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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20년 04월 02일(木)
‘찌꺼기 기름’ 보다 싼 휘발유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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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넷째주 이후 가격 역전돼
외환·금융위기때도 없던 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공급과잉과 수요위축이란 구조적 악재가 터진 국제 석유 시장에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원유 시장이 무너지자 현물 시장에서는 맥주 한잔 값(5달러)보다 싼 기름이 나온 데 이어 찌꺼기 기름인 잔사유와 원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이변도 벌어지고 있다.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3월 넷째 주 잔사유인 고유황중유 주간 평균 가격이 배럴당 26달러로 국제 휘발유 값(21.5달러)보다 5.5달러 웃돌았다. 이번 주 들어서도 고유황중유 평균 가격(3월 30일∼4월 1일)은 배럴당 24.5달러로 국제 휘발유보다 5.1달러 비싼 상태다. 고유황중유 가격은 3월 둘째 주만 해도 국제 휘발유보다 12달러 낮았지만 셋째 주 들어 가격 차이가 불과 0.8달러로 급격하게 좁혀졌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발생하지 않았던 기현상이다.

선박연료로 주로 쓰이는 벙커C유 등 고유황중유는 원유를 거르고 남은 값싼 기름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시장에서 중동산 원유보다 배럴당 10달러 정도 저렴하게 거래된다. 지난해 말에는 선박연료유 규제인 ‘국제해사기구(IMO) 2020’ 시행을 앞두고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이례적인 가격 역전 현상은 세계 최대 휘발유 소비국인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록다운(lockdown·이동 통제) 조치를 내린 영향이 컸다. 미국의 연간 휘발유 소비량은 약 930만 배럴로 전 세계 휘발유 소비량(약 2900만 배럴)의 32%에 달한다. 미국인들이 차를 몰고 여행을 떠나는 ‘드라이빙 시즌’인 5∼8월에는 전 세계 휘발유 수요의 50%까지 흡수하기도 한다. 잠재적 수요 기대감마저 사라진 채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이중으로 충격을 받자 기현상이 끊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수요가 급감한 국제 석유 시장에서는 가공제품인 휘발유가 원유보다 싼 역마진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원유를 가져가면 돈을 주는 ‘마이너스 유가’도 등장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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