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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 U.S. View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25일(水)
코로나 마스크, 文정부 실패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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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로 재선 정국에 비상이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UPI연합뉴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韓美정책 디렉터

한·미 선거에 코로나 변수 증폭
트럼프엔 불리하고 文에는 유리
코로나 찬사로 정책 실패 은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심각해지면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초기 급증 후 완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사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한국의 초기 대응은 비교적 평가할 만하나 미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한·미 양국에서 마스크 수급은 보건 정치학의 피뢰침이라 할 만한 민감한 문제다. 4월 총선과 11월 대선을 앞둔 한·미 양국에서 마스크 및 보건 의료장비 수급 문제는 정부에 정치적 부담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핵심 요소로 인식된다. 초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 복장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런 마스크의 안정적 수급이 문재인 정부의 능력을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인식된다. 한국인들은 문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바람에 대구에서 코로나가 폭증했을 때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고 비판해왔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자 약국을 통한 ‘공적 마스크’ 공급 정책까지 펴고 있다.

반면 워싱턴 길거리에서 마스크는 ‘환자의 상징물’처럼 인식되곤 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마스크가 착용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면서 아플 때만 착용하라고 권고해왔다. 미국에서는 집에 머물며 마스크나 음식, 화장지를 비축하지 않는 것이 애국적 의무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의료 전문가들을 위해 마스크를 양보해 달라는 식으로 마스크 부족 현상을 넘기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 진단을 신속하게 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면서 결과적으로 경제 활동 제한 기간도 단축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제한적인 진단으로 인해 방역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그 때문에 활동 제한 조치까지 발동되고, 그 기간도 훨씬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분담금을 경감하는 대신 한국으로부터 수백만 개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제공받는 협상을 문 대통령과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기회도 잃어버렸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아 전시(戰時)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테러리스트처럼 ‘숨어 있는 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례가 없는 초대형 금융 부양책을 추진하면서 위기 대응을 위해 의료장비 생산을 촉진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위한 인공호흡기와 의료기기 등의 부족 현상은 심각하고, 각 주에서 수요가 몰리며 가격 폭등 현상까지 일어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메인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 위기가 동시에 덮쳤다.

정치적으로는 전례 없는 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리더십 실패’ 논란을 불렀다. 대선을 앞두고 위기가 발생하면서 취약성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지형도 바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베이징(北京) 대표를 경질하고, 국가안보회의(NSC)의 글로벌 보건안보 및 바이오 방어 담당팀을 해체한 것도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갉아먹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정치적 이점이 급속히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몇 달 내 3%에서 30% 수준으로까지 악화할 수 있다. 정치 유세를 갑작스레 못하게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룸에 등장해 ‘정치적 책임은 없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중국 여행 금지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중국 바이러스와 전쟁’을 제대로 못 한 것은 전임 정부 탓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접근법까지 바꿔놓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게 지속적으로 서신을 보내고 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절박성을 김정은과의 협상으로 넘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과 악수를 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욕구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시대인 만큼 자제돼야 하는 게 마땅하지만 말이다.

문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관리에 대한 대중의 판단에 더 민감한 상황이다. 총선이 불과 3주 앞이어서 심각한 정치적 취약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코로나19 신속 진단에 대한 국제적 찬사를 정부 성과로 부각시키며 경제 실책을 감출 수도 있다. 대북 정책 실패도 코로나19에 집중하면서 가려지고 있다. 이 덕분에 코로나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지도자들이 불리해진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코로나가 여러 취약성을 숨기는 의외의 마스크 역할을 하고 있어 궁극적으로 정치적 혜택을 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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