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권력 선거中立 의지 의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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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다. 그렇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서 어느새 제21대 총선의 후보등록이 오늘 오후 6시 마감된다. 이번 4·15 총선은 지역구 후보를 뽑는 투표와 비례 대표를 배분할 정당 투표, 두 종류로 실시된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제1 야당의 반대 속에 개정된 선거법이 적용된다. 먼저, 선거권자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유권자 수가 지난 총선 때보다 늘었다. 그리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에 지역구 의석을 고려해 배분하는 연동형을 도입했다. 물론 비례 의석이 충분치 않고 절반만 연동하는 준(準)연동형이지만, 소수당의 원내 진출을 배려한 제도다.

그런데 바뀐 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정당 간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그런 취지는 이미 사라졌다. 이 제도를 반대했던 야당은 비례대표 선거를 위한 정당을 설립했고, 이를 비난하던 여당과 군소 야당들 역시 비례대표 의석을 노리는 정당을 급조했다.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갖은 편법을 일삼는 정당들의 모습은 개정 선거법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면서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제도를 우습게 만들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 헌법 질서에서 선거제도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다.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에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총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축제이면서 국가 미래를 위한 토론의 장이 돼야 할 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전락할 우려도 크다.

선거가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이다. 그래서 선거법에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다양한 유형의 부정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선거 부정과 관련해서는 많은 사례가 있다. 현행 선거법에는 이러한 과거의 경험들이 녹아 있다. 그 결과 최근 금품수수와 같은 부정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일부에서 공정선거를 훼손하는 언행들이 발생하고 있다. 야당의 위성정당에 관한 행위를 선거법 위반이라고 고발한 여당도 위성정당을 자신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공연하게 밝히면서 고발 행위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몇몇 야당 후보가 대학생진보연합 소속원들로부터 선거운동을 방해받은 사건들도 발생했다. 그런데 공권력은 이런 방해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단속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처리한 선거법으로 이미 논란의 불씨가 심어졌다. 그런데다가 최근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야당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공정성과 중립성 유지에 나서지 않으면 관권선거 논란이 증폭될 것이다. 그러잖아도 총리와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등 선거관리 주무 부처 수장들이 모두 여당 국회의원인 상황이다.

선거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선거의 자유로부터 나오는 선거운동의 자유는 헌법과 선거법에 의해 보장받는다.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다. 이런 중대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 선거를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국가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주어진 책무를 엄정하게 이행해야 한다. 불법·탈법 선거로 얼룩졌던 과거를 기억한다면, 선거에서 어떤 불법이나 위법도 용납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