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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25일(水)
‘올림픽 꽃길론’ 궤도 이탈… 아베 ‘정치 야망’ 위기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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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 결국 1년 연기…日 정계에도 큰 파장

올림픽→총선승리→명예퇴진
퇴진후에 막후 영향력 노리고
총리 4선 연임 꿈도 키웠지만
예상못한 돌발 변수에 ‘발목’

여론조사서 ‘포스트아베’ 선두
라이벌 이시바에게 무게 쏠려


‘① 56년 만에 다시 열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7월 24일∼9월 6일)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 ② 같은 해 가을 중의원 해산을 선포한 뒤 ‘올림픽 성공무드’를 타고 연말 선거에서도 승리한다 → ③ 2021년 9월 30일 총재 임기 종료 전 후계자로 점찍어 놓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에게 자리를 넘긴다 → ④ 그해 10월 21일 총리에서 퇴진한 후에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장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품어온 야심 찬 시나리오였다. 일명 ‘올림픽 꽃길론(오륜화도론·五輪花道論)’이다. 길 하나를 추가하면 집권 자민당 주변에서는 “상황에 따라 4연임도 가능하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적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올림픽 개최에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집요했던 이유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결국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 그의 ‘꽃길론’도 덩달아 무너지고 있다. 오히려 향후 정권 운영은 물론 ‘포스트 아베’를 둘러싼 권력 다툼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 제로(0) 상태에 빠졌다.

◇올림픽·총선승리·명예퇴진 ‘꽃길론’ = 아베 총리의 올해 지상 목표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 연두 소감에서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해 “아이들이 미래를 향한 꿈을 꿀 수 있는 멋진 대회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이 세계 2위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듯 2020년 도쿄올림픽으로 일본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심산이다. 도쿄올림픽은 아베 총리의 정치 진로와도 직결돼 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3기 임기 만료일은 2021년 9월 30일, 현 중의원 임기는 같은 해 10월 21일이다. 순리대로라면 아베 총리가 먼저 퇴진한 후 새로 선출된 총재가 중의원 선거를 이끄는 구조다. 일본에선 집권당 총재가 되는 길이 일본 총리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다만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고 아베 총리가 임기 만료를 맞게 되면 레임덕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벚꽃 스캔들, 사학 스캔들에 이어 유일한 치적으로 꼽히던 ‘아베노믹스’까지 흔들리면서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4년 11월 첫 번째 임기를 2년 1개월 남기고 중의원 해산을 단행해 국정 원동력으로 삼았다. 사학 스캔들로 야당의 추궁이 이어지던 2017년 9월에도 중의원 해산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올해 등장한 중의원 해산 시나리오에선 2020년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가 핵심이었다. 아베 총리가 올림픽 후 가을에 퇴진한 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신임 총재에게 자리를 넘기고 여유를 가지고 중의원을 해산해 선거를 치른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퇴임 후에라도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직접 중의원 선거에 나서 자민당의 연승 기록을 이끌면 당규 개정으로 4선 연임 가능성도 노려볼 수 있다.

◇‘2021년 올림픽’ 개최 땐 라이벌 이시바에게 무게 쏠려 =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 7월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하면서 아베 총리의 ‘꽃길’ 시나리오도 통째로 흔들리게 됐다. 당장 중의원을 해산하더라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 만한 원동력이 없다. 최악의 경우 올림픽 연기에 따른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 스즈키 ?이치(鈴木俊一) 자민당 총무회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이 연기되면 정치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림픽 후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중의원 해산 카드를 활용해 총선을 실시한다는 구상이 수포가 된 셈이다.

아베 총리가 내년 여름 전에 치러질 ‘2021년 도쿄올림픽’ 성공을 위해 지지를 호소하면서 일단 고비를 넘길 수는 있다. 아베 정권에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차악(次惡)’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에도 올림픽 직후 선출될 새 총리가 곧바로 중의원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위험 부담이 남는다. 자신이 점찍어 놓은 후계자가 총재 선거에서 당선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베 총리는 당초 기시다 회장을 후계자로 삼고 노골적인 ‘기시다 띄우기’를 해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포스트 아베’ 선두를 달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사사건건 아베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과 달리 기시다 회장은 정권에 매우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기시다 회장은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 통과를 위해서도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내 4번째 파벌인 기시다파를 이끌고 있다. 매파인 아베 총리보다 비둘기파인 기시다 회장이 개헌을 위한 야당 협조를 끌어내는 데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렸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가 개헌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온 기시다 회장을 개헌 논의의 전면에 내세워 ‘물타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아베 색(色)’을 흐리고 개헌에 대한 야당 반발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심산이다. 기시다 회장은 그동안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 같은 구상과 달리 ‘2021년 도쿄올림픽’ 후에는 차기 권력이 이시바 전 간사장으로 급격히 쏠릴 가능성이 크다. 중의원들도 총선을 앞두고 대중 인기가 높은 이시바 전 간사장을 당의 얼굴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총리 측근들은 당 총재가 임기 만료 전 퇴진할 경우 지방당원 선거를 생략하고 국회의원과 도도부(都道府)현 대표 투표만으로 당 총재를 선출할 수 있다는 당헌을 들어 ‘기시다 총재론’을 띄워왔지만 ‘2021년 도쿄올림픽’에선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12년 9월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붙어 국회의원 표와 당원·당우 표를 합산해 겨루는 1차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는데 정작 국회의원 표로만 승부를 보는 결선 투표에서 밀렸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개각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물론 이시바 측근 인사들도 각료로 기용하지 않고 철저히 배제해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아베 정권의 주요 정책에 쓴소리를 내며 ‘포스트 아베’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이시바 체제’하 정권과 당 운영에선 아베 총리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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