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국정 輕重(경중)’ 혼란과 왜곡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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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 前 駐유엔 대사

코로나 대응책 혼선도 팬데믹
총선 앞둔 文정부는 더욱 심각
비상경제 우선순위 뒤죽박죽

‘中과 운명공동체’ 공허한 아부
올림픽 연기한 日本 위로하고
北 도발엔 외교적·군사적 대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치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은 정치·경제·사회 및 국제관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정치인들은 이해타산에 골몰하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데, 총선을 코앞에 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중국발 입국자 조기 통제 시기를 놓쳐 감염자가 한때 세계 2위에 올라 국제 왕따가 됐는데도 정부는 의료 전문가 의견을 무시해 자초한 초기 대응의 실패를 고치지 않은 채 어물쩍 넘겼다. 그리고 마스크 대란에 우왕좌왕하면서도 민간 의료 시스템의 분투 어린 노력을 자기 공인 양 홍보하고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 난국에 대한 대처는 타이밍과 우선순위 설정에 있어 뒤죽박죽이다. 섣부른 조기 종식 언급에 이어 방역과 경제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대통령 언급은 너무 성급해 국민의 방역 심리를 오도했으며, 총선에만 매달린 여야의 경쟁적 추경 대책은 정작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활동을 얼마나 실효적으로 조속히 소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설피 포퓰리즘과 표(票) 생각에만 몰두했다간 당장 날카로운 소리를 듣게 된다. ‘뭣이 중헌디?’

중국과의 운명공동체론도 덕담성 수사라면 공허한 아부의 냄새가 나고, 진정이라면 국익과 안보에 관한 인식이 잘못된 발언이다. 중국은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지만 지난날 마늘 파동, 사드(THAAD) 배치, 북한 관련 정책 등에서 봐 왔듯이 안보 및 경제적 지향점이 같지 않고 체제와 이념이 사뭇 다르며 엄연히 한·미 동맹이 있는 현실에서 마치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듯한 운명공동체 용어 사용은 잘못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결국 그제 2020도쿄올림픽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어려운 결정에 이웃으로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얼마 전 일본의 우리 국민 입국 통제에 따른 한·일 외교는 국가 간의 외교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양국 모두 속 좁은 사인 간 감정 대립 같다.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진원지를 부정하는 언급이 나오고,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반복 사용하면서 양국 간 다시금 긴장 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미국의 인종차별적 작태냐, 중국의 책임론이냐 하는 논쟁을 뛰어넘는 상황으로 비화하고 있다. 즉, 중국 정부가 3월 들어 스스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포한 후 국제적으로 중국 대처 방식의 우월성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유럽·중동·아프리카 국가에 마스크와 의료장비를 제공하면서 ‘방역 일대일로’를 구축, 지난 70년간 미국의 국제적 지도력에 공격적으로 도전한다는 의심이 미국 내에서 싹트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미국과 중국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19를 둘러싼 패권적 대립은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는 인류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발생 당시 반기문 사무총장과 유엔의 적극적 개입이 돋보였던 반면, 감염 규모가 훨씬 큰 현 상황에서는 유엔의 역할이 실종됐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다. 또한, 지구적 규모의 문제에는 지구적 규모의 국제 협력이 요구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기회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믿음으로, 상처받고 있는 다자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북한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일찌감치 국경을 봉쇄했고 이로 인해 생필품과 외환 고갈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평양의 발표와는 달리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관측이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3월 들어 세 번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모함을 보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의 방역 협력 제안 친서를 받았다는 김여정의 발표로써 전날의 도발을 뒤덮는 기교를 보였다. 그들의 소통 내용이 어찌 되든, 북한은 정면 돌파론을 외치며 오불관언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때에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하지만 군대는 경계에 실패해 부대가 뚫리고, 정부는 북한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웬만한 북한의 도발은 안 일어난 듯 행동하니 국민의 마음은 편할 날이 없다. 중국 고사(故事)에 천하의 흥망에는 필부의 책임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