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의 에어 카페>“고난 이기자”… 자신의 역할에 최선 다했으면

  • 문화일보
  • 입력 2020-03-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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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혀 예고되지 않았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이겨내기가 더 힘든 것 같다. 항공업계는 말할 것도 없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상황은 사실 더 참담하다. 설레는 표정의 전 세계인들이 북적이던 공항은 불과 2주 남짓 사이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곳으로 바뀌었다. 주기장에 비행기들이 죽 줄지어 있는 생경한 풍경을 볼 때면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땅에 내려서기 무섭게 다시 날아올라 세계의 하늘을 바쁘게 오갔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한없이 착잡해지곤 한다.

어려움이 닥치면 비로소 사람의 진면목(眞面目)이 보인다고 했던가. 얼마 전 코로나19 여파로 난생처음 스리랑카를 방문하게 됐다. ‘몰디브’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갑자기 발표되면서, 몰디브를 가기 전 2시간 경유하는 스리랑카 콜롬보에 이틀간 머물게 된 것이다. 저녁을 먹고 우연히 동료 둘을 만나 호텔 1층 카페에서 잠시 커피 한잔을 나누는 도중 외국인 청소년 둘이 우리를 향해 “코로나, 코로나”라며 비아냥거리면서 지나갔다. 심각한 상황도 아니었거니와, 철모르는 아이들의 행동이라 여겨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그런데 멀리서 지켜보던 한 외국인 부부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들 중 부인이 먼저 “우연히 보았는데 참으로 부끄럽다. 가족도 친구도 아니지만 대신 사과한다”고 말문을 열었고, 곧이어 그의 남편도 “한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명하게 극복을 잘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에게도 곧 닥칠 일일지 모르는데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왠지 모를 뭉클함이 잔잔하게 퍼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우리는 “누군가의 위로를 받으면 이런 기분이라는 걸 알았다” “너무나 값진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얼마 전 한 정비사님은 여분의 마스크가 없는 후배에게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줬다. 장거리 비행을 가야 하는 딸 같은 자식에게 주고 싶다며. 비행에 나서기 직전 에너지 음료를 나누며 서로를 북돋워 주거나, 동료끼리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송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가장 적합한, 전력을 다한’이라는 뜻을 지닌 ‘최선(最善)’이라는 글자의 한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선은 먼저 선(先)이 아닌, 착할 선(善)이다. 앞선다는 의미인 ‘선두’ 등에는 먼저 선이 쓰이지만, 최선에는 착할 선이 쓰인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선한 마음으로 자신의 역할과 관계에 성실히 임할 것이냐, 고단함에 피폐해져 부정적 민낯을 드러내며 망가지느냐 하는 것은 오직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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