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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그립습니다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26일(木)
66년만에 복원한 아버지의 詩… 하늘에서도 기뻐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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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1895∼1960)

전남 장성군에 있는 장성댐 한가운데가 내가 태어난 고향이다. 수백 년 대대로 내려온 고향 땅이 1974년 정부시책으로 농업용수 댐을 만들기 위해 지역 전체가 물에 잠겼다. 고향에서 4㎞ 떨어진 곳에 아기단풍으로 유명한 백양사가 있다. 이곳에는 호수 위에 세워진 쌍계루란 누각이 있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건립됐으며, 흰 바위 아래 세워져 유명한 사찰이다. 이곳 쌍계루에는 고려 시대 포은 정몽주를 비롯해 나의 15대 할아버지이신 하서(河西) 김인후 선생 등 선인들의 시와 글이 편액돼 있다.

이곳에는 선친의 시(詩)도 편액돼 있다. 백제 시대부터 선인들이 백양사 대웅전 뒤 백암산 흰 바위 절경을 보고 지은 시와 글들이다. 그런데 6·25전쟁 당시 쌍계루는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선친은 고향인 장성군 북상면 2대 면장을 지내신 한학자로서 지역 유지였으며, 아버지와 형님 두 분, 즉 삼부자가 같은 면에서 면장을 지내 삼부자 면장 집으로도 유명했다.

1984년 전남지사의 배려로 쌍계루와 함께 그곳에 걸려 있던 시와 글의 영인본을 찾아 복원했다. 그러나 선친의 시는 가족이 고향을 떠나 있어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복원하지 못했다. 복원 기회를 놓쳐 전전긍긍하던 중 시골 형님들이 아버지의 작품을 복원하고자 백양사 주지 스님을 수차례 찾아가 간청했으나 번번이 해준다고는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말았다.

아버지의 작품이 복원되지 못해 애를 태우던 중 2016년 4월 본인의 수필집 ‘아버지의 연상(硯箱)’ 출판을 계기로 수필집과 호소문을 작성해 백양사 방장스님으로 계신 지선 대종사님을 찾아 복원을 호소했다. 그 결과 대종사님의 승낙을 얻어 2016년 7월 20일 마침내 복원이 완료됐다. 지선 방장 대종사님께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무려 반세기가 넘은 66년 만에 아버지의 흔적을 쌍계루에 복원하고 나니 자식 된 도리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부모님 산소에 들러 아버지 작품을 복원했음을 알리고 나니 이제야 자식으로서 마음이 한결 놓였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도 많이 기뻐하실 것 같다. 오늘따라 아버지가 더욱 그립다. 봄이면 많은 관광객이 이곳 백양사에 찾아온다. 이곳에 오면 쌍계루에 올라 선인들의 시와 글을 감상했으면 좋겠다.

아들 김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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