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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2일(木)
한지에 담긴 ‘과거의 한양’… 다시 그리는 ‘미래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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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그림으로 본 서울 / 최열 지음/혜화1117

옛서울 그림 사상 첫 집대성
겸재 정선부터 무명씨 화가등
41명 125점 現傳 작품 수록

“옛 기억 되살리기 위한 노력
이토록 아름다웠나 새삼 감탄”

한양에 대한 종합·거시적 통찰
미래 서울 가꾸기 위한 밑그림


조선회화사에서 근현대미술사까지 한국미술사를 말할 때 맨 앞에 있는 미술사학자며 평론가인 최열(64)이 조선시대 화가들이 서울을 그린 그림을 모두 담아 ‘옛 서울’의 모습들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들을 예술적 필치로 재현했다. 겸재 정선부터 무명씨에 이르기까지 수록 화가 41명의 작품 125점, 원고지 약 2000장, 집필 기간 20년 등등, 현전하는 옛 서울 그림을 집대성한 최초의 저작이다.

올해는 태조 이성계가 ‘햇볕 드는 큰 땅’ 한양(漢陽)으로 천도한 지 626주년이다. 좌청룡 우백호(左靑龍 右白虎)에 하늘을 꿰뚫는 목성(木星)의 형국인 주산 백악산, 그 뒤로 병풍처럼 둘러선 천하의 명승 삼각산, 앞으로 깊고 넓은 한강 등 한양의 풍광과 풍수는 무학대사가 “온 나라 산수의 정기가 모인 곳”이라며 감탄을 감추지 못했었다.

지금 광화문 광장에 서 보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발라놓은 땅바닥과 치솟은 콘크리트 건물에 가려 전 세계 어느 수도보다 아름답다고 했던 서울 도성의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서울을 그린 옛 그림을 찾아다녔다”며 “옛 모습으로 되돌리는, 불가능한 복원을 꿈꾼 것은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는 서울의 ‘기억 되살리기’였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옛 서울을 담고 있는 20세기 전반기의 사진이 있지만, “침략자의 시선, 수탈의 현장만 가득”해 고개를 돌렸다는 최열은 “옛 그림을 차례로 만나면서 그제야 환희를 맛보았다. 조선시대 한양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실로 감탄했다”고 돌아본다.

책에 따르면,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그림은 대부분 산수화, 기록화, 그림지도다. 그 용도가 달랐지만, 성벽이나 궁궐, 민가와 같은 온갖 인공물이 산수화처럼 그려졌다. “‘도시 산수화’라고 할까. 이게 가능한 도시가 바로 한양이다. 한양은 그 지형과 풍수를 거스르지 않은 자연의 도시”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  19세기 신감각파의 거장 김수철의 ‘한양전경도’(맨 위 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남산 기슭에서 한눈에 조망한 서울 도성의 전경이다. 응봉 아래 임금이 머물던 창덕궁만 작게 이층 전각으로 그렸고 자연과 수많은 민가가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져 있다. ① 안산 ② 인왕산 ③ 백악산(청와대 뒷산 북악산) ④ 구준봉(북악산과 보토현 사이) ⑤ 삼각산(북한산) ⑥ 도봉산 ⑦ 응봉 ⑧ 창덕궁 ⑨ 청계천 ⑩ 남산 아래 필동 노인정 소나무 혜화1117 제공

한양의 전경을 담은 그림 중, 1850년 무렵 생애가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화가 북산 김수철의 ‘한양전경도’는 당시 가옥 6만5000호, 인구 30만 명 정도로 런던, 파리, 베이징(北京), 도쿄(東京)와 견줄만했던 한양의 거대함을 가장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남산 기슭에서 한양 도성 일대를 한눈에 바라본 이 작품은 이전의 조영석이나 정선과는 달리 화폭을 둘로 나누어 위로 산악, 아래로 도시를 배치하는 구도를 지녔으며, “전혀 새로운 한양”을 그려냈다. 화폭 하단의 중앙에 우뚝 솟은 두 그루의 소나무는 필동의 노인정 자리로 저자는 본다. 당대 권문세가인 풍양조씨 가문의 정자로, 재상 반열의 인물들이 모여 시회를 열고 풍류를 누렸던 곳이다. 시내 한복판을 짙은 안개가 흐르듯 가로지르는 청계천은 당시 규모가 꽤 큰 개천이었음을 보여준다.

책은 당시 한양 도성을 8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도봉산에서 삼각산, 백악산을 거쳐 서소문을 경유하고 한강의 광나루에서 행주산성까지 옛 그림을 살핌으로써 옛 서울 한양을 향한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통찰을 유도한다. 사대문 너머 서대문, 용산, 동대문 너머 인근의 정취를 아우른 뒤 광나루에서 행주산성까지 한강을 주유함으로 이 책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옛 서울의 내비게이션이라 할 만하다. 부록으로 책에 실린 모든 화가의 이력과 작품을 모아놓았고, 언급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의 색인도 들어있다.

서울의 옛 그림과는 완전히 다르긴 해도 얼핏 오늘날의 풍경을 살필 수 있다. 저자는 “나는 옛 그림을 보며 시간 여행을 떠나곤 한다. 기억을 되살려놓고 보면 서울의 내일은 조금이나마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한양의 기억은 서울의 미래라는 것이다. 436쪽, 3만7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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