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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림 에세이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24일(火)
상처에서 새 살 돋듯 발현되는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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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철주, ‘자연의 기억 09-10’, 캔버스·먹·아크릴릭, 194×259㎝, 2009
근자에 겪어보지 못한 힘겨운 전쟁이다. 보이지 않는 적들이 사회적 유대를 가차 없이 붕괴시키고 있다.

벌써 두 달, 소리도 없고 끝도 보이지 않는 싸움에 심신이 지쳐간다. 이 또한 지나갈 터, 버티기도 전략이다. 치유의 피정(避靜)을 위해 무언가가 필요하다.

예술가들의 자연 회귀 외침이 이제야 귓전에 맴돈다. 일찍이 구도의 길을 나선 석철주, 그의 연작 ‘자연의 기억’을 새롭게 소환해보자. 외면했던 이름 모를 들풀들이 고귀하고 우아하다. 몸짓과 손짓이 화폭에 드리워질 때마다 자연이 그대로 발현된다.

음화(陰畵) 필름 같은 거대한 단색조 화면이 자연의 숨결과 생기로 넘실댄다. 검은 바탕을 긁어 재현해내는 방식은 양화(陽畵) 방식을 뒤집은 것으로, 의미심장하다. 긁기로 드러나는 하얀 부위는 상처가 아물면서 돋는 새 살과도 같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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