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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26일(木)
“性착취물 오래전 만연… 이제야 난리 치는 게 더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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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람도 공범” 울산여성연대 소속 여성들이 25일 오후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봤으면 공범이다”라고 적힌 문구를 들고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사건의 미성년자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한 조주빈과 가입 회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시민들, 박사방·n번방 등 성범죄 ‘사회적 무관심’ 성토

“소라넷·다크웹 사건 있었는데
피해자 여성 탓하는 등 무관심”

“n번방 회원 26만명이라는데
내 주변에 있다 생각하니 끔찍”


“이제야 난리가 난 사회가 더 놀랍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사진)이 검거되고 신상공개까지 이어지는 등 파문이 커지자 그간 온라인 밀실에서 벌어지던 성착취 동영상 거래에 사회가 무관심했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조주빈 개인의 책임을 넘어 이 같은 범행이 가능했던 디지털 성범죄의 구조를 파헤쳐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또 ‘박사방 이용자’ 수가 무려 26만여 명으로 추산됨에 따라 시민들은 ‘혹시 아는 사람 중에 회원이 있을지 몰라 무서워진다’고 반응하고 있다.

26일 경기 용인시의 한 고교생 김모(18) 양은 “소라넷·다크웹 등등 성착취 동영상을 만들고 퍼뜨리는 것은 n번방·박사방 전부터 계속 있었던 일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은 성착취 동영상 문제 자체보다 마치 조주빈 때문에 난리가 난 것 같다”며 “조주빈은 이제 검찰에 맡기고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어느 정도인지 얘기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조모(30) 씨는 “노출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던 피해자 잘못이 있다 해도 성착취 등 고통을 당할 이유는 전혀 안 된다”며 “수년도 더 묵은 문제가 터졌는데 피해자를 탓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응대책위원회가 26만여 명으로 추산한 n번방·박사방 이용자 규모도 주목받고 있다. 대전에서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서모(여·27) 씨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 명이 안 되지만 바깥에 나가지 않고 있는데, 그 20배가 넘는 사람들이 연루된 범죄라고 하니 무섭고 화가 난다”며 “미성년 피해자가 많은 이번 사건을 놓고 교실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송모(여·26) 씨는 “26만 명이라는 추산치대로 보면 전 국민의 200분의 1”이라며 “지금 내 주변 어딘가 가담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성착취 문제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 사건은 n번방 내지 박사방 사건이 아니라 ‘집단 성착취 영상 거래 범죄’로 이름 붙여야 한다”며 “조주빈 혼자서는 단독 범행이 불가능했던 구조에서 그 개인에게 과도하게 서사를 부여하고 악마화하는 것은 사건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사건은 온라인에서만 일어난 특이한 범죄가 아니라 오프라인 밀실 성착취가 온라인에서 증폭된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만연한 여성혐오 문화 자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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