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경복궁 옆 ‘소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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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소나무는 매우 유익한 나무다. 오래된 소나무는 궁궐이나 사찰을 짓는 데 사용됐으며, 선박을 제조하는 데도 쓰였다. 꽃가루로 다식(茶食)을 만들어 먹고, 솔잎과 솔방울은 술을 담가 마시기도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볏짚을 꼬아 만든 금줄에 솔가지를 꽂아 나쁜 기운을 막기도 했다. 소나무 주변에서는 값비싼 송이버섯이 난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나무다. 이 때문에 조선 시대에는 벌채를 법으로 금지했다. 일제는 강점기에 연료로 쓰기 위해 우리 국민에게 송진 채취를 할당해 악랄하게 착취하기도 했다.

경복궁 옆 서울 종로구 송현(松峴)동 대한항공 부지를 서울시가 매입해 이름 그대로 ‘소나무 숲 언덕’으로 복원할 것이라고 한다. 이 터는 서울 도심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미개발 부지로 3만7142㎡ 규모이며, 서울광장 3배 크기에 달한다. 18년째 잡초만 무성한 채 높은 담장에 가려서 잊어졌다가 시민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소나무 숲은 1780년대에 제작한 한성전도에도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당시 소나무 숲 외곽에는 왕족과 명문 세도가들의 저택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라가 망하면서 외세에 소유권을 빼앗긴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의 사택으로 사용됐다. 광복 후엔 전승국으로 진주한 미군이 이를 접수해 미군 숙소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살림집으로 활용했다. 그러다가 2002년 삼성생명이 매입하면서 소유권이 민간으로 넘어간 후 공터로 남아 있다가 2008년에 대한항공에 팔렸다. 대한항공은 호텔 건축을 추진했으나 학교 세 곳이 인접해 반대 여론이 높고, 관련 법규상 호텔 신축이 불가능해 포기하게 됐다. 결국 대한항공이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면서 이사회를 거쳐 매각을 결정했고, 서울시가 매입하기로 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옛것을 보존하고 가꾸는 것은 문화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특히 수도 서울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복궁과 창덕궁, 인사동, 북촌 한옥마을 등 서울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 관광지와 인접해 있어 박물관 등 다른 문화시설 건립보다 복원을 바라는 시민들의 의견이 가장 많았다. 서울 도심에는 궁궐을 빼고는 제대로 된 대규모 녹지 공간이 없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소나무 숲 언덕이 이제 서울 도심의 새로운 명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