, ‘코로나 블루’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나도 피해자인데 또 누군가에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기괴한 현실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황당한 상황에 망연자실, 사람들은 갈수록 우울해진다. 대학도 어렵다. 카페도 식당도 문이 닫혔다. 인터넷 강의 동영상 찍느라 목이 다 쉬었다. 연구실 창 너머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캠퍼스에 진달래가 만발했건만, 화사한 풍경에도 아랑곳없이 다들 웅크린 채 종종걸음이다.

얼마 전 남도의 절을 찾았다. 송광사와 송광사 산내 암자인 뒷산 불일암을 찾은 사흘간의 여정이었다. 코로나가 여전했지만 무리해서 찾아갔다. 법정 스님과의 인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이 가신 지 꼭 10년 되는 날이다. 1980년대 청춘의 한 시절 피치 못할 사정으로 송광사에 석 달간 지냈다. 승려로 변복한 채 고스란히 행자승의 일과를 수행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손전등을 들고 채소를 솎아 다듬어 씻고,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짓고 마당을 쓸었다. 절집의 일과는 무척 바쁘다. 행자승은 훈련병처럼 늘 군기가 바짝 들어 있다. 언제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른다. 그 시절, 잠시 틈만 나면 반 시간 걸어 뒷산에 있는 불일암을 찾았다. 스님은 늘 그렇듯이 무덤덤하게 반긴다. 당시 법정은 전국구 스타가 아니었다. 유명하지도, 알아보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방문객도 없어 암자는 적요함 그 자체였다.

내가 아는 법정 스님은 아주 까칠한 분이다. 지금도 가끔 생각해 본다. 남과 어울려 살기보다 혼자 살기가 편했을 것이라고. 까칠함 덕분에 큰 절인 송광사를 불편해하며 뒷산 중턱에 두 칸짜리 토굴을 손수 짓고 혼자 살았다. 요즈음 요구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한발 앞선 실천쯤 된다. 그런 스님이 말했다. 떨어져 살지만 결국은 사람이 부처다, 사람과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고. 스님은 일평생 사회와 거리를 두고 살았지만, 책과 강연을 통해 끊임없이 사람과 가까이했다.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두더라도 심리적 거리 두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스님의 당부다. 그러나 세상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며 거리를 두라고 야단들이다. 바이러스를 이유로 마음마저 멀리해서는 곤란하다. 어수선한 봄, 그래도 새는 울고 꽃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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