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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31일(火)
수요·공급·금융 3重충격… ‘GDP -6%’ 스페인독감 근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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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노믹스(corona+economics) - ① 글로벌 경제

GDP 1∼3% 증발 ‘사스’때보다 더 큰 타격… 고립주의·보호무역 심화 전망
각국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 나섰지만 포퓰리즘 결합 땐 경제 회복 더 멀어질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진원지 중국과 그 인접국 한국에서는 확산세가 주춤하는 반면 미국과 이란, 유럽 전역에서는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는 이미 206개국 70만여 명을 감염시켰고 3만3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류는 보이지 않는 이 잔인한 점령군에 맞서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코로나 팬데믹의 파급효과를 정확히 가늠하기란 쉽지 않지만 글로벌 경제에 가해지는 충격의 상한선은 한 세기 전 발생했던 스페인 독감, 그 하한선은 2002∼2003년에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될 전망이다.

◇스페인 독감과 사스 사이

미국 하버드대의 로버트 배로 교수는 최근 스페인 독감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 150년간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나 실질소비액을 10% 이상(누적 기준) 감소시킨 역사적 대참사를 조사했는데, 2차 세계대전과 1930년대 대공황, 그리고 1차 세계대전 순으로 뽑혔다. 스페인 독감은 43개국 평균 1인당 실질 GDP의 6%, 1인당 실질소비액의 8% 감소를 가져왔고 주식 실질수익률의 26%, 단기국채 실질수익률의 14% 하락을 불러 세계를 뒤흔든 네 번째 사건으로 평가됐다. 1918∼1920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당시 세계 인구의 2%인 약 3900만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배로 교수는 이번 코로나19의 충격파가 스페인 독감의 그것에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국별 방역 정책이 나름대로 작동 중이고 그동안 의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20세기 초에는 초기 감염자의 진단이 어려웠고 확진자의 동선 확보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하게 형성돼 있고 금융·무역 시장의 연계성이나 인력의 이동 규모가 엄청나다. 배로 교수는 정부 정책과 의료 기술의 발전이 감염 확산을 막을 것으로 본 것이다.

2002∼2003년 사스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집중 발생했는데 감염자는 총 8096명, 사망자는 774명에 이르는 치사율이 꽤 높은 질병이었다. 한국인 감염자는 4명이었고 사망자는 없었다. 사스 발생 10년 후인 2012년 4월부터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 돌기 시작했는데 바로 메르스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5월 첫 감염자가 발생해 그해 7월까지 186명의 감염자와 3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총 1367명이 감염됐고 528명이 사망했다. 사스와 메르스가 경제에 미친 효과는 스페인 독감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유행병의 종료와 함께 모든 관련국에서 V자형 회복이 뒤따랐다. 2003년 상반기 사스 국가들의 GDP가 1∼3% 하락했지만, 하반기에는 소비와 투자, 수출이 급증하면서 V자형 급반등 패턴을 보였다.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보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훨씬 클 것이다. 코로나19는 올해 하반기에 진정세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페인 독감처럼 재발해 매년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보건·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나라들에서 시차를 두고 감염이 본격화된다면 사태는 다시 악화일로로 치달을지 모른다. 이런 정황과 과거 팬데믹의 경험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대유행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충격은 스페인 독감과 사스 사이 어디쯤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밸류 체인을 감안한다면 사스보다는 오히려 스페인 독감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의 올해 실질 GDP나 총생산 감소치는 최대 6%에 이를 수도 있다.

◇코로나가 만든 각자도생의 세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세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무엇보다 코로나 고립주의로 반이민자 정서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탈냉전 이후 불어온 세계화 물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역풍을 만들었다면, 이번 코로나 사태는 세계 각국의 이민자 차별 정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92년 구소련 붕괴 이후 세계 경제는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로 돌입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2001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켰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과의 무역·투자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마침내 그 반작용이 ‘차이나 쇼크’로 몰려왔다. 상당수 서방 세계 근로자들이 무역 자유화와 이민자 증대로 직장을 잃거나 임금이 줄어드는 ‘세계화의 덫’에 걸린 것이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화에 대한 이들의 회의감을 이데올로기로 승화시킨 일대 사건이었다.

서구의 근로자들은 세계화에 대한 보상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외면당했다. 특히 조세 부담까지 늘어나자 이들은 기존 정치권을 혐오하게 됐다. 피해 보상 요구를 포기하게 된 이들은 특히 비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게 되는데 이 같은 표심 변화는 그 지역에서 포퓰리스트의 부상을 불러왔다. 이제 포퓰리즘 과 내셔널리즘으로 무장한 정치인들이 감세를 추진하고 반세계화 보호주의와 반이민자 고립주의 정책들을 쏟아내게 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다자 협력기구 등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협력을 유도할 지도력의 부재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다자주의 와해를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 인식한 각국은 각자도생을 생존전략으로 모색하는 형국이다.

◇코로노믹스의 경제 충격과 과제

세계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이미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는 상태였다. 상품과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브렉시트와 트럼프 무역정책으로 인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이 결정타를 날렸다. 그리고 그 경제적 충격은 수요 충격과 공급 충격, 그리고 금융 충격이라는 세 가지 경로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첫째 수요 충격. 이는 사람들이 이동에 제약을 받고 감염의 공포에 휩싸이면서 소비와 투자가 멈춰서는 현상이다. 둘째 공급 충격. 글로벌 공급망에 이상이 생겨 원자재나 부품·소재·장비 등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것이다. 셋째 금융 충격. 주가나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기업이 파산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유동성 경색이 확산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수요 충격에 대비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지출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재정 지출이 포퓰리즘을 만나 자원 배분의 왜곡을 가져오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가 간 재정정책의 공조가 필요하다. 아울러 경쟁적 환율 절하는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가 피해야 할 선택지다. 전 세계의 많은 정부가 파격적인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를 단행하고 있지만, 무역과 관련해서는 눈에 띄는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의 원활한 작동과 자국민의 건강 보호를 위해서라도 의료용품을 포함한 주요 품목의 수출 금지나 관세 부과는 일시적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국제적 합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서강대 교수·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


■ 세줄 요약

스페인 독감과 사스 사이 :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 GDP를 6%나 감소시킴. 사스가 경제에 미친 효과는 스페인 독감보다는 약했음.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충격은 스페인 독감과 사스 사이로 보이며, 이로 인한 올해 GDP 감소치는 최대 6%에 이를 수도.

코로나와 각자도생의 세계 : 코로나 고립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반이민자 정서를 더욱 강화할 것. 포퓰리즘과 내셔널리즘으로 무장한 각국이 반세계화 보호주의와 반이민자 고립주의 정책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를 부채질할 게 분명해 보임.

코로노믹스의 경제 충격 : 세계 경제는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 이미 성장 둔화세였음. 코로나19로 수요 충격과 공급 충격, 금융 충격이 현실화함. 천문학적 재정 지출이나 경쟁적 환율 절하가 포퓰리즘과 만나 자원 배분의 왜곡을 일으키는 상황을 부를 수도.

■ 용어 설명

‘포퓰리즘’은 인민·대중을 뜻하는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된 말. 최근에는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인이 대중의 인기만을 좇는 대중추수주의나 대중영합주의라는 부정적 의미로 주로 쓰임.

‘차이나 쇼크’란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표현한 조어임. ‘세계화’ 물결 속에 글로벌 생산거점이자 거대시장이 된 중국에 의해 세계 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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