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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1일(水)
방역능력 없는 印·아프리카, 팬데믹 덮치면 ‘국가 생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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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저개발국가로 확산

열악한 의료 시설에 자금력 부족
아프리카 46國서도 줄줄이 발병
印 7월말까지 확진 4억명 예상도

디폴트 아르헨 막대한 타격 예상
바이러스 창궐전 불황 이미 시작

헝가리·泰선 인권탄압·언론검열
권력자들 정치적 수단 악용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의 에피센터(진원지)는 그동안 중국(1월)→ 유럽(2월)→ 미국(3월)을 거쳐 이제 인도·아프리카·중남미 지역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최종 타깃이 될 경우 그야말로 재앙이라는 우려가 크다. 무기력한 방역능력, 열악한 의료시설 및 인프라, 동원 가능한 자금력 부족 등으로 빈민층의 생사뿐만 아니라 국가의 생존 자체가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일부 독재·권위주의 국가에서는 민주주의가 바이러스에 의해 무너질 수도 있다.

◇대응 능력 미흡, 퍼질 경우 대재앙=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25일부터 10억 인구의 이동을 제한하는 극단적인 이동 제한령을 발포했다. 인도의 경우 3월 16일 114건에서 30일 1251건으로 2주 만에 10배나 증가했다. 워싱턴과 뉴델리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감염병·경제·정책연구센터의 라마난 락스미나라얀 소장에 따르면 인도는 7월 말까지 3억∼4억 명에 이르는 누적 확진자가 나올 전망이다. 다만 그는 인도가 21일간의 봉쇄를 선언한 이후 그 준수 정도에 따라 총 확진자가 이 수치의 80∼9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T 제이컵 존 전 인도 기독교의과대 교수도 “눈사태의 초기 단계”라고 우려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내부 평가에서 바이러스 확산 방지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2000만 명 발생을 예측했다. 아프리카연합(AU)에 따르면 확진자는 일주일 새 2배 이상 증가해 31일 현재 5300건을 넘어섰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엄청난 대재앙을 막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3주간 전국봉쇄조치를 발표했고 질서유지를 위해 군이 투입됐다.

이들 국가의 공통적인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 가능성이 큰데도 방역 능력을 대부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체 인구 중 60% 정도인 5억8700만 명이 빈민가에 살고 있다. 깨끗한 물이 부족해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수칙조차 지키기가 어렵다. 위생시설, 배관·하수시설도 불량하다. 이미 다른 질병 보균자도 많다.

남아공에는 약 250만 명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환자가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조차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의 당뇨병 발병률이 대기 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발병률 못지않게 높다고 전했다. 전 세계 약 660만 명으로 추산되는 수용소 난민들의 생활 실태는 더 열악하다.

의료시설 및 인프라도 열악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의사는 1만 명당 2명이다. 의료진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는 이탈리아(1만 명당 41명)의 20분의 1도 채 안 된다. 인구 1300만 명인 남수단의 총 격리병상 수는 24개에 불과하다. 1700만 명을 상대해야 하는 말라위의 격리병상 수도 25개에 그친다. 무슬림 반군과 전쟁 중인 부르키나파소는 정부 각료 중에서만 4명의 확진자와 1명의 사망자가 나왔음에도 대처할 시설이 없다. 감염검사 시행횟수도 현저히 적다. 연구 프로젝트 ‘아우어월드인데이터’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0일 기준 100만 명당 7.4명꼴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시행했다. 한국의 800분의 1에 해당한다.

▲  지난달 22일 인도 뭄바이의 한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복도로 나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전국 이동금지령을 포함한 대국민 성명을 듣고 있다. EPA 연합뉴스

◇바이러스 창궐 전 불황 이미 시작= 서구 선진국의 경우 바이러스 확산 이후에야 경제적인 불황에 직면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선 아직 바이러스 확산이 이뤄지지 않는데도 경제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남아공, 브라질 등을 포함한 신흥국 24개국에 순유입된 투자금은 지난해 총 790억 달러(약 97조1000억 원)였는데, 지난 두 달간 700억 달러가 유출됐다. 2008년 금융위기 때의 2배 이상 규모다. 글로벌 자본평가회사 리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 지난달 18일 마감된 신흥시장 채권펀드에서 45억 달러 상당을 매도했다. 3월 들어 펀드런(fund run) 현상은 더 극심하다. 인도의 경우 이미 지난해 외국인들이 투자했던 투자금이 모두 빠져나갔는데, 모디 총리의 봉쇄령까지 겹쳐 위기감이 커졌다. 인도 매체 힌두비즈니스라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채권과 주식 등에서 이미 1조 루피를 회수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투자액 규모가 올해 1분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증발한 셈이다.

돈이 부족해진 신흥국들은 미국과 유럽처럼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여력이 없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007년 이래 신흥시장 가계 및 기업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에서 165%로 뛰었다”며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등이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기업부채는 5000억 달러에서 2조3000억 달러로 다섯 배 가까이 증가했다. 터키는 이미 높은 물가상승률과 불안한 리라화 가치폭락으로 신음했는데, 코로나19로 관광산업마저 황폐화되며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부채가 GDP의 90%에 육박하면서 지난해 말 사실상 디폴트 상태를 고백한 아르헨티나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이 침체되면서 각국의 생산 및 제조업 등 산업도 대부분 타격을 입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선 관광산업이 몰락하며 호텔, 식당, 관광업 종사자들이 대규모 실업 위기에 놓였다. 베네수엘라, 알제리, 모잠비크, 이라크, 나이지리아, 멕시코 등 원유 수출국은 배럴당 2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유가에 타격을 입었다. 칠레, 페루, DR콩고, 잠비아 등 구리 생산국과 브라질, 인도 등 아연 생산국들도 수요 급감으로 시름에 잠겨 있다. 유엔 무역투자개발회의(UNCTAD)가 30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이 자본의 유출, 상품 가격 및 화폐 가치 하락 등에 따른 수출액 감소 등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리처드 코줄 라이트 UNCTAD 세계화·개발전략 담당자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들 국가를 위해 약 2조5000억 달러(약 3060조 원) 규모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권력자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코로나19 극복’을 주장하면서 몇몇 개발도상국은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30일 국가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해 정부 권한을 강화한 법안을 제정했다. 오르반 총리는 국가비상사태하에서 정부 명령으로 새 법률을 만들거나 기존 법률의 효력을 없앨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닌다. 견제 기능을 갖춘 헝가리 헌법재판소는 오르반 총리의 측근들로 채워져 있어 제대로 된 감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평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부패 혐의 재판을 코로나19를 이유로 연기했고, 정보기관 신베트가 의회 승인이나 법원의 영장 없이 코로나19 확진자의 휴대전화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비상 명령을 내렸다.

필리핀 의회는 지난달 23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신속 대응과 소외계층 구호 등을 위해 54억 달러에 달하는 올해 예산을 전용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줬다. 오마르 라자즈 요르단 총리는 루머, 거짓말,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모든 사람을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도 언론 검열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우간다 정부는 경찰에 집회를 해산하고 사람들을 체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었다가 자국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결정을 받기도 했다. 케냐에서는 지난달 27일 격리 중 창밖을 내다보던 13세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고, 급한 임신부를 병원까지 태워다 줬던 택시기사가 통행금지 위반으로 경찰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박준우·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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