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역전한 공시가격… 치솟는 신고가… 아파트값, 유례없이 혼란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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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공시價 최대 40%↑
시세 대비 지나친 상승 지적

아파트값 추가상승 기대감에
여전히 신고가 경신 ‘기현상’

‘부동산 묻지마 매매’도 성행
코로나 이어 부동산도 ‘불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글로벌 경제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급격히 인상하며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은 급락하며 공시가격이 시세를 역전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반면, 일부에선 여전히 신고가 경신 거래가 이뤄지는 등 시장이 정상적인 흐름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23일 국토교통부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안에 따르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지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두드러졌다. 강남구(25.57%)와 서초구(22.57%), 송파구(18.45%)가 나란히 전국 시·군·구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시장과열로 인해 신규 및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해 올해 공시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대 80%까지 높이며 서울 강남 3구 등 주요 아파트들의 공시가격은 최대 40%까지 급등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공시가격을 높여 보유세 부담을 가중하는 부동산 규제책이 시장에 혼란을 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경제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세금부담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거래가 실종되고, 지난해 연말부터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하는 추세에서 단기간 급등한 아파트 가격 거품이 꺼지며, 공시가격이 시세를 역전하는 사례도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일례로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99㎡의 지난 3월 실거래가는 16억 원인데, 공시가격은 15억1400만 원까지 올랐다. 성동구 서울숲힐스테이트 전용 143㎡도 2월 실거래가가 15억6000만 원이었으나 공시가격은 14억6200만 원에 달했다. 정부는 시세 산정 시 호가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결정하는데, 현재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실거래가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 시세를 반영한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산정됐다는 것이다. 서울의 다른 아파트들도 공시가격 인상 폭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9㎡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5억400만 원에서 올해 21억1800만 원으로 무려 40.8% 상승했는데, 이는 아파트의 시세 기준금액을 28억2400만 원으로 두고 공시가격을 산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의 지난해 12월 실거래가는 29억7000만 원이다.

높은 공시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여전히 신고가를 경신하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 도곡 삼익의 전용면적 153㎡은 17억3000만 원에서 지난 7일 계약기준 19억1000만 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비록 공시가격 발표 전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이 같은 사례가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지역에서도 계속 나타나고 있어 아파트 가격을 떠받치는 형국이다. 정상적인 시장거래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유례없는 시장 혼란기’로 보고 있다. 경제 기초체력이 바닥인 상황에서 가격 하락과 상승이 일정한 기준 없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도 경제성장률, 수요자 소득수준 등 다양한 경제적 요소 등을 바탕으로 등락이 이뤄지는데 지금은 정부의 정책마저 시장 상황과 역행하고 있고, 일부 수요자는 ‘묻지마’ 매매를 하는 행태를 보이는 등 매우 혼란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