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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3월 31일(火)
선수 개성·컨디션 맞춰 플랜 A·B·C… 축구박사의 ‘팔색조 용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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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범 도쿄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쩌렁쩌렁한 목소리,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린다. 하지만 경기장, 훈련장 밖에선 자상한 아버지처럼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내유외강형 지도자다.

■ 김학범 도쿄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 감독

감독 2년만에 성남 K리그 우승… AFC U-23 챔피언십 첫 우승으로 세계 최초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성과
성남 감독 때 ‘주경야독’ 축구선수 출신 1호 박사… 무뚝뚝한 표정·혹독한 체력훈련 ‘호랑이 선생님’


김학범(60)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의 이력은 파란만장하다.

선수 김학범은 비주류였다. 김학범은 1984년부터 1991년까지 국민은행 수비수였다. 국민은행은 1984년 프로축구 K리그에 참가했고, 김학범은 13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1985년 실업축구로 내려왔고 김학범은 그 뒤 프로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 그는 1992년 현역에서 은퇴하고 은행원이 됐다. 1993년 국민은행 코치로 복귀했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사태로 축구단이 해체되면서 다시 지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라운드와의 인연은 질겼다. 특히 은행에 재직하면서도 틈틈이 축구를 공부하던 그에게 후한 점수를 준 프로구단이 그를 호출했다. 1998년으로 성남 일화(현 성남 FC)의 코치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 당시 은행원으로 안정적인 중년의 삶을 꾸리고 있었다. 게다가 성남의 대우보다 은행의 조건이 더 좋았다. 하지만 그는 성남 코칭스태프 합류를 결정했다. 그리고 선수 시절 무명이었던 설움을 떨쳐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성남의 김학범 코치는 고 차경복 감독을 보좌했다. 차 감독이 선수 선발과 용병술을 전담했고, 김 코치는 상대를 철저하게 분석해 전략전술을 마련했다. 김 코치는 성남에서 1999년 FA컵 우승, 2001년부터 2003년까지 K리그 3연패의 밑거름이 됐다. K리그 3연패는 지금까지 성남이 2차례(1993∼1995, 2001∼2003), 전북 현대가 1차례(2017∼2019) 이뤘다. 그는 2005년 마침내 감독직에 올랐다. 차 감독이 내려놓은 성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은 부임 2년 차인 2006년 성남을 K리그 정상으로 이끈 뒤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고 2007년엔 K리그 준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계속 상승하는 건 스포츠에선 불가능한 일. 성남은 2008년 정규리그 5위에 머물렀고 플레이오프에선 6위 포항 스틸러스에 무릎을 꿇었다. 김 감독은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하던 김 감독은 2010년 12월 중국 허난 젠예 지휘봉을 잡았지만 5개월 만에 다시 성적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2012년 7월 강원 FC 사령탑으로 부임했지만 이듬해 8월 역시 성적부진으로 해고됐다.

‘친정’ 성남으로 컴백하면서 잠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2014년 9월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성남을 맡아 2개월 만에 FA컵 우승을 이끌었고 정규리그에선 12개 구단 중 9위로 시즌 내내 시달리던 강등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 감독은 2015년엔 시민구단으론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랐고, 정규리그를 5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2016년 부진에 빠졌고 9월 경질됐다. 2017년 8월 광주 FC 지휘봉을 잡았지만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고, 2부리그 강등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K리그 정상에 오르고 올해의 감독으로 뽑히는 등 각광을 받은 적도 있지만 사령탑으로 5번이나 경질됐다. 여러 팀을 거쳤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5번 감독직을 내려놓은 건 무시하지 못할 흠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화끈한 반전을 연출하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018년 2월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런데 ‘소방수’였다. AFC U-23 챔피언십에서 4위에 그치면서 김봉길 감독이 경질됐고, 김학범 감독이 ‘대타’로 기용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 대타 사령탑에, 준비 기간이 짧았던 탓에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지만, 그는 ‘대형사고’를 쳤다. 현역 시절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단 적이 없었던 김 감독은 어수선하던 U-23 대표팀을 완벽하게 장악했고, 금메달을 안겼다.

김 감독은 성남 사령탑 시절 총애하던 황의조(28·지롱댕 드 보르도)를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뽑아 ‘인맥축구’ 논란이 불거졌지만,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서 7경기에 출전, 9골을 터트려 득점왕을 차지하며 금메달의 선봉에 섰다. 김 감독은 자연스럽게 2020 도쿄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됐고, 다시 한 번 축구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월 올림픽 예선을 겸한 AFC U-23 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은 세계 최초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란 성과를 거뒀다.

김 감독의 별명은 ‘학범슨’.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앨릭스 퍼거슨(79) 전 감독의 성과 김 감독의 이름을 조합한 별명. 김 감독의 전략전술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뜻. 그래서 국내 축구계의 대표적인 지장(智將)으로 꼽힌다. 축구는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고 작은 전략전술에 따라 흐름이 순식간에 뒤바뀐다. 김 감독은 플랜A를 비롯해 플랜B, 플랜C까지 사전에 기획하고 훈련을 통해 선수단에 플랜을 녹인다.

지장 김학범은 대표적인 학구파 지도자, ‘축구 박사’로 불린다. 실제로 축구선수 출신 1호 박사다. 명지대 체육교육학 학사 출신인 김 감독은 명지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석사와 운동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국민은행 축구단 코치를 맡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김 감독은 성남 사령탑 부임 2년 차인 2006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경야독’한 셈. 김 감독은 ‘델파이 기법을 활용한 운동능력 극대화’ 논문에 그동안 쌓은 경험을 이론으로 정립했다.

김 감독이 평소 머릿속에 담아둔 다채로운 전략전술을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에게 투영하자 엄청난 결실을 보았다. AFC U-23 챔피언십이 좋은 예. 김 감독은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베스트11, 주전을 고정하지 않는 파격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감독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베스트 11이 따로 없었다. 내부에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상대팀의 혼선을 불러일으키면서 김 감독은 가장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당시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대표팀을 운영했지만 변화무쌍한 용병술을 가동, ‘팔색조’ 전술이란 극찬을 받았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컨디션에 맞춰 선발 출장자를 정해 전혀 다른 스타일을 계속 창조했다. 김 감독은 오세훈(상주 상무)과 조규성(전북 현대)을 스트라이커, 이동준(부산 아이파크)과 이동경(울산 현대)을 측면에서 경쟁시켰다. 오세훈과 조규성, 그리고 이동준과 이동경은 2골씩 터트렸고 6연승을 구가하며 정상에 올랐다. 전체 선수단 23명 중 6경기에 모두 출전한 건 골키퍼 송범근(전북)뿐. 그런데도 대표팀은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했다. 김 감독이 사전에 플랜A, 플랜B, 플랜C까지 마련해놓았기 때문.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선수들의 설명에서 김 감독의 존재감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김 감독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구상이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초 오는 7월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4일 도쿄올림픽 개막을 내년으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도쿄올림픽 남자축구는 23세 이하로 나이 제한이 있다. 24세 이상 출전자는 팀당 3명이다. AFC U-23 챔피언십 당시 23명 중 11명, 절반에 가까운 48%가 23세다. 23세는 내년이면 24세가 돼 현재의 규정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본선에 참가할 수 없다.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도쿄올림픽 1년 연기에 맞춰 출전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AFC U-23 챔피언십 우승팀, 올림픽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일군 대표팀은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26일 IOC와 FIFA, AFC에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출전권 획득 선수들의 참가 자격을 보호해달라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축구협회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예선을 치르고 준비한 선수들이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올림픽이 연기돼 본선에 참가할 수 없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올림픽 명칭을 포함해 모든 사항이 유지되고 개최 시기만 조정된 만큼 본선 진출을 달성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본선 무대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시길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김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전형적인 내유외강(內柔外剛) 스타일이다. 무뚝뚝한 표정, 쩌렁쩌렁한 목소리, 혹독한 체력훈련까지 그의 특징은 ‘호랑이 선생님’이다. 하지만 마음속엔 따스함이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제자 사랑이 유별나다. 도쿄올림픽 연기로 인해 그동안 호흡을 맞췄고, 본선행 티켓 확보에 앞장섰던 1997년생들이 내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건 그에겐 무척 혼란스러운 일. 김 감독은 “오랜 기간 준비했던 도쿄올림픽이 연기돼 아쉽지만, 건강이 훨씬 중요하기에 개막 연기는 올바른 판단”이라며 “그러나 (올해 23세가 내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지도자, 선수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답답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계약기간 종료 시점은 2020년 7월 도쿄올림픽까지다. 축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됐으니 당연히 내년까지 (김 감독의 계약이) 연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학범 감독의 인맥

김학범 감독은 후암초 5학년이던 해 축구를 시작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김 감독은 축구를 하면 숙소에 머물고, 식사까지 제공한다는 데 끌렸다. 수비수 김학범은 그러나 태극마크를 한 번도 달지 못했고 은퇴한 뒤 은행원으로 일하다 1998년 성남 일화 코치로 부임,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리고 2005년 감독으로 승진했고 16년째 사령탑으로 재직 중이다. 김 감독은 국내 K리그는 물론,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지휘봉을 잡았고 2018년부턴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나이 : 60
학력 : 후암초 ∼ 영등포중 ∼ 강릉중앙고 ∼ 명지대 ∼ 명지대 대학원
이력 : 1984∼1991년 국민은행 선수, 1993∼1997년 국민은행 코치, 1998∼2004년 프로축구 성남 일화 코치, 2005∼2008년 성남 일화 감독, 2010∼2011년 중국 허난 젠예 감독, 2012∼2013년 강원 FC 감독, 2014∼2016년 성남 FC 감독, 2017년 광주 FC 감독, 2018∼ 현재 대한민국 U-23 대표팀 감독


故 차경복 前 성남 일화 감독

김학범 감독을 지도자의 길로 이끈 건 고 차경복 감독이다. 차 감독은 1998년 성남 사령탑으로 선임됐고, 자신을 보좌할 코치로 김 감독을 점찍었다. 김 감독은 프로 출전 경험은 13경기에 불과한 무명이었다. 차 감독은 그러나 김 감독의 예리한 분석력을 높이 사 코치직을 제의했다. 둘은 1999년 FA컵 우승과 2001년부터 2003년까지 K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K리그 3연패는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2호였다. 차 감독은 2004년 성남 사령탑에서 물러났고 지휘봉은 김 감독에게 넘어갔다. 차 감독이 2006년 작고하자 김 감독은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를 지휘, 정상에 올랐다.

최강희 상하이 선화 감독

김학범 감독과 최강희(61) 감독은 절친이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실업, 최 감독은 프로에서 뛰었기에 ‘동선’이 겹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프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고 같은 해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1998년 김 감독은 성남 일화, 최 감독은 수원 삼성 코치로 선임됐다. 그리고 2005년 김 감독은 성남, 최 감독은 전북 현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김 감독은 2015년 전북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이 결장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말했고, 최 감독은 “김학범 감독은 도발하지 말고 머리부터 심어라”라며 대응했다.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주고받을 수 없는 ‘농반진반’의 즐거운 설전이었다.

차상광 도쿄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 골키퍼 코치

차상광(57)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김학범 감독과 질긴 인연이다. 1997년 성남 일화에서 은퇴한 차 코치는 이듬해 성남에서 지도자로 입문, 역시 그해 코치로 부임한 김 감독과 만났다. 김 감독과 차 코치는 1999년 FA컵 우승과 2001년부터 2003년까지 K리그 3연패에 힘을 보탰다. 김 감독이 2008년 사퇴하면서 작별했지만 2018년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 다시 만났다. 차 코치는 2014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했고, 2016∼2017년엔 A대표팀 골키퍼 코치를 맡았다. 김 감독은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골키퍼 육성과 선발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차 코치를 호출했다.

황의조 지롱댕 드 보르도 공격수

황의조(28)의 축구인생에서 김학범 감독은 아버지 같은 존재다. 2013년 성남에서 데뷔한 황의조는 2014년 김 감독이 성남 지휘봉을 잡은 이후 중용됐다. 황의조는 2013년 22경기 2득점, 2014년 28경기 4득점에 그쳤지만 2015년엔 34경기 15득점을 올렸으며 2015년 9월 A대표팀에서 데뷔했다. 이런 인연 때문에 김 감독이 황의조를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출전 최종 명단에 포함하자 ‘인맥축구’ 논란이 생겼다. 김 감독은 “책임은 감독인 내가 다 질 것”이라며 황의조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고,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서 7게임에 출장, 9골을 터트리면서 득점왕에 올랐고 우승을 이끌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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