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근의 Deep Read >실물경제·금융 위기 결합땐 ‘공황’… 기업 생산능력 저하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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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노믹스(corona+economics) - ② 한국 경제

소비·생산 직격탄 → V자·U자형 회복 어려울 수도… 코로나 사태 장기화하면 L자·I자형 추락 가능성도
일반적 경기부양책만으론 안돼…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 전제한 피해기업 세금감면·규제완화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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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경기가 추락하고 소비가 줄고 조업이 중단되면서 생산능력이 저하하고 실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 만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주는 타격은 남다르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지 불확실해 경제가 입을 피해의 크기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이 금융위기와 결합할 때 대공황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대응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기업의 생산능력을 유지하게 하며 실물경제 충격이 금융위기로 옮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 코로나와 실물경제 충격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위기는 몇 가지 면에서 과거에 겪었던 기존 경제위기와 다른 특징이 있다. 첫째, 바이러스의 확산이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경제적 충격의 정도나 지속기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둘째, 총수요와 총공급을 동시에 위축시키는 위기다. 기존 경제위기는 총수요와 총공급 중 하나에만 주로 충격을 주었다. 셋째, 아시아 외환위기는 한국을 비롯해 몇몇 국가만의 위기였지만 이번 위기는 세계 경제 전체가 겪는 위기다. 넷째, 이번 위기는 금융위기가 아니라 실물경제 위기다. 하지만 이 위기가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경제 전문가나 경제정책 담당자가 예측하거나 관리할 수 없는 자연재해다. 바이러스가 얼마나 확산할 것인지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그리고 사태의 종료가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가 불확실하며 이에 따라 경제적 충격의 정도나 지속기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예측도 V자형 반등, U자형 반등, L자형 침체, 그리고 I자형 추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세계 경제가 침체에 진입한 건 분명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나쁘거나 더 나쁠 수도 있다”고 언급했듯 V자나 U자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각국이 정책으로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경제가 입는 피해의 크기와 위기 후의 반등속도가 달라질 수는 있다.

코로나19는 총수요와 총공급에 모두 영향을 주는 충격이다. 소비자 심리가 악화하고 소득과 자산가치가 감소함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도 위축되는 것은 기존의 경제위기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에 더해서 기업의 생산도 감소한다. 단순히 수요가 줄어서 기업이 생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이동중지 명령, 봉쇄 명령, 자발적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상점이 문을 닫고 공장이 가동을 중지한다. 한 공장의 가동 중단은 이 공장의 제품을 부품으로 사용하는 다른 공장의 가동을 중단시킨다. 공급망이 글로벌화해 있고 국가마다 바이러스 확산 시기나 대응능력이 다르므로 공급망 교란은 더 심각하다. 경제는 그야말로 정지 상태가 된다. 이와 같은 특징으로 인해 금리 인하나 정부지출 증가와 같은 총수요관리정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금융위기 결합하면 재앙

문제는 충격을 받은 실물경제에 금융위기가 가세하는 경우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공급과 수요의 위축은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변동을 일으키게 한다. 경기변동은 호황- 후퇴- 불황- 회복의 국면을 거친다. 현재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충격을 받고 총생산과 총수요의 변동을 일으켜 불황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불황 국면에서는 생산·투자·소비·소득·고용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기업이윤이 줄어들며 도산 기업이 증가하고 물가·주가·임금·이자율이 떨어진다.

경기변동에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고 예상되면 기업은 고용을 축소하고 투자보다는 현금자산 보유를 선호한다. 소비자들도 소비 지출을 억제하고 저축을 늘린다. 지출의 억제에 따른 총수요 감소로 경기 위축은 심화한다. 결국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불황을 부르고 불황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창궐은 바이러스의 감염과 함께 공포심리의 감염을 일으켜 경제를 불황으로 이끄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실물경제 충격에 따른 불황이 금융위기와 결합할 때 대공황 같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8년의 글로벌 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실물경제에 충격을 준 경우였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이 먼저 왔다. 총수요와 총공급이 동시에 위축되는 실물경제의 충격이 계속되면 형편이 어려워진 기업·가계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고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며 주가가 폭락하고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금융위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생긴다.

◇ 정책 대응의 초점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위에서 살핀 것처럼 기존의 경제위기와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책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그럼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첫째, 경제의 주요 생산능력을 유지하는 데 정책 대응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가 확장적인 총수요관리 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일반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한 부양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과 가계,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이 일반적인 지원보다 더 중요하다.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하거나 국채를 발행하기에 앞서 이미 방대하게 편성된 예산을 살펴보고 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제의 생산 능력이 복구할 수 없는 손상을 입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번 경제 위기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적했듯 자연재해의 성격을 갖고 있다. 피해가 크지만, 상황이 끝나면 경제가 회복할 수도 있다. 단 경제의 생산능력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따라서 정부는 일반적인 총수요 확장정책보다는 피해가 큰 산업과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자금 지원, 규제 완화를 통해 주요 생산능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실물경제 충격이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유동성 부족에 따라 기업 부도가 속출하는 등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 장치를 마련하고 한국은행이 획기적으로 유동성 공급 확대를 결정했지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충분한지는 불분명하다. 가장 먼저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회사채·CP·단기사채 시장인데, 이들 시장의 규모에 비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재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중앙은행이다. 따라서 한국은행도 필요할 때 이들 시장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대응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신속해야 한다.

셋째, 모든 정책 대응은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2010년 이후 재정 위기를 겪은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재정이 건전했지만, 금융 구조조정과 경기 부양책으로 정부 부채가 크게 늘면서 재정위기를 겪었다.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 세줄 요약

코로나와 실물경제 충격 : 총수요와 총공급을 동시에 위축시킴.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추락하고 소비가 줄고 조업이 중단되면서 생산능력이 저하하고 실업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실물경제 충격이 심화하고 있음. V자나 U자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도.

금융위기 결합하면 재앙 : 공급과 수요의 위축은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변동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 한국은 총생산과 총수요의 변동을 일으켜 불황으로 치닫는 형국. 실물경제 충격이 금융위기와 결합하면 공황을 부를 수도 있음.

정책 대응의 초점 : 향후 경제 회복은 생산능력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지 않을 때 가능함. 정부는 일반적인 총수요 확장정책보다는 피해가 큰 산업과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자금 지원,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의 주요 생산능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함.

■ 용어 설명

‘실물경제’란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수요와 관련된 경제로 ‘금융경제’와 대비되는 개념. 실물경제의 충격은 활황·불황과 같은 경기변동을 부르고, 금융경제의 충격은 주식시장 붕괴 등 금융위기를 부름.

‘총수요관리’란 정부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국민경제를 관리하는 것. 경기 침체가 심각할 경우 재정 지출 증가, 조세 감면, 이자율 저하 등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확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