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시기 안 맞고 형평 허문 공시價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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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요즘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대돼 미증유의 경제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국토교통부는 서울 평균 20%(높은 곳은 40%)가 인상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서민들은 아무런 영향이 없으니 안심하고, 다주택자들만 집을 빨리 처분하면 된다고 한다. 코로나 경제위기에 휩쓸려 부동산시장의 골이 깊은 침체가 촉발되면 여분의 주택을 투매하지 말고 시장 안정을 위해 계속 임대사업을 해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올까 두렵다.

주위에서, 코로나 사태로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니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좋은 시장 여건이 조성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가격이 떨어지는데 주택을 구매하면 실수요자가 아니고 바보 아닌가 싶다.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진행된 ‘하우스푸어’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 때 박은 종합부동산세 대못을 발 빠르게 조치했기 때문에 실거래가지수로 서울 강남의 20% 하락 정도의 시장침체로 마감하고 박근혜 정부에 시기 반등할 수 있었다. 그때는 여야 모두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 방안이 대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가격 수준별로 차별화된 현실화율은 보유세의 형평성 추구라는, 필자가 동의하기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 수단이라고 정부는 주장한다. 필자의 과문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처럼 주택가격의 수준별로 (관련 법령이 국회를 통과하면) 세율도 0%에서 4%로 격차가 크고, 과세기준 가격의 현실화율도 가격 수준이 높을수록 높고, 과세 기준 가격과 연계된 의료보험료와 같은 준조세도 함께 차등화해 적용하는 해외 사례를 본 적이 없다.

가장 보유세 부담이 큰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GDP 대비 보유세 징수액의 비율이 2.9%에 이른다. 그런데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택가격별로 세율의 차별화는 거의 없다. 또한, 과세 기준이 되는 과표도 거래 시점 실거래가를 반영하지만, 그 조정을 변동성이 큰 실거래가지수의 변동을 급하게 쫓아가지도 않는다. 매년 재평가하는 지자체도 30%가 안 된다. 기껏 최소한 3년 안에는 재평가를 한다는 규정을 유지하고 있는 지자체가 다수다. 재산세 부담의 증가에 대한 상당히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지자체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보유세 부담은 GDP 대비 보유세 비율로 0.8%이다. 이는 OECD 회원 36개국 중 18위로 중간이다. 심각하게 잘못된 수준으로 급격한 개혁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또한, OECD 회원국 중 보유세 비중이 가장 큰 영국·캐나다·미국·프랑스 4개국의 주택 가격이 안정적이라곤 볼 수 없다. 보유세를 높인다는 것이 주택시장의 가격 안정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동안 안정적인 주택시장의 대표로 회자됐던 독일의 경우는 보유세 부담이 0.4%로 한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현 정부는 서울 일부의 국지적 아파트 가격 급등에만 모든 촉각을 곤두세울 뿐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둘러볼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이제는 다가올 주택 시장 침체기에 대비해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여러 시장 주체의 역할을 인정하고 보완해야 하는 시점일 수 있다.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보유자들을 부동산 시장의 투기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매각하라고 닦달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