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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30일(月)
한국 뺨치는 中 방역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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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전략을 갖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이다.”

중국 전문 컨설팅 회사인 호라이즌 어드바이저리의 공동 창업자 나테 피카르식이 최근 한 말이다. 중국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post-virus strategy)’은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자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좌절시키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연합(EU) 관계의 빈틈 파고들기가 핵심이다. 또,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5세대(G) 이동통신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쥔다는 전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최근 “중국이 공중보건 위기를 지정학적 기회로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보 은폐 등으로 손상된 명성을 회복하고 세계를 이끄는 관대하고 책임감 있는 대국(大國)으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급속 확산 중인 미국의 공백을 메우려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연성 권력)’ 캠페인이 가동됐다고 FT는 분석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불길이 잡히기 시작한 2월 하순 이후 행보를 보면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중국 감염병학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가 코로나19 중국 발원설을 부인하더니 외교부 대변인은 ‘미군의 바이러스 중국 유포설’을 제기했다. 중국 매체는 최근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에 이상한 폐렴이 발생했다는 한 이탈리아 의학자의 발언을 근거로 ‘이탈리아 발원설’마저 제기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오판해 부실 대응했다는 ‘시진핑 책임론’은 사라지고 ‘방역 모범국가론’, 전 세계가 대응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국제사회 공헌론’이 득세한다. 시 주석이 코로나19 사태를 처음부터 성공적으로 지휘했다는 영웅화 작업도 곁들였다. 코로나19 위험을 최초로 알렸으나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린 뒤 치료중 감염돼 사망한 의사 리원량(李文亮) 사건은 말단 간부의 책임으로 돌렸다.

시 주석은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19로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방역 지원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의료 마스크 지원 등 ‘건강 실크로드’ 구축을 제안했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처음 참가한 국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대일로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제 코가 석 자인 미국이 유럽 지원에 엄두를 못 내는 사이 미·EU 유대 약화를 꾀하는 효과도 있다.

중국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어려움에 처한 유럽 국가들이 지금은 중국에 “생큐”를 연발하고 있지만,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유럽 국가들의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은 모두 중국에서 왔다. 그들은 200개국에서 70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3만 명 이상 사망한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비극을 키운 당사국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첫 출발은 중국이라는 ‘팩트’가 변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정말 국제사회의 존중받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초기 대응 실패와 통계 조작 논란에 대해 국제사회를 향해 깨끗하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e-mail 김충남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충남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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