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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26일(木)
편의 위해 만들어진 ‘의자’… 인간을 위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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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렵 시대를 지나 정착 시대에 접어들며 운동량이 줄자 인류의 골격은 약해졌고 산업혁명을 전후해 의자가 보편화하면서 체형에도 빠르게 변화가 생겼다. 오른쪽 그림은 1848년 출간된 에드워드 더핀의 ‘척추의 기형’ 중 삽화. 아르테 제공

의자의 배신 / 바이바 크레건리드 지음, 고현석 옮김 / 아르테

20세기부터 화이트칼라 급증
앉아 있는 시간 길어지면서
관절·호흡기 등 질병 안겨줘

지식·편안과‘안어울리는’인간
호모 사피엔스‘이넵투스’ 규정


제아무리 명문(名文)이라도 ‘이것’ 없으면 쓸 수가 없다. 언뜻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를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그 쓸모와 가치가 항상 가려져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바로 ‘의자’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의자에 앉지 않고는 글을 쓸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샐러리맨들의 흔한 일상인 회의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의자는 알게 모르게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사물 중 하나인 셈이다.

영국 작가 바이바 크레건리드의 ‘의자의 배신’은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의자’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를 인류 진화의 역사 속에서 풀어낸다. ‘의자’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저자는 내내 ‘의자’로 대표되는 문명의 이기들, 즉 인간이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도구들이 인간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한다. 그 시작은 5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생대 척추동물이 진화를 거듭하며 두 발로 걷고 손의 자유를 얻게 되자 삶의 지경이 확장되었다. 두 발로 선 것은 손의 자유뿐 아니라 ‘체온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햇볕이 가장 뜨거울 때도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적게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도 적지 않았다. 뛰어다니며 사냥해야 하는 초기 인류들은 발이 성할 날이 없었다. ‘단순히 산을 넘는 수준’이 아니라 ‘기후와의 싸움’을 감당해야 했던 이들은 날카로운 무기도 만들었지만, 의자의 사촌격인 ‘신발’도 만들었다. 인류는 약 50만 년 전부터 동물 가죽으로 발싸개를 만들었다. 후기 구석기 시대에 이르러는 ‘딱딱하고 보호 기능을 가진’ 발싸개도 등장했다.

수렵의 고됨에서 벗어나 정착을 시작할 무렵, 인간은 또 다른 의자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이런저런 씨앗들이 수렵의 비중을 줄였지만, 인류의 몸무게는 늘려놓았다. 수렵이 줄자 운동량도 줄었는데, 거기에 더해 ‘새롭게 발견한 탄수화물 먹거리에 대한 애정’은 늘어가면서 과거 인류보다 평균신장도 작아졌고, 뼈도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얼굴 변화도 두드러진다. 부드러운 질감의 식재료들이 많아지면서, 치아는 물론 턱선도 변했다. 요즘 말로 턱선이 살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의자’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 건 산업혁명 전후라고 할 수 있다. 그전에도 의자가 없지는 않았지만, 산업혁명이라는 ‘이상적인 환경’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퍼졌다. 일자리가 늘어나자 엄마 아빠는 일터로 나가기 바빴다. 아이들을 봐줄 시설이 필요했고, 19세기 들어서서 하나둘 늘어난 학교에 가게 된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배웠다. 사실은 일방적인 훈육을 통해 사회화되었다고 해야 옳다. 빅토리아시대 아이들은 주의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창문마저 없는 교실에서 배워야만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의자는 인간의 사회화에 공헌했지만 한편에서는 획일화를 촉진한 사물일 수도 있다.

의자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산업혁명 이후부터 19세기 말까지 공장 노동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면, 20세기가 시작되면서는 화이트칼라, 즉 사무 노동자들이 급증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비교적 쉽고, 재미도 있는 사무 노동을 많은 사람이 원했고, 급기야 ‘사무실 건물’까지 등장했다. 제조업이 여전히 경제의 중심이었지만, 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무 노동의 생산성 역시 높아지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문제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만큼 인간의 몸도 망가진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가만히 앉아 있는다는 사실 자체가 전 세계인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의자로 대표되는 기술 혹은 문명이 인류에게 숱한 질병을 안겨준다고 강조한다.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이 일부분 멈추면서 전 세계 미세먼지 농도는 낮아졌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수질이 맑아졌다고 한다. 문명의 이기가, 의자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모두 인간의 몸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저자는 인간 종을 일러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 이넵투스(Homo sapiens ineptus)’라고 다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모두 “똑똑하지만 풍부한 지식이나 음식 그리고 환경의 편안함과 잘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의자의 배신’은 지엽적인 문명 비판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가 파헤쳐놓은 지구를, 거기서 얻어낸 수많은 이기를, 궁극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을 어떻게 다시 재정의해야 할지 묻고 답하는 진중함이 묻어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492쪽, 2만8000원.

장동석·출판평론가, ‘뉴필로소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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