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천안함 北소행 확실히 밝혀달라”…文 “정부 공식입장엔 조금도 변함없다”

분향도중 故민평기 어머니 질문

2002년 제2연평해전과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서해 수호 55용사’를 기리는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27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유족, 참전장병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열렸다. 이날 기념식은 제2연평해전에 참전했던 이희완 중령의 사회로 진행됐다. 기념식 주제는 ‘그날처럼, 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로, 국민의례와 헌화·분향, 추모 공연, 기념사, 우리의 다짐 낭독, 합창 순으로 진행됐다. 기념식에는 문 대통령과 함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분향을 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85) 여사가 달려들기도 했다. 윤 여사는 현충탑 앞에서 분향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갑자기 다가간 뒤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임을 대통령께서 확실히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잘 알고 있다. 정부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여사는 기념식이 끝난 뒤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이 늙은이의 맺힌 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대통령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민 상사의 형 광기 씨도 문화일보에 “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이 없으시고, 26일 열린 천안함 10주기 행사에서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북한에 사과 요청을 한마디도 하지 않아 어머니가 서운해했다”고 말했다. 윤 여사는 천안함 폭침 직후인 2010년 6월 사망보상금 등 총 1억9000여만 원을 청와대·해군에 기부한 바 있다.

한편 기념식에서는 고 임재엽 상사의 어머니 강금옥(64) 씨가 아들을 향해 쓴 ‘너 없는 열 번째 봄’이란 제목의 편지를 낭독,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윤영하 소령 이름을 딴 윤영하함의 함장 김세엽 소령도 이날 기념식에서 낭독한 ‘우리의 다짐’을 통해 “55용사의 이름이 오늘도 조국의 바다를 지키고 있으며, 그날처럼 내일도 우리가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