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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1일(水)
3갈래 나뉜 빅뱅이론… ‘우주 극초기’의 묘사 놓고 ‘大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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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계의 통설에 의하면 빅뱅 이후 몇억 분의 1초 내에 벌어졌을 급팽창을 겪은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모래 한 알에서 사람 머리 정도,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은 460억 광년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우주과학사

이관수의 멀티버스 - ⑧ 빅뱅 ‘백가쟁명’ <끝>

① 일정비율로 꾸준하게 팽창 ② 매우 작은 점에서 급팽창 ③ 급팽창 자체만 중시하는 학설
“작고 뜨거웠던 우주가 팽창하고 식으며 은하들 형성”은 경험적 증거로 모두 동의… 사실·상상의 경계 넘나들며 연구 몰두


우리는 우주가 ‘빅뱅’으로 시작됐다고 배운다. 그래서 설명을 듣다 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때로는 여러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더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현대 우주론이 워낙 폭넓고 정교해서 설명마다 초점을 달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는 이유는 빅뱅이 논리적으로는 잘못 붙여진 명칭이기도 했고, 지금 21세기에는 ‘빅뱅’이 뜻하는 바가 대략 3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단어 자체는 1949년 BBC 라디오의 과학 프로그램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20년 가까이 거의 쓰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1965년 5월 21일 뉴욕타임스가 우주배경복사를 보도하는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빅뱅 우주’를 언급하면서부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기사 이후에야 스티븐 호킹이나 제임스 피블스(201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처럼 당시로는 젊은 세대가 논문에서 이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그들 이전에는 단 한 사람만 두 편의 논문에서 사용한 것이 고작이었다.

일단 어느 버전의 빅뱅이든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가 과거에는 매우 작았고, 물질과 에너지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으며, 매우 뜨거웠다고 본다. 또한 그랬던 우주가 점점 팽창하면서 식었고, 몇 억 년 동안 식은 덕분에 물질들이 뭉쳐서 초은하단, 은하 그리고 1세대 별들이 형성됐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여기까지는 경험적 증거가 확고하다. 다른 점은 직접 관찰할 자료가 없는 우주 극초기를 어떻게 묘사하느냐는 것이다.

편의상 ‘고전 빅뱅우주론’이라 부를만한 첫 버전은 전체 우주가 한 점 또는 한 점이라고 봐도 무방한 지극히 작은 영역에서 계속 일정한 비율로 팽창했다고 봤다. 팽창비율은 인간의 일상 감각으로는 무척 낮은 편이지만, 빅뱅이란 명칭 덕분에 전 우주가 순식간에 대폭발로 생겨났다는 둥 여러 가지 오해를 받았다.

두 번째 버전은 점이나 다름없는 매우 작은 영역에서 우주가 시작됐겠지만, 우주가 시작된 직후 순식간에 급팽창했기 때문에 현재 관찰되는 우주의 모습이 형성될 수 있었다고 본다. 우주의 시작 자체보다도 그 직후에 있었을 급팽창을 중시하는 셈이다. 그래서 종종 급팽창이론이라고도 불리고, 가끔 빅뱅이 부정됐다는 오해를 낳기도 했다. 매우 짧았던 급팽창 시기 전후에 완만한 우주팽창을 놓는 샌드위치 버전인 셈인데, 현재 주류 우주론의 근간이기도 하다.

세 번째 버전은 급팽창만 중시한다. 현재 우주의 모습이 급팽창 시기에 싹텄다면, 급팽창 이전 상황은 어차피 리셋되는 셈이니, 우주가 한 ‘점’에서 시작됐다는 난감한 가정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이들 소수 급진파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급팽창이 곧 빅뱅이라고 이야기한다. 급팽창이론의 주요 주창자였던 프린스턴대의 폴 스타인하트가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빅뱅’, 즉 대폭발로 우주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젊은 세대가 대부분이다.

고전 빅뱅우주론이 대폭발로 오해된 것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1929년 에드윈 허블이 추정한 우주팽창비율은 일상적인 거리에 빗대어 환산하면 3000조㎞가 1초에 500㎞씩 늘어나는 셈이다. 허블이 오산한 원인이 밝혀지면서 1960년대 들어서는 팽창비율이 초당 100㎞ 내외인지 200㎞급인지가 논쟁이 되던 시점이었다. 즉 우주팽창은 과거의 평가보다 더 완만하게 바뀌고 있었던 시점이다.(이제는 70㎞대로 본다)

과학자들로서는 허블이 발견한 우주팽창만으로는 우주의 과거 상태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우주가 지금 팽창하고 있으니 오늘의 우주보다는 작년의 우주가 작겠지만, 그렇다고 몇십 억 년 전 우주가 아주 작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비약이다. 마치 지금 손톱이 길어지고 있으니 태어날 때는 손톱의 길이가 0이라고, 즉 손톱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1964년에 발견된 우주배경복사는 과거에 우주가 전체적으로 뜨거웠다는 직접 증거였다. 뜨겁게 달군 물체에서 빛이 나듯, 우주배경복사가 나왔을 때 우주 안의 모든 물체가 엇비슷하게 뜨거워서 골고루 비슷한 빛이 나온 것이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은 마치 공기를 압축하면 온도가 올라가듯, 현재의 우주에 비해 과거의 우주가 압축돼 있어서 전반적으로 뜨거운 상태였던 것밖에 없다. 피블스와 호킹 등 젊은 세대 관점에서는 우주가 작고 뜨겁고 빽빽한 상태에서 현재처럼 거대하고 차갑고 밀도 낮은 상태로, 비록 완만하게라도, 바뀌었으니 빅뱅이라는 비유적인 표현을 애써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성립된 1970년대 초의 고전 빅뱅우주론은 우주 내 원자의 거의 대부분인 수소, 헬륨, 리튬의 비율도 정확하게 산출해냈다. 하지만 추가 관측을 통해 밝혀진, 우주 전체에 걸친 3가지 현상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다. 첫째, 드넓게 팽창해버린 우주의 이곳저곳이 서로 너무 비슷했다. 광속으로 오가면 물질과 에너지가 섞일 수 없는데도 우주 곳곳은 비슷했다. 둘째, 우주 공간과 물질의 비율이 너무나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우주 초기일수록 공간과 물질의 비율이 우주팽창률을 좌우하는데, 우주팽창률이 조금만 컸으면 이제 와서는 초은하단과 초은하단 사이가 너무나 멀어져 관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멀어졌을 것이고, 조금만 낮았으면 결과적으로 우주가 다시 수축해서 초기 상태로 되돌아갔을 터였다. 그런데 고전 빅뱅우주론에 따르면 공간과 물질의 비율이 무작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었다. 셋째, 식어가는 우주에서 골고루 흩어져 있던 물질이 약한 중력으로 모여 은하나 초은하단이 되기에는 우주의 나이로 추정되던 100억 년∼200억 년 정도로는 시간이 부족했다.(현재 관측한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에 약간 못 미친다)

▲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의 모습(왼쪽 사진)과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오른쪽) 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980년 입자물리학 연구에서 착안된 급팽창이론은 우주론적 문제점을 잘 해명했다. 우주가 지극히 작았을 극초기 우주 때, 골고루 섞인 상태로 완만하게 팽창하다가 일시적으로 급팽창했다가 다시 완만한 팽창이 지속됐다면? 마치 뻥튀기 과자를 만들 듯이 재료를 고루 섞은 후에 뻥튀기해서 만들어진 과자, 즉 우주의 부분 부분이 모두 비슷하다. 또 뻥튀기한 과자가 올록볼록한 것처럼 물질들이 밀집한 부분들이 우주에 곳곳에 남아 있다면 불과 2억∼5억 년 만에 초은하단과 은하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게다가 급팽창이 있었다고 가정하면 공간과 물질의 비율이 우리가 관측하는 것처럼 딱 맞게 정리될 수밖에 없다는 계산도 확인됐다.

1990년대 중반 확인된 암흑물질의 성질도, 2000년 전후로 확립된 암흑에너지도 정밀 측정결과 주류 빅뱅이론, 즉 샌드위치 버전의 미진한 구석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현재는 빅뱅 이후 몇억 분의 1초 이내에 벌어졌을 급팽창을 겪은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모래 한 알에서 사람 머리 정도 크기였을 것으로, 그로부터 37만7000년 동안 완만한 팽창을 계속한 끝에 우주배경복사를 방출할 때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이 4200만 광년 정도, 그리고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은 460억 광년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왜 급팽창을 하는가? 급팽창이 있었어야 우주의 현재 상태가 잘 설명되는 것은 맞지만, 급팽창이 있어야만 하는 이유는 여전히 연구 중이다. 언제 멈추는지도 답하기 힘들다. 그 과정에서 다중우주론도 파생됐다.

초기 급팽창이론은 급팽창 모델이 우주 전체의 성질을 얼마나 잘 묘사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급팽창이 일어났다면 팽창한 만큼 우주의 온도가 떨어졌을 것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급팽창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급냉각 이후에도 우주 전체의 온도가 충분히 높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과 함께 급팽창을 일으키는 인플레이션장과 거기서 발생하는 인플라톤을 가정하고, 현재 우주의 성질을 계산해낼 수 있는 인플레이션장과 인플라톤의 수학적 이론을 만드는 방식으로 연구의 방향이 바뀌었다. 에너지가 지극히 집중된 인플라톤은 냉각되면 여러 가지 다른 입자들과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붕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물질입자가 급팽창 이후의 우주를 채우고, 우주 전체의 온도도 다시 엄청나게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급팽창이 멈추고, 인플라톤이 붕괴돼서 보통 우주로 바뀌는가? 안타깝게도 현재의 이론들은 명확한 답을 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인플라톤은 임의의 시점에서 무작위로 붕괴되고,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물질 입자들의 성질도 무작위적으로 결정된다는 결론을 피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급팽창 이전의 ‘상상의 원시 우주’의 곳곳에서 급팽창들이 무작위적으로 발생했고, 그렇게 우연히 팽창해서 만들어진 ‘방울’ 하나가 우리 우주가 아닐까? 경험적인 증거는 없지만 수학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상상이다. 최근의 다중우주론은 그런 ‘방울 우주’가 서로 붙어 있다고 가정하고, 혹시나 관측 가능할 수도 있는 현상을 예측할 수 있을지 따져 보는 방향으로도 전개되고 있다.

급팽창과 빅뱅을 동일시하는 급진파는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등장했다. 급팽창과 인플라톤 붕괴를 통해 관측 가능한 우리 우주가 생긴다면, 우리 우주의 시작은 결국 급팽창이 아닌가? 더욱이 급팽창은 ‘빅뱅’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게다가 급팽창 이전의 ‘상상의 원시 우주’에서 공간이나 시간의 크기가 0인지 아닌지 같은 난감하고 다룰 수도 없는 질문이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고대부터 지금까지 우주론은 관측 사실들이 상상의 한계를 계속 넓히면서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과학사학자


■ 용어설명

급팽창 시기 : 최초의 순간 이후 10-36 ∼10-32 초 사이에 우주의 지름이 1030배 이상으로 팽창한 시기. 급팽창을 시작할 때 우주의 온도는 10만 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종료 시에 이전 수준으로 재가열됐다고 본다. 수치는 모형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급팽창 현상 자체는 거의 확실하게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주류 견해이다.

다중우주와 평행우주 : 급팽창이 여기저기서 일어날 때, 한 급팽창이 만들어낸 물방울 우주들이 여러 개 있을 수 있다는 인플레이션 다중우주론이나 만일 우주가 무한하다면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와 똑같은 다른 ‘관측 가능한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견해는 우주론적 상상에서 나왔다. 수학적 고차원에 존재하는 초끈의 진동이 낮은 차원으로 투영된 것으로 풀이하는 초끈이론에서 투영방식에 따라 무수히 많은 현실 우주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관점은 경관다중우주라고 부른다. 양자역학 해석문제에서 비롯된 다중우주론도 있으나, 그런 다중우주는 평행우주라고 부르는 것이 관례이다. 각기 근거가 다르지만, 수학적, 개념적인 이유로 배제할 수는 없는 반면 경험적 증거는 아직 없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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