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할아버지 喪中 처음 본 아버지 눈물… 속울음 얼마나 많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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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호(1924∼2000)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나는 장례식의 모든 절차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사람들이 문상을 오고 상복을 입은 상주들이 조객을 맞고 제(祭)를 지내고, 상여가 집을 나서서 장지로 가는 행렬이며 하관이나 봉분을 조성하는 모습도 봤다. 산역(山役)에서 시신을 운구해 광중(壙中)에 안치한 후 상주들이 번갈아 가며 두루마기 자락에 준비해 둔 흙을 손에 담아 “허토! 허토!” 하며 관의 상하로 뿌리는 의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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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생전 처음 아버지의 눈물을 봤다. 아버지께서 “아이고~, 아이고~” 통곡하시며 관 위로 흙을 뿌리고 계셨다. 평소 우리에게는 엄하고 두려웠던 아버지였고,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는 분이셨다. 그런 아버지께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슬픈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산골에서 몇 뙈기의 논밭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아버지는 농사에 희망을 두지 못하셨는지, 40대 후반에 도회지로 이사를 감행하셨다. 평생 배운 것이 농사일인지라 도시에서의 생활은 아버지를 더 힘들게 했다. 일곱 자식 뒷바라지와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아버지는 공사판 노동자로, 공장 경비원으로, 부동산 소개인으로 온갖 일을 전전하며 고생하셨다.

거기에다가 위암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9년 동안 홀로 적적하게 형님 댁에서 지내셨다. 할아버지 장례식 이후 나는 아버지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자식들이나 가족 앞에서는 끝까지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지만, 어렵고 힘든 삶의 고비마다 속울음으로 지내신 날들이 얼마나 많으셨을까 생각해 본다.

20년 전, 77세에 뇌졸중으로 우리 곁을 떠나신 아버지의 기일이 다가온다. 아버지를 잃은 고통을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보이시던 ‘아버지의 눈물’이 가끔 내 눈앞을 스친다.

둘째 아들 박성목(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