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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20일(金)
‘투뿔’ 소고기, 키조개·표고 만나니…‘쓰리뿔’ 남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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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반타원형 불판에 구워낸 정남진만나숯불갈비의 장흥삼합. 오른쪽 작은 사진은 농어와 우럭회를 된장, 열무물김치와 혼합한 삭금횟집의 된장물회.

■ 장흥의 별미 ①

- 장흥삼합
구운 소고기+끓인 키조개·표고
‘홍어 삼합’ 뺨치는 최고의 궁합
선짓국과 함께 더욱 풍성한 맛

- 수제치즈·베이커리
‘길목장’ 아포가토 탁월한 풍미
‘그랑께롱’ 직접 키운 밀 사용해
천연발효종 건강한 빵 만들어

- 된장물회
된장·열무물김치 혼합 국물에
농어·우럭회 넣은 소박한 음식
술 마신 다음날 해장으로 제격


3월 중순이 넘었지만 도심은 아직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고, 봄을 잠시라도 느끼고 싶어 남쪽으로 향했다. 탐진강과 토요시장으로 유명한 전남 장흥군은 현재 코로나19 청정지역이지만 방역요원들이 거리를 소독하고 있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시기다. 6년 만에 다시 찾은 장흥의 대표 음식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점심시간 즈음 장흥에 도착했다. 소고기가 유명한 장흥에 왔으니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을 함께 구워 먹는 ‘장흥삼합’을 가장 먼저 먹고 싶었다. 장흥삼합 맛집인 ‘정남진만나숯불갈비’에 방문하기 위해 건산리로 향했다. 장흥읍 중앙에 위치한 이곳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좌측에 정육코너가 있어 부위별로 소고기를 고를 수 있다. 삼합의 재료인 키조개와 표고버섯 또한 별도로 포장돼 있어 추가로 고른 후 자리에 앉으면 준비된 기본 상차림, 숯불과 함께 삼합 재료를 내온다.

독특한 반타원형 불판이 특별했다.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중앙 부분에 고기를 굽고, 아래 부분의 움푹 파인 곳에 간장 육수를 부어 육수가 끓으면 키조개와 표고버섯을 넣어 익혀서 먹는다. 각 재료의 익는 속도를 맞추고, 고기와 버섯·키조개를 같이 구웠을 때 타기 쉬운 단점을 보완한 방법이다. 윤성윤 대표가 이런 방법을 연구해 고기도 굽고 육수에 표고버섯과 키조개를 익혀 먹는 특별한 돌판의 특허도 가지고 있다.

적절히 구워낸 소고기와 육수에서 익혀낸 표고버섯, 키조개 등 세 가지 재료를 한 가닥씩 집어 한입에 넣어보면 장흥삼합의 참맛을 알 수 있다. 맛있게 먹으려면 각 재료의 익힘 균형이 중요하다. 씹는 맛이 좋아 지방이 덜한 소고기 부위를 고르지만, 삼합으로 먹을 때는 등심 등 지방이 조금 많은 부위를 고른다. 다른 재료와 조화로워 씹는 질감을 좀 더 부드럽게 느낄 수 있다. 예민한 입맛을 가졌다면 소고기, 표고버섯, 키조개 등을 별도로 구워 소금에 찍어 먹으면 각 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  우리 밀로 건강한 빵을 만드는 그랑께롱 빵공장의 다양한 빵(위)과 목장우유로 만든 도깨비풀 크리머리의 유제품(아래).
기본 찬으로 소 선짓국과 잡채, 양상추 샐러드, 조개 회무침, 채소, 겉절이 김치 등이 나왔는데 이 중 콩나물을 넣어 끓여낸 선짓국이 단연 별미였다. 소고기와 선짓국을 함께 즐기는 조합은 장흥에서 처음 경험했는데 소고기 본고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샐러드드레싱도 특별했다. 마요네즈와 옥수수를 갈아 혼합해 만들어 고소하니 기분 좋은 맛이 났다. 장흥에는 사람 수보다 소의 수가 많다고 한다. 키조개와 표고버섯 모두 장흥 인근이 국내 최대 산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 장흥삼합은 장흥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좋은 음식으로 추천한다.

식사를 마치고 읍내를 걸었다. 여행 첫날은 언제나 그러하듯 방문지에 대한 기대가 있다. 이전에는 밤에 도착해 읍내를 걸어볼 여유는 없었다. 탐진강은 아름다웠다. 강 건너에 바로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이 보였고, 강을 따라 꽃과 푸르름이 함께 있었다. 이미 봄이었지만 장흥에서 봄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시 마스크를 벗고 얼굴에 스치는 바람결을 느껴보았다. 얼마 만에 느낀 마스크로부터의 자유인가. 짧았지만 행복하고 강렬했다. 다시 군청 방향으로 걸었다. 이곳에 목초만을 먹여 키우는 목장우유로 다양한 유제품을 만들어 파는 카페가 있다. 길목장에서 운영하는 ‘도깨비풀 크리머리’가 위치한 동쪽으로 계속 걸었다. 길목장은 장흥 출신 생물공학 전공자인 낙농 2세대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그라스 페드 밀크’로 만든 치즈와 요구르트 등 다양한 유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이 도깨비풀 크리머리다.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 없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카페를 겸하고 있어 방문자들은 길목장의 다양한 상품을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카페가 생각보다 예뻤다. 초록 화분과 페브릭으로 장식돼 있어 편안한 느낌을 전한다. 제품 구성도 꽤 다양했다. 송아지 때부터 4년간 들꽃과 양질의 풀만 먹여 전통방식으로 기른 젖소의 100% 원유를 30분 이상 저온 살균해 만든 우유와 저온에서 하루 이상 발효시킨 수제 요구르트, 구워 먹는 할루미 치즈, 치즈를 만들며 나온 유청을 끓여 만든 생치즈, 천일염을 넣어 6개월 이내로 숙성시킨 숙성 치즈, 밀크잼 등이 냉장고에 제품 설명과 함께 보관돼 있었다. 카페에서는 커피, 차, 우유, 라테,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했다.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 원액을 부어 만든 ‘아포가토 퐁당’은 그리 달지 않은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의 진한 풍미가 어우러져 특별한 맛을 낸다. 치즈 제품이 궁금해 구워 먹는 ‘스테이크 치즈’를 주문해 시식해 보았다. 우유가 좋으니 치즈 맛도 당연히 좋았다. 라테 제품도 추천한다. 가업을 발전시키는 후계자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강태안 미식여행가
우리 밀로 건강한 빵을 만드는 용산면 용안로 ‘그랑께롱’ 빵 공방으로 이동했다. 국악을 전공한 음악가인 선강래 대표는 밀재배 농부로, 제빵사로 직업의 변화를 거쳤다. “대학 강사 시절 시간의 여유가 생겨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농사가 본업이 됐습니다. 수확 시기에 맞춰 다양한 밀을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는 금강 밀, 스위스 밀, 앉은뱅이 밀을 생산하고 있어요. 특히 앉은뱅이 밀은 제빵과정에서 다른 종류의 밀과 섞어 사용합니다. 현재 주문의 80% 이상이 선주문 택배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빵은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3일 동안 만들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읍내에서 1년 동안 빵 공방을 하다 이곳에 옮겨와 2016년부터 밀 재배를 시작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빵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밀을 재배하며 부가가치를 높일 소비방법을 연구하다가 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일에 만드는 빵은 당일에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방문했던 날은 빵을 만드는 날은 아니었지만, 맛이 궁금해 만든 지 3일 된 빵을 먹어봤다. 그리 퍽퍽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천연발효종 빵이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합니다. 또 빵집이 드문 곳에 사는 분도 많이 주문하십니다.” 노력을 많이 들여 가격이 비쌀 것 같지만 ‘착한’ 가격에 팔고 있다. “합리적 판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비싸지 않게 판매합니다.” 이것이 그의 담담하지만 원대한 꿈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일 것이다.

밀 농장이 있는 용산면에는 어산리에 위치한 푸조마을이 있다. 마을을 지키는 신성한 3개의 큰 나무와 나무의 나이보다 훨씬 오래됐을 마을의 나이도 상상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에서 잠시 사색했다. 시간과 세월이 녹아 있는 이 마을 어귀에서 마을을 보고 있자니 점점 장흥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출출함이 느껴졌을 때 현지인이 추천하는 된장물회로 유명한 ‘삭금횟집’을 방문하기 위해 회진면 삭금마을로 향했다. 농어와 우럭회를 썰어내 집 된장과 열무물김치와 혼합해 만든 물회였다. 특별한 찬도 없고 외관만 보면 오히려 식욕이 저하될 정도로 소박한 음식이었다. 우선 맛을 보았다. 시큼하고 국물이 많고 자극적이지 않았다. 술 마신 다음 날 해장하기 좋을 듯한 시원함이 느껴졌다. 물회는 여름 별미지만 이곳은 겨울에도 물회를 파는 집으로 유명하다. 담담한 맛이 계속되다 보니 산도가 조금 부족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풋고추를 송송 썰어달라고 요청했고, 제공된 식초를 가미해 조금 더 산뜻하고 새콤한 물회로 만들었다. 이렇듯 지역민들의 맛이란 타지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삭금횟집의 물회는 대도시의 상업적인 물회와는 전혀 다른 장흥을 대표하는 지역의 맛으로 추천한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 미식가이드

장흥삼합을 즐길 수 있는 ‘정남진만나숯불갈비’(061-864-1818)는 장흥읍 물레방앗간길 4(건산리 379-22번지)에 위치해 있다. 장흥삼합용 꽃등심 100g 9830원, 갈빗살 100g 1만500원, 살치살 100g 1만6500원, 키조개와 표고버섯 각 1만5000원, 자리 세팅비 1인당 3000원. 이 집은 돼지갈비도 유명하다. 1인분 1만3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길목장에서 운영하는 ‘도깨비풀 크리머리’(061-3859-6130)는 장흥군 장흥읍 동부로 4(건산리 720-49)에 위치해 있다. 아메리카노 3000원, 우유 3000원, 도깨비풀 아이스크림 3500원, 아포가토 퐁당 5000원. 판매되는 유제품 목초우유 500㎖ 4000원, 930㎖ 7000원, 무가당 목초 요거트 500㎖ 6000원, 클래식 요거트 500㎖ 5000원, 블루베리와 딸기 요거트 500㎖ 6000원, 리코타치즈 250g 5000원, 스트링치즈 120g 7000원, 하우다치즈 100g 7000원, 스테이크 치즈 5000원, 밀크잼 120g 7000원. 선강래 농부의 우리밀 빵공장 ‘그랑께롱’(010-3406-0851)의 공방은 용산면 용안로 409-71에 위치해 있다. 수∼금요일에만 빵을 만든다. 바게트 3500원, 견과류빵 4500원, 매생이빵 5000원, 루스틱 6000원, 과일루스틱 6000원, 캄파뉴 4000원, 크랜베리 캄파뉴 4500원, 치아바타 3500원, 치즈 치아바타 3500원. 전화를 미리 해야 하고 택배주문이 가능하다. 네이버 밴드 ‘그랑께롱’을 통해 생산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지역민들에게 된장물회로 유명한 ‘삭금횟집’(061-867-5461)은 회진면 가학회진로 889(삭금마을)에 위치해 있다. 된장물회 3만 원. 숙소 추천은 ‘장흥스테이1978’(010-2003-8400)이 장흥읍 장흥로 72(원도리 291-5)에 위치해 있다. 오래된 가옥을 예쁘게 개조했다. 2인실 7만5000원.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다인실도 있다. 읍내에서 가깝다. 한옥 혹은 고택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장흥고택’(010-8986-2727)은 송산실 59에 위치해 있다. 4인실 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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