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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문10답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24일(火)
코로나 취약계층에 한시적으로 지급… 기본소득 아닌 ‘현금 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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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기본소득 논란

與, 2차 추경 포함 전망…靑 “추후 결정” …野 “긴급구호자금 먼저”

정부 “추경 현금성 지원대상
이미 1200만명 넘어” 소극적

통합당, 총선 포퓰리즘 비판
“경제위기 대응 40조원 투입”

美, 1인당 1000달러씩 지급
日, 2009년 이후 두번째 추진

핀란드, 2017년 첫 기본소득
재정문제로 2년만에 중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전 국민에게 돈을 직접 나눠주는 ‘재난기본소득’ 요구 주장이 국내외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한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격리조치가 확산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실물 경기가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고용까지 급감하면 결국 생계마저 곤란해지는 한계상황을 맞는다. 특히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이 현금 지급 방식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재난기본소득과 기본소득 차이를 비롯해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가 내세운 논리, 해외 국가들의 추진 계획과 과거 사례 등을 짚어봤다.

① 기본소득과 재난기본소득 차이는

정치권과 지자체가 주장하는 재난기본소득은 학계에서 논의된 ‘기본소득’과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기본소득의 특징은 5가지다. 주기적, 현금, 개인, 모두, 무조건 등이다. 기본소득은 단기간 경기 부양보다 양극화 해소, 고용 안전망 보완 등을 목표로 한다. 재원 문제뿐만이 아니라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과 충돌할 수 있다. 기존 복지 제도와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특히 빈곤층이 오히려 혜택이 적어질 수 있다는 점도 섣불리 시행하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최근 정치권이 주장하는 재난기본소득은 본래 의미의 ‘기본소득’이 아닌 현금 수당을 의미한다. 기본소득은 주기적,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지만, 정치권 주장은 한시적, 일부 계층에 지급하는 것이어서 일종의 ‘현금 수당’에 가깝다. 현금 수당은 단기간 일부에게 현금을 뿌리는 것이다. 일시적이고 기본소득보다 재원 규모가 작아 실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다만 빚을 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건 부담이다.

▲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피해를 본 취약 계층 또는 전 국민에게 현금성 지역상품권이나 선불카드 등을 나눠주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자료사진

② 정부, 쿠폰 등 1200만 명 혜택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현금성 지원 대상자가 1200만 명이 넘는다”며 “대상자 숫자만 보더라도 현금성 쿠폰 혜택 547만 명, 건보료 50% 감면 485만 명, 부가가치세 감면 116만 명 등 지원을 받는 국민의 범위가 넓고 지원금액도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지자체들의 지급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현금 직접지원 논쟁으로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업의 의미와 효과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 특히 고소득층에게도 똑같이 주는 게 맞는지 형평성 문제도 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이번에 정부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많은 국민에게 지원했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추가해서 지원 대상을 확대·보완할 수 있는 측면도 있을 수 있으므로 중앙-지자체 간 사회안전망을 서로 확충 보완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지자체의 긴급 생활안정 자금 지원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③ 청와대 입장은

공식적으로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향후 국내외 경제 상황과 지자체 차원의 노력, 국민의 수용도 등에 따라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아예 가능성을 닫아두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 극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검토할 사안은 아니라는 취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계층에 대한 속도감 있는 지원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저소득층에 대한 현금성 직접 지원 등이 이미 정책으로 발표됐거나 준비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보니 어떤 가능성이든 아예 닫아두고 있지는 않지만 재난기본소득은 지금으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④ 더불어민주당은 추진하나

재난기본소득 전면 도입은 재원 등의 문제로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자당 소속 지자체장의 재난기본소득 도입 주장과 관련해 “일단 지자체들이 진행하는 시범 실시 과정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재난지원금도 재난기본소득과는 다르다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김진표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은 “재난지원금은 지자체가 비축한 재난안전기금을 소상공인 등을 위해 사용한 뒤 추경 예산을 통해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이번에 당장 도입은 어렵지만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 위원장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한) 지자체의 결단에 대해 저희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논의될 2차 추경에는 재난기본소득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⑤ 미래통합당의 입장은

미래통합당은 일부 지자체장들이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강력 주장하는 데 대해 “위기를 틈탄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일부 여당 지자체장들이 이념적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위기를 틈타 또 다른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이라며 “재원 조달책도 없이 ‘무조건 퍼 쓰고 보자’는 책임 없는 정치로 재정마저 흔들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신, 황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40조 원 규모의 긴급구호자금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황 대표는 “지금 중요한 것은 재난기본소득이 아닌 재난 긴급구호자금”이라며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을 투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 코로나19 극복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신세돈 공동 선거대책위원장도 “코로나19 채권 등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소상공인에게 600만∼1000만 원씩을 직접 지원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건강보험료 인하와 함께 세금·공과금 감면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⑥ 서울시, 중위소득 30만∼50만 원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피해 계층을 지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으로 총 327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위소득 100% 이하 117만7000여 가구에 30만∼50만 원씩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재난에 대비해 적립하고 있는 재난관리기금 1271억 원과 추경안 2000억 원 편성을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대상은 시의 중위소득 100% 이하 191만 가구 중 정부 지원을 받는 73만 가구는 제외한다. 지원 금액은 가구원 수마다 다르며 1∼2인 가구는 30만 원, 3∼4인 가구는 40만 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 원으로 1회 지원한다. 지원 금액은 오는 6월 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모바일) 또는 선불카드 중 신청자가 선택한 형태로 지급된다. 지역사랑상품권을 선택하면 10%의 추가 지급 혜택을 받는다.


⑦ 광주시·전남도 긴급 생계자금

광주시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 원 한도의 분야별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한다. 전체 61만8500여 가구 가운데 중위소득 100% 이하인 26만여 가구에 ‘가계긴급생계비’를 차등 지원한다. 지원액은 1∼2인 가구 30만 원, 3∼4인 가구 40만 원, 5인 이상 가구 50만 원이다. 수입이 현저하게 줄어든 저소득 특수고용직에게는 최대 100만 원의 생계비가 지원된다. 지원금은 광주에서만 쓸 수 있는 선불형 광주상생카드로 지급한다. 소요 재원 1100억 원은 국비와 광주시 재난관리기금으로 조달한다. 전남도도 도내 87만 가구 가운데 중위소득 100% 이하 32만여 가구에 긴급 생활비를 지원한다. 광주시와 같은 차등 지원 방식으로 가구원 수에 따라 가구당 30만∼50만 원씩이다. 지원금은 22개 시·군에서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한다. 소요 예산 1280억 원은 도비 40%, 시·군비 60%로 조달한다.


⑧ 경기도, 全 국민에게 지급 주장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 국민에게 빈부의 격차와 상관 없이 동등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지사가 제안한 적정 금액은 국민 1인당 100만 원으로, 관철될 경우 51조7857억9000만여 원을 전액 국세로 부담해야 한다. 그는 20일 페이스북에서 “재난기본소득은 반드시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지급해야 한다”며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을 제외하고, 세금을 적게 내거나 안 내는 사람만 혜택을 주면 재원 부담자와 수혜자의 불일치로 조세 저항과 정책 저항을 부른다”고 주장했다. 또 “부자는 죄인이 아니다”며 “부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세금을 냈는데, 그 세금으로 만든 정책에서 또 혜택을 박탈하는 것은 이중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 재난 기금으로 재원을 마련하면 어떻느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도내 재난 기금은 1조5340억 원으로, 1인당 4만5000원에 불과하다”며 “돼지 열병과 구제역·조류 독감 같은 가축전염병과 풍수해·화재·지진·대형사고 등 각종 재난을 위해 비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⑨ 美·日 등 해외 동향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조 달러(약 1242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며, 1인당 현금 1000달러(약 120만 원), 총 2500억 달러(약 308조 원)에 달하는 재난기본소득을 국민에게 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금지급 정책에 대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찬성하는 분위기여서 4월 말까지는 국민이 현금을 손에 쥘 전망이다. 미 정부는 2007년 리먼브러더스 도산 이후 2009년까지 이어진 침체기와 2001년 경기침체 당시에 국민에게 소비 진작을 위한 현금을 지급한 바 있고, 당시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도 국민에게 현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당시 ‘정액급부금(定額給付金)’ 제도를 일회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시행한 이 제도에 따라 일본에 주소가 있는 모든 자국민과 외국인등록증이 있는 합법적 외국인 체류자들에게 기본 1인당 1만2000엔(약 13만9000원)이 지급된 바 있다.


⑩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실패

국내에서 논의 중인 재난기본소득과 유럽 등에서 실시한 기본소득은 차이가 있다. 유럽에선 정부의 현금 지급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기본소득 지급을 시도한 나라가 있다.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핀란드에선 2017년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임의 선정해 아무런 제한이나 조건 없이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6만 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 보장제를 도입한 바 있다. 2017년 1월 당시 실업률이 9.2%로 올라간 상황에서 실업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시행했다. 핀란드 정부는 이 제도가 성공적일 경우 전 국민에게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2019년 1월 지급을 중단했다. 당시 이 같은 핀란드 정부의 실험에 대해 유럽연합(EU)의 다른 국가들도 주목했다. 사람들이 정부가 주는 공짜 돈을 받으며 구직에 나설지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핀란드 정부는 재정문제를 이유로 2년 만에 제도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박민철·박정민·장병철·김병채·이후민 기자 광주=정우천·수원=박성훈 기자
e-mail 박민철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박민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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