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4월 위기설과 기업지원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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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철 경제산업부 차장

바짝 마른 들판에서는 작은 불씨도 큰 화마로 변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 경제 정책(불씨)이 도화선이 되어 한국 경제(마른 들판)가 잿빛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비경) 회의를 열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100조 원 규모의 파격적인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비경 회의 때 밝혔던 50조 원보다 지원 규모가 2배로 늘었고,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까지 대상도 대폭 늘렸다. 일단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실물경기 둔화가 신용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정부가 뚫렸던 경제 방역에 1차 저지선을 쌓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뛰어넘는 긴급 기업 구호 정책으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급전이 필요했던 기업들은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살아날 구멍이 보인다” 등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환영했다.

그동안 ‘패닉(공포)’이었던 증권 시장이 단기 반등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전날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몰렸던 전기·전자 업종에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수 금액은 1303억 원에 달했다. 이달 5일부터 23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이 14거래일 만에 다시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것이다. 결국 전날 코스피 지수가 급등해 1600선을 회복했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000조 원대를 다시 넘어섰다. 지난 19일 올해 최저치인 1430선까지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가 단기 바닥을 확인한 셈이다.

금융시장의 이목은 4월에 만기가 집중된 ‘회사채발(發) 위기’에 쏠려 있지만, 이번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기업의 단기 자금 대란 가능성은 많이 작아졌다. 이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위기 국면에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자금의 지원 조건과 조기 집행이 우선돼야 한다. 최근 정부는 신용보증 특별융자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상담에 3주, 대출심사에 3주가 필요해 기업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수십조 원의 정책 자금도 현장에 전달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대부분 다음 달로 잡은 시행시기도 앞당겨야 한다. 한국경제는 생산과 소비, 투자, 교역 등 모든 활동이 사실상 멈춰 버렸다. 지금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또 어떤 결과를 남길지 쉽게 단언하지도 못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금융시장에선 한국은행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은은 “회사채나 CP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은 현행 한국은행법상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한은은 민간 은행의 유동성과 신용 보안을 통한 간접지원 방안 등 다양한 비상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CP 대량 매입을 선언했고, 독일도 산업은행에 해당하는 공기업을 내세워 회사채를 중심으로 CP를 직접 매입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때늦은 재정 정책은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재정만 낭비하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회복하는 동안 경제 회생을 주도할 기업이 없어진다면 경쟁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노아의 방주에 맨손으로 오른다면 무슨 소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