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견돈(犬豚)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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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영화계에도 불황이 몰아닥쳤다. 관객이 없어 문 닫는 영화관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화 ‘정직한 후보’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봉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지난 24일부터 IPTV와 VOD 서비스를 시작해 안방에서도 볼 수 있게 되면서 흥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정직한 것처럼 행세하지만, 실제는 거짓말을 일삼는 위선자다. 선거를 앞둔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다.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정치인 하면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떠오른다. 당시 영국은 지금 우리보다 더한 퍼주기식 사회였다. 노조로부터 기득권을 빼앗고, 실업수당을 삭감해 욕을 먹었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을 설득해 ‘영국병’에서 영국을 구해냈다. 국내 인물로는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을 꼽는다. 상하이(上海)임시정부 시절 국무총리 대리를 지냈던 그는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 해외에서까지 존경받는 지도자로 정직을 무엇보다도 강조했다.

요즘 여의도엔 정치가는 없고 정치꾼만 넘쳐난다. 4·15 총선 후보 면면을 보면 정치꾼들이 수두룩하다. 3분의 1이 전과자다. 그 중엔 살인미수에 성폭행범, 사기 등 전과 18범도 있다. 5년간 세금 체납 후보도 150명이나 된다. 이런 파렴치범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선거판을 요지경으로 만든 책임자들도 대부분 출마했다. ‘4+1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인 선거법은 총선을 72년 전의 제헌의회 선거보다 못한 수준으로 퇴행시켰다. 오죽하면 정당이 너무 많아 개표기도 못 쓰고 수작업으로 해야 하겠는가. 여당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정당을 만들어 당선권에 앉아 여당과 형제당이라고 주장한다. 권력범죄 피의자는 검찰총장을 향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1호라고 협박한다. 이 지경인데도 ‘4+1 주역’들은 또 표를 달라고 한다. 일말의 염치나 책임감이 있으면 이번 선거에 불출마하는 게 도리다. 어느 진보 정당은 공수처법 들러리를 서고 조국 일가를 옹호해 ‘정의’를 더럽히더니 토사구팽당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척하고 있다.

제21대 총선이 보름 남았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차악’이라도 택해야 한다. 정치인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다. 정치가 ‘견돈(犬豚)’ 수준이면 그것은 유권자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