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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24일(火)
감성부터 안전까지 ‘충족’… 車, 소리도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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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위상 음파로 노면소음 잡아
현대차, 500㎐이하 실시간상쇄

시동·주행 중 소음없는 전기차
시속 10㎞에 50㏈, 후진 47㏈
의무소음기준 적용 보행자 보호

운전자 흥분시킬 강렬한 소리서
스트레스 줄일 감성적 소리까지
엔진·배기음‘주행모드별 튜닝’


달리는 자동차의 내·외부에서는 다양한 소리가 발생한다. 자동차 각 부분에서 기계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소음도 있지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경고음, 소위 ‘감성 품질’을 높이기 위해 튜닝한 엔진음 등 일부러 만들어내는 소리도 있다. 전기차처럼 너무 조용한 자동차의 경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일정 수준의 소음을 발생시키도록 정한 법규까지 있다.

▲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 500㎐ 이하 주행 시 노면소음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반대 위상 음파로 상쇄하는 ‘능동형 노면 소음 저감 기술(RANC)’을 시험하고 있다(왼쪽 사진). 연구원들이 능동형 사운드 디자인(ASD) 기술을 이용해 기아차 스팅어의 엔진음을 역동적으로 가다듬고 있다(오른쪽). 현대·기아차 제공

◇안전운전 위한 기본 경고음=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있었던 대표적인 자동차 경고음은 방향지시등이나 비상등을 켰을 때 나는 딸깍거리는 소리다. 원래 이 소리는 램프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스위치의 일종인 ‘릴레이’의 작동음이었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는 전자식 릴레이를 사용하므로, 따로 작동음을 발생시켜 스피커로 내보낸다.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도 익숙한 경고음이다. 요즘은 동승석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끈질기게 경고음을 내보내는데, 센서로 인지해서 동승석에 사람이 탔을 때만 경고한다. 최근에는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이 발전하면서 충돌 위험이 감지될 때 내보내는 경고음도 추가됐다.

◇음파로 잡음을 잡는다=주행 중인 차의 실내에는 내장재 마찰음, 풍절음, 노면 소음 등 다양한 소음이 들어온다. 내장재 마찰음은 다양한 고정 장치로 진동을 줄이고 흠·차음재를 많이 적용하면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소재를 무작정 모두 적용하다가는 자동차 가격이 올라가고, 무게가 늘어나 연비도 나빠지는 부작용이 따른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리를 전기 신호로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소음을 막는 방식을 넘어 잡음을 상쇄하는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우선 엔진 소음을 줄이기 위해 능동형 소음저감(ANC·Active Noise Control) 기술이 활용된다. 엔진 소음을 센서로 측정해 스피커로 반대 위상의 음파를 내보내는 것이다. 사실 ANC는 헤드폰 같은 음향기기에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헤드폰은 제어해야 할 위치가 좌우 1개씩뿐이고 스피커에서 착용자의 고막까지 거리가 매우 가깝다. 자동차의 경우 실내 전체에서 소음을 줄여야 하고, 헤드폰을 끼고 있는 것도 아니며, 탑승객도 여러 명일 수 있어서 메커니즘이 훨씬 복잡하다. 기아차 K9,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에 적용된 ANC 기술은 65∼125㎐대 저주파 소음을 줄여준다.

그나마 엔진음은 상쇄하기 쉬운 편이다. 엔진의 한계 회전수는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연소 시기도 미리 알 수 있다. 즉 소음이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ANC 기술은 엔진 소음에 국한돼 적용됐다.

반면 노면 소음은 타이어 종류, 노면 상태 등 변수가 너무 많아 대응하기가 훨씬 어려웠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노면 소음에 대처할 수 있는 ANC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제네시스 GV80에 적용된 능동형 노면 소음 저감 기술(RANC·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이다. 주행 시 각 바퀴에서 발생하는 500㎐ 이하의 노면 소음을 실시간 감지해 반대 위상의 신호로 상쇄시킨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마이크 같은 소리 센서만으로는 노면 소음 특성을 분석하기 쉽지 않으므로, 각 바퀴에 장착된 가속도 센서를 통해 진동을 측정해 바퀴와 노면의 마찰을 통해 발생, 유입되는 소음을 예측하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이다.

▲  기아차 K7 프리미어의 오디오 시스템에는 백색소음으로 탑승자 피로도를 줄이고 운전자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자연의 소리’ 기능이 탑재돼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감성 튜닝’하는 사운드 디자인 기술=자동차 엔진음은 ‘감성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 가운데 하나다. 고성능차 브랜드들은 특유의 엔진음과 배기음을 ‘디자인’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 하지만 수많은 자동차 부품에서 종합적으로 발생하는 소리를 다듬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자동차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분석해 목표한 음색과 유사하게 구현하는 ‘사운드 디자인’은 음악 작곡이나 편곡에 비유될 정도다. 이에 능동형 사운드 디자인(ASD·Active Sound Design) 기술이 활용된다. 역동적 주행 감성을 추구하는 차에 주로 적용하는 기술로, 불필요한 소음을 줄이고 ASD를 적용한 소리를 원래 엔진음과 합성, 주행 상황에 따라 실내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엔진음을 극대화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제네시스 G70, 기아차 스팅어, 현대차 벨로스터에 ASD를 적용했다. 주행 모드별로 다르게 튜닝된 엔진음을 들려준다.

운전자 가슴을 뛰게 하는 강렬한 소리에만 신경 쓰는 건 아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소리로 감성 품질을 높이기도 한다. 기아차 K7 프리미어의 오디오 시스템에는 탑승자 피로도를 줄이고 운전자의 집중력을 높여주기 위해 ‘자연의 소리’가 탑재돼 있다.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는 파도, 숲, 비 오는 소리 등 다양한 주제의 ‘백색소음’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전기차의 외부 소음 생성=전기차의 구동 모터는 내연기관 엔진보다 소음이 훨씬 작다. 근처에 차가 지나가도 보행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전기차를 운행할 때 보행자 주의를 환기하도록 의무적으로 소음을 발생시키도록 하는 법규가 각국에서 발효되고 있다. 일정 속도(시속 20∼30㎞) 이상에서는 차 밖에서 들리는 노면 소음 때문에 보행자가 차량 통행을 인지할 수 있으므로, 대부분 저속에서 소음 기준을 정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저소음차 AVAS(Acoustic Vehicle Alert System·차량 음향경고 시스템)에 관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전진할 때 자동차 속도가 시속 10㎞면 50㏈, 20㎞면 56㏈ 이상의 소리를 발생시켜야 한다. 후진할 때 기준 소음은 47㏈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저소음자동차 경고음 발생장치’ 규정을 반영했다. 의무 발생 소음 수준은 유럽 기준을 그대로 가져왔고,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미국은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최소 소음 규정’을 지난해 9월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했으며, 오는 9월부터 전 차종으로 확대한다. 소음 기준은 유럽보다 낮지만, 더 높은 속도까지 세분화해 규정을 만들었다. 10㎞ 이하는 31∼40㏈, 11∼20㎞는 36∼45㏈, 21∼30㎞는 43∼52㏈, 30㎞ 이상은 47∼56㏈ 등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mail 김성훈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김성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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